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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잘리셨다면서요?” 내가 뒤따라온 사람은 심기범 AD가 조언한 최송아 작가가 아니었다. 아웃될 거 같다던 은미성 작가였다.
회귀 전 기억을 통해 나태호 CP가 은미성 작가를 내칠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쪽의 내부적인 일이라 그 날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 일 줄이야!
저 힘없는 어깨, 살짝 붉은기가 남아있는 눈을 보면 오늘 잘린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이런 대낮에 일찍 퇴근할리도 없고.
넘겨짚었는데 맞는 눈치다.
은미성 작가가 패닉인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저 사람 누구지?’ ‘내가 잘린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왜 그 일을 축하 하냐고?’ 혼란스러운 그녀의 심경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화가 났나 보다.
남의 슬픔을 비웃고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나?
은 작가는 양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내질렀다.
“어떻게 안 건지 모르지만 누구 놀려요!” 놀리기는.
바로 당신 때문에 온 건데.
“그런 감독 밑에서 괜히 고생하지 말고 저랑 같이 일하시죠.” “어?······ 예?!” 은 작가는 화를 내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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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는 게 아니라 스카웃 제의였다고?’ 이번에도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를 어떻게 아시고요? 한낱 신인 작가일 뿐인데.”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은미성 작가님이시잖아요.” “아니, 어떻게···?” “드라마 스페셜에서 봤습니다. 단막 2부작 쓰셨죠? <너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 “어? 그거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건데.” “‘버거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로맨스는 있다’라는 주제를 잘 살린 수작이었습니다. 꽤 여운이 남았어요, 전.” 이번에는 놀라고 또 감동한 얼굴. 오픈홀덤
은미성 작가의 표정은 꽤 다이내믹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바닥으로 치닫던 그녀의 자존감을 다시 붙잡아 준 모양이었다.
은 작가의 표정이 살아나고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다 퍼뜩.
“근데······ 누구세요?” 은 작가에게는 당연히 지금의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울 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거기다 이렇게 대화를 하며 스카웃 제의까지 받다니.
아마 홀린 것 같겠지?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구은우입니다.” “엔터테인먼트요?” “네, 주하율 배우가 소속된 곳이에요. 이쪽은 저희 회사 소속 매니저구요.” 옆에 서서 눈만 끔뻑거리고 있던 양태평도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인 엔터테인먼트 소속 매니저 양태평입니다.” “아, 네에···.” 은 작가는 살짝 얼이 빠져있었다.
나는 그 틈에 밀어붙였다.
“작가님, 극본 써 두신 거 있으세요? 단막 말고 미니로요.” 은 작가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KBC 단막극 공모전 당선 작가로서 KBC 소속 인턴 작가로 복무하며 근 1년간 단막극만 집필해왔다.
미니시리즈는 나 CP와 처음 작업.
그래서 다들 미니 극본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세이프게임
나는 알고 있다. 실은 그녀가 품고 있는 황금알들이 있다는 것을. 공모전 이전에 써둔 미니 극본들.
군침이 돈다.
“있긴 있는데요······.” 너무 탐욕스럽게 쳐다봤나?
은 작가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자신의 아이템을 뺏어먹으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눈초리.
업계에서는 가끔 힘없는 신인 작가들이 아이템을 빼앗기는 경우가 있었다.
“저랑 계약하시죠! 제가 입봉시켜드리겠습니다.” “?!” 멀끔한 얼굴로 이런 소리를 하니 사기꾼 냄새가 폴폴 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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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작가의 눈이 더욱 경계의 빛을 띠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입봉의 길. 더구나 공모전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은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한 해 수천 편의 작품이 쇄도하지만 KBC 공모전 당선 작가는 단, 6명. 그 외 가능성이 있는 한두 명을 더 뽑아 약 7~8명의 작가가 KBC에서 1년간 인턴작가로 복무하며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중도 탈락되기도 하는 피 말리는 과정 속에서 살아남은 건 한두 명의 작가뿐.
그러나 그들도 승리자가 아니다.
방송국에서 회당 계약을 해주는 거지, 입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 그건 또 다른 레이스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입봉시켜주겠다고?

5년 동안 글만 써온 은 작가로서는 미심쩍은 이야기였다.
“저기, 대표님. 저를 좋게 평가 해주시는 건 감사한데요. 제작사도 아니고 매니지먼트와 계약하는 건 좀 그렇네요. 신인인 제가 이런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드라마 제작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 감독도 있어야 하고, 배우들 캐스팅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제작비가·· 세이프파워볼 ·.” “걱정 마세요, 작가님. 모조리 세팅해드리겠습니다.” “네에?” “전 <귀신과 함께 춤을>처럼 로코였으면 좋겠네요. 그럼 일주일 뒤에 뵙기로 하죠.” “어, 어···.” ***
나는 은 작가의 전화번호를 삥 뜯듯이 받아내고 얼른 그 자리를 떴다. 세부 사항을 더 따지고 들 시간을 주면 안 되니까.
은 작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걸어가고 나자 양태평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런 말씀드리기 민망한데요, 작가님을 착각하신 것 같아요.” “뭐?” “나태호 CP님이랑 일하시려면 잘린 작가가 아니라 남아 있는 작가를 컨택해야 되잖아요?”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양태평 나름의 소신발언.
그의 우려와는 달리 나는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은미성 작가 맞는데. 아주 정확히 찾아왔어.” “예? 아까 나태호 CP님 영업하신다고···.” “만나보겠다고 했지, 나 CP를 영업한다는 건 아니었는데?” “예에?” 양태평은 몹시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럼, 영업 대상이 나 CP가 아니라 은미성 작가였다는 건가요?”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는 더욱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니, 도대체 왜······.” “태평아, 내 보는 눈을 믿어봐라.” “예에? 대표님 보는 눈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안형석이랑 비슷한 반응이다.
뭐, 결과로 보여주지.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꿰었다.’ 나는 <귀신과 함께 춤을> 이라는 작품을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유의미한 성적을 낸 작품.
그것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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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회귀까지 했는데 대박을 노려야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좀 난감했다.
주하율을 띄우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찾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올해 나름의 성적을 낸 드라마는 <귀신과 함께 춤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작품과 연관된 한 파워볼사이트 사람이 바로 떠올랐다. 연못가를 혼자 구슬프게 배회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바로 ‘은미성 작가’.
회귀 전, 나태호 감독과 작업하다 내쳐진 은 작가는 고집이 세고 협업하기 어렵다고 소문이 났었다.
남아 있던 최송아 작가와 나 감독의 작품이 나름 중박을 치면서 나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아 보였는데.
하지만 3년 뒤, 여론이 180도로 뒤바뀐다.
‘은미성 작가’가 로맨틱 코미디로 줄줄이 대박을 치면서부터.
그런 은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빨리 잡는다면?
1년 넘게 제작사를 돌던 그녀의 첫 작품은 2년 뒤에야 간신히 제작된다.
그 황금알을 내가 낚아챈다면 어떨까.
츄릅.
그래서 다짜고짜 제안을 해봤다. 엉뚱하게 볼 것을 알면서도.
게다가 오늘은 운도 좋았다. 은 작가가 나 CP에게 잘리는 날을 알 수 없어서 영업한다는 핑계로 염탐을 갔던 건데 그 날이 오늘이었다.
“모든 게 딱 맞아떨어졌어.” 내가 툭 내뱉은 소리에 양태평이 작게나마 반항했다.
“확실히요?” 이 녀석이.세이프파워볼
“어쭈? 날 못 믿어?” “믿음이···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작가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은 아팠는데요. 정말 맞는 건가 싶어서요.” “걱정 마.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고 은미성 작가 본인도 모르지만 저 사람이 바로 거위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그날 저녁.
나는 주하율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주하율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 좀 읽어봤어요?” 며칠 전 주하율은 회사에 나와 대본 책을 한아름 들고 갔었다.
“네, 좋은 작품 골라서 송한나보다 더 잘나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어요.” 어쩐지 오늘의 주하율은 눈이 퀭한 것이 피로한 다람쥐처럼 보이기는 했다.
설마 밤을 샌 건 아니겠지?

“무리한 건 아니죠?” “문제없어요.” 우리 회사에서 그나마 인지도가 높은 건 주하율 뿐이다. 그녀는 내가 팀장으로 있던 GK 엔터테인먼트에서 나를 따라 나인으로 온 아역 출신의 배우였다.
“너무 조바심 갖지 마세요, 하율 씨. 얼마 안 있으면 송한나 가고 주하율 시대가 열릴 테니.” “아직 그런 기미가 안 보이는데요.” “그래서 제가 하율 씨한테 어울릴만한 작품을 찾았어요.” 덤덤하게 있던 주하율은 작품 이야기에 눈이 반짝였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한데.파워볼실시간
“뭔데요? 대표님!” “뭘까요?” “혹시 영화 ‘두 사람’?” 미스테리 호러 장르의 영화였다.
“아니면 안병찬 감독님 작품인가? 거기 여주인공이 진짜 쎈캐던데요? 카리스마 정도가 아니라 ‘칼있수마’더라구요.” “······.” “어? 것두 아니면 ‘지옥도’인데, 그건 여자 캐릭터 비중이 너무 적은데요?” 주하율이 말한 작품들은 다 지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센 캐릭터.
그녀는 성인 연기자로의 이미지 변신을 원한다. 더구나 이런 장르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기도 하고.
이런 주하율에게 나는 전혀 엉뚱한,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장르를 들이밀어야 한다.
미션의 내용은.


〚주하율이 신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작품에 투입하십시오.〛 그런데 작품 선택부터 미심쩍은 상태에서 일하게 할 수는 없다.
그냥 대표 지시로 한다는 따위로는 안 된다.
여기서 그녀를 안심시켜야 한다.
나는 준비해 온 설득 내용을 속으로 찬찬히 복기했다.
“아직 제목이 안 나와서 장르를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네요. 드라마구요. 로맨틱 코미디예요.” “푸흡!!” 아이쿠, 그렇게 의외였나? 들이키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살짝 뿜어내다니.
초반부터 안 좋은데.
“괜찮아요?” “아, 네, 네! 생각해 본 적 없는 장르여서요. 대본은요?” “일주일 뒤에 나와요.” “아아······.” 대본도 안 나온 드라마. 당황이 그녀의 얼굴에 드러났다.
안 돼,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자, 들어보세요. 이걸 왜 하자고 하느냐면···.” 그런데.
“네, 할게요.” 음?

“저 꼭 할 거예요. 대표님이 저한테 처음 물어다 준 작품이잖아요? 무조건 할 거예요.” 어?
회귀 전, 주하율은 송한나의 농간에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회사로 들어갔다.
2~3년 동안 이상한 배역만 맡아 잘 안되다가, 소속사의 강요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로맨틱 코미디에서 히트를 치게 된다.
하지만 그 첫 작품을 본인은 싫어하면서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조건 하겠다?
“제가 처음 가져다 준 작품이라서, 라고요?” “그럼요, 저를 믿고 한류스타도 마다한 대표님이잖아요. 저도 대표님을 믿고 갈 거예요.” 이번 생에서는 설령 송한나가 계약을 한다고 했어도 주하율과 일했을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이 전달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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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의 그녀가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로코, 할 수 있다.’ 주하율은 그저 시선을 맞추고 싶은 것뿐이겠지만.
자그마한 손으로 한 턱받침 위에 큰 눈을 반짝이는 얼굴이 있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되는 순수한 눈빛.
훅 들어온다. 이 모습을 화면으로 본다면?
입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된다.

“나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하율 씨가 이번 작품을 할 때 모든 면에서 믿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요.” 턱받침 위의 커다란 눈이 생긋 감기며 웃음 짓는다.
“에헤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마주 보며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공유하는 순간.
정말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받는다. 파워볼사이트
이 좋은 기분에 잠시 취해 있다가.
문득 어떤 직감이 들었다.
주하율의 눈을 쳐다보고 이름을 부르려는데 띠링하고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주하율
선명도 62 사랑스러운 승부욕의 화신 ——————역시 올랐다.
납득이 된다.
만약 내게도 선명도가 있다면 내 수치도 1점 올라갔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귓가로 들리는 소리.

  • 빰빠라밤!! 처음으로 한 인물의 선명도가 중복 상승하였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하율 씨, 당신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야.
    아직 나만 알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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