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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정오에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 커팅식이 있습니다.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말쑥하게 검은 정장을 입은 정이령이 일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녀는 작년 가을에 율혜 상사로부터 스카우트해서 지금은 내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김포와 마곡의 성공적인 분양으로 나의 직위는 상무이사, 직책은 본부장이었다.
센스 있고, 꼼꼼한 그녀의 성격은 내가 놓치는 부분을 정확히 커버했고, 내가 시간상 가지 못하는 현장에 가서 맡긴 일을 말끔하게 처리했다.
회사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시간파워볼
모팔모 사장은 떠났고,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를 완공한 장명구 부사장이 사장으로, 장하중 전무가 부사장으로 올라갔다. 물론 나도 상무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10분 후에 내려갈게요.” “그럼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녀가 나가고 창밖을 바라봤다. 가장 높은 곳에서 보는 도시의 정경. 멀리 국내 최대의 빌딩을 짓는 광경이 보였다. 사람들은 왜 저렇게 높이 올라가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층 빌딩의 높은 층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층간 소음을 방지하는 김포 아파트는 히트했고, 연이어 0.01%를 위한 마곡 아파트 역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1조 5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기 때문에 단번에 건설사 2위까지 올라갔고, 강남 한복판에 우뚝 솟은 46층 건물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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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ce T의 성공으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호텔과 리조트의 사업도 확장됐다. 3년 안에 국내 건설사 1위로 올라가고, 해외로 진출하는 목표가 남았다.
나는 45층에서 빌딩 숲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서서히 움직일 시간, 코트를 입고 상무실을 나갔다.
1층 로비에 이르자 직원들이 나를 보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20도 이상 인사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는데도 사업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45도 이상으로 인사했다.
“자꾸 그러시면 저도 머리를 땅에 박을 겁니다.” 나는 익살스럽게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자 홍보부장이 뛰어와서 나를 말렸다.
“상무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요. 제가 이러지 않도록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 나누기가 부담스러워요.” “그게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이사님들도 계시잖아요.” “저만이라도 예외로 하세요.”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이었다. 다른 이사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서 오히려 직원들에게 혼란만 주는 셈이었다. 그래도 이 부분은 꾸준히 유지해야 언젠가는 인사 문화가 바뀔 것이다.
현관을 빠져나오자 정이령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뒷좌석에 타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강남 빌딩 숲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령 씨, 오늘 정치인도 오나요?” “네. 그쪽 지역구 국회의원이 오실 예정입니다.” 설마, 그 녀석이 올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던 녀석이라 대학 생활부터 계속 어긋났다. 공자는 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 하면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고, 마음이 도덕 위에서 움직이지 않을 나이라고 했는데.
서른이 넘었으니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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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을 하다가도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확신에 고개를 저었다.
한 시간을 달려 무대가 마련된 장소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활짝 웃으며 장명구 사장에게 손을 내밀어 축하했다. 내 시선은 그들을 훑다가 멈췄다.
역시 남성필이 있었다. 올해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아 총선에 나온다고 하더니 위세를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차에서 내려 무대 앞으로 다가갔다. 장명구 사장이 나를 맞이했다.
“어서 와. 김 상무. 여기는 국토부 차관님.” 그 파워볼사이트 렇게 시작된 인사는 두 명의 시장, 세 명의 국회의원, 언론인, 협력사 대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만난 남성필. 처음부터 비아냥이었다.
“마곡 아파트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게 분양한 것 아니냐?” “사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거지.” 뻔히 알면서 시비였다. 마곡 아파트의 경쟁률은 150대 1을 넘었다.
“벌써 상무 자리에 올라간 걸 보면 보통이 아니야. 물론, 재벌가 사위가 큰 힘이 됐겠지.” “이번에 출마한다고 들었다. 물론, 아버지 덕분이겠지.” 남성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항상 나한테 당하면서도 리셋 기능이 충실한지 또 시비를 건다. 저런 녀석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지만, 남성필은 아버지가 다져 놓은 지역구를 물려받았기에 당선은 확실했다.
남성필은 변검 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능력이야. 너는 상무까지 올라갔으니까 사장까지 해야지.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줄게.” 매우 건방지고 버릇없는 말투.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도울 일이 없을 거다.” “그래?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텐데?” “후회? 내가?” “아직 세상을 모르네. 하하.” 비린내가 나는 웃음이 역겹게 다가왔다.
“누가 세상을 모를지는 차차 알겠지. 양심을 지키는 공무원이 돼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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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왕으로 아는 건 아니지? 국회의원은 선출직 공무원이야.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일꾼이라는 걸 잊지 마라.” “그걸 충고라고 하는 거냐?” “네 미래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비참한 최후를 조심하고.” 나는 등을 돌려 자리를 피했다.
이런 자리는 내게 불편했다. 테이프 커팅이 끝난 후에 사진 한 방 찍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벗어났다.
차에 타자 정이령이 물었다. 파워볼게임
“식사는 같이 안 하세요?” “밥맛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까 얘기 나누시던 사람이 친구 분이세요?” “대학 친구인데 재수 없죠?”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느껴져요.” “저런 애가 정치를 하면 안 되는데.” 룸미러 안에서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아, 저분이 지역구를 물려받는 분이군요.” “여론 조사 보면 당선이 확실해요. 15% 이상 차이가 나죠.” “정치 참 쉽게 하네요. 일본도 아니고.” “다양한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잖아요. 이령 씨, 용인으로 가야죠?” “네.”
“밥 먹고 가죠.” “네.”

정이령과 유명한 국밥집에 들렀다. 그녀가 편한 이유는 꼼꼼한 일 처리와는 별개로 털털한 성격 때문이었다. 정수기 영업할 때 술자리에서 천엽과 간을 맛있게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여자가 생고기를 맛있게 먹는 건 처음 봤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감탄사를 뱉는 것 또한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고정 관념을 확실히 깨는 순간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국밥이 나오고 그녀에게 물었다. 엔트리파워볼
“저 수행하느라 힘들죠?”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항상 본부장님에게는 배울 게 많아요. 그래서 좋아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고맙죠. 제안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오히려 고맙죠. 새로운 일을 한다는 재미도 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적성에 맞기도 하고요.” “서로 좋은 일이네요.”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끝내고 용인 현장으로 이동했다.
Silence T의 두 번째 작품이었다. 작년 초에 착공해서 현재는 4층까지 건물이 올라갔다.
입구에서 안전모를 받아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 소장이 나와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정이령도 옆에 붙어 따라왔다.
계단을 막고 통로에 널려 있는 자재들. 안전을 위해 사람이 다니는 길은 치우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지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렇게 불시에 찾아와서 점검해야 했다.
소장의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
“바로 해체를 끝내서 이렇습니다. 바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사고가 중요합니다. 걸려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정리팀이 부족하면 더 붙이세요.” “네.”
나는 각재와 폼 사이를 밟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정이령도 씩씩하게 따라 올라왔다. 4층에 올라가자 보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무전기로 지휘하는 위원장.
“위원장님!”


“상무님 오셨습니까?” 그가 뒤돌아서 환하게 웃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제 상무님인데 그게 되나요?” “그러면 제가 더 불편합니다.” “그럴 수는 없죠. 상무님 편해지자고 제가 불편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도 있고, 임원이라 격식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와의 신뢰는 견고하게 쌓였기 때문에 굳이 언어로 편함을 만들지 않아도 됐다.
“위원장님이 불편하면 안 되죠.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알루미늄 폼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오피스텔 같은 현장에서 시공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제 생각에는 아파트 현장에도 유용할 것 같거든요.” “비싸기는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공사 일정도 빨리 당길 수도 있죠. 고층건물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업성도 괜찮을까요? 이걸 생산하려고 오스트리아에 기술진을 파견했거든요.” “비용만 낮추면 좋죠.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루미늄 폼. 기존의 유로폼을 대체하기에 아주 좋은 거푸집이었다. 물론 위원장 말대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아파트같이 구조가 똑같이 올라가는 건물에는 그대로 붙였다 뗐다 하면서 쓸 수 있기에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틀 설치, 이틀 양생하면 한 층을 끝낼 수 있었다. 철근까지 고려하면 일주일이면 한 층을 올리는 이점이 있다.
“고맙습니다.”

“자꾸 기술이 발전하니까 설 자리가 부족합니다. 알폼이 형틀의 자리를 뺏으니까요.” “계속 그렇게 가겠죠. 그래도 위원장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괜찮을 겁니다.” 나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전했다. 건설 자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사람의 영역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사실이었다.
“목수들도 인테리어로 간다고 난리입니다. 이러다 집도 공장으로 찍을까 봐 걱정이에요.” 위원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에게 담배를 건넸다.
“저는 안 피웁니다.” “아, 그렇죠.” 담배를 보니 할 말이 생각났다.
“위원장님, 타설팀은 매번 바뀌는 거 맞죠?” “매일 일이 없으니까 번갈아서 옵니다. 왜요?” “타설할 때 담배꽁초 공구리 위에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에도 제가 와서 말했는데,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요. 다음 타설할 때 주의 주세요.” “중국인들이 많아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서 그렇습니다. 제가 반장에게 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른 동도 둘러봐야 해서 위원장과 인사하고 이동했다.EOS파워볼 공정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소장에게 묻자 여름 장마를 대비해야 해서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고, 양생은 철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일하는 스타일이니 내가 개입할 건 아니었다.
공사팀에 들려 일정과 품질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긴장했던 소장의 얼굴도 풀렸다. 거의 두 시간을 넘게 살펴봤으니 그가 귀찮게 느낄 법도 했다. 다른 임원들은 몇십 분 쑥 둘러보고 가는 게 전부인데, 나는 기본 두 시간에 상황에 따라 추가 시간이 있다.


“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다음에는 연락하고 오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해서요.” “비서가…….”
“갑니다. 수고하세요.” 그의 말을 자르고 차에 올라탔다. 미리 전화하면 작업자가 물청소까지 하는 바람에 인력을 낭비하는 셈이 됐다. 안전한 현장을 위한 정리가 필요한 것이지, 보여주기식으로 군대에서처럼 미싱하우스를 할 필요는 없었다.
차에서 정이령이 호기심을 잔뜩 담아 물었다.
“본부장님, 알루미늄 폼이 뭐예요?” “알루미늄 합금으로 거푸집을 만든 겁니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죠. 오스트리아의 DOCA가 선두주자라 작년에 기술진을 보냈어요. 앞으로 많이 쓰일 겁니다.” “건설 자재 용어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유로폼, 앵글, 코너, 다루끼, 오비끼. 일본 말도 참 많고.”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빨리 알고 싶어서요.” 그녀의 호기심과 열정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잠깐 졸았다 깼을 때, 밖에서 차 문을 두드리는 남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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