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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권력 다툼으로 미뤘던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관심을 많이 가졌던 부사장은 장명구 상무가 올라갔다. 장하중 전무를 밀고 올라간 건 민용기의 친구라는 점이 많이 작용했다.
이사진 싸움에서 이긴 민용기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장명구.
시크릿 파일에 적혔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위협적으로 다가온 인물. 가끔 임원진 회의에 불려갔을 때 그는 나를 경계했다. 건설 분야 조직이 그렇지만 정삼훈 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에게 반말했다.
“조직 문화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야. 적을 많이 만들면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장명구는 내게 조언이랍시고 그런 말을 했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내게 싸움은 무식하게 팔만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싸움을 걸지도 않는다.
TJ 건설 차장은 철근 기능공 출신으로 자재관리부에 입사해서 10년 정도 일한 편승문 과장이 승진했다. 기능공 출신이 차장까지 올라갔으니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대체로 TJ 건설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건 정 이사가 자신의 후임을 정하는데 입김을 넣었을 것이다. 그도 자기 사람을 하나둘씩 심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4월 말. 세이프게임
송만석과 자재 거래는 30억을 돌파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어 새 자재는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웃돈을 얹혀서 구하는지는 몰라도 그는 약속한 물량을 항상 맞췄다.
이제 터트릴 시기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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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를 다 내리자 송만석은 특유의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사장님 덕분에 돈을 잘 버네요. 꼭 멋진 곳에서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그러시든가요.” “현재 새 제품의 물량이 너무 부족합니다.” 지금은 건설 붐이 불어 자재 생산량이 늘고 있었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먼저 계약했기 때문에 새 제품은 구하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송만석과 거래액을 모두 합치면 60억 원이 넘었다. 살 때는 20% 비싸게, 팔 때는 20% 싸게 거래했기 때문에 내 손실은 18억이 훌쩍 넘어갔다.
이 돈은 마지막 거래 때 회수할 생각이었다.
“사장님, 다음 거래는 지금 물량보다 30%가 더 필요하겠죠?” “그렇습니다.”
“물량이 부족하니 저도 웃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40% 정도 더 올려주셔야겠습니다.” “그러시죠.”
내가 선뜻 동의하자 그의 눈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럼 대략 70억이 되겠습니다. 이 정도 물량은 쉽지가 않아요. 저니까 가능한 것이죠. 빨리빨리 준비해야겠습니다. 워낙 물량이 부족하니까요.” 그는 계속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자기가 제시한 가격을 정당화시켰다. 돈에 눈이 멀어 완전히 판단력을 잃으면서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그럼 빨리 연락해주세요.” 그는 수렁으로 깊이 빠지고 오픈홀덤 있다는 걸 알까?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수렁.
나는 그와 헤어지고, 재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물건은 총 60억에 팔아.” – 60억? 물량이 그렇게 많아?
“아니야. 무조건 그렇게 팔면 돼. 수급이 어렵다고 하면 돼.” – 여기서 터트리는 거야?
“그렇지.”

무섭다. 그 사람 인생 완전히 종치겠는데?
“계산해보니까 싸게라도 팔면 20억 정도 손해 볼 거야.” – 알았어. 마지막이라 떨린다.
70억에 팔 줄 아는 송만석은 미리 돈을 세고 있을 것이다. 물량을 계속 늘렸기 때문에 새 제품을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 상황에서 재구가 되파는 걸 거부하지는 못할 터.
나는 손실 금액만을 더 얹어서 판다. 나는 본전이 되는 되고, 가격을 올려 팔았던 것만큼 송만석은 손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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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사흘 후 송만석에게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송 사장입니다. 물건 다 구해놨습니다. 거래는 언제쯤?
“무슨 말씀이시죠?” – 유로폼이랑 앵글 새 제품으로 물량 맞췄습니다.
“그런데요?” 로투스홀짝

사장님이 구매하셔야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구매한다고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 – 네?

그가 당황하는 것이 눈에 그려졌다. 지금쯤 전화기를 반대쪽으로 돌렸을 것이다. 분명히 한쪽 귀가 잘못된 건 아닌데도 말이다.

김 사장님, 이럴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계속 구매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필요가 없습니다.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 왜죠?
“최근에는 생산량이 많아져서 그 가격에는 살 수가 없습니다.” – 지금은 물건이 없어요. 상반기까지는 대기업과 선계약이 되어 있어서 새 제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저희도 웃돈을 주고 간신히 물량을 맞춘 겁니다.
“수지 타산이 안 맞아요.” – 사장님, 60억이 넘는 돈으로 수도권에 있는 물량을 다 뽑았습니다. 제 돈만 들어간 게 아니에요. 이렇게 계약을 어기시면 어떡합니까?
“계약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숨이 멎는 게 느껴졌다. 황당함과 당황함의 어느 지점에서 그는 다음 말을 찾고 있었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사장님! 60억에 팔겠습니다. 저도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필요 없어요.” – 사장님, 40% 수익 포기하겠습니다.
“공짜로 줘도 필요 없어요.” – 뭐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저는 산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 다음에 40% 올려달라고 말했을 때 동의했잖아요!
“그건 살 때 얘기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산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았다.

야! X새꺄! 너 뭐 하는 새끼야!
“제가 누군지는 모르겠고, 아버지 성함은 김 영자 식자 쓰십니다.” – 김영식…….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가 말했다.

그럼……. 네가?
“아버지 따라서 일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네요. 또, 당신이 정수기 영업 사원을 성희롱할 때도 갔었죠. 저는 당신에게 따귀를 막고, 저는 주먹을 날렸었죠. 그 정도 수모는 기억하겠죠?” – 뭐야? 지금 이걸 보복이라고 하는 거야?
“제가 그때 분명히 말했습니다. 반드시 벌을 줄 거라고. 거래는 끝났습니다.” – 너, 이 새끼! 거기 어디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계약서도 없고, 구두 약속도 없다.
분명히 송만석이 오선진을 끌어들였을 것이기에 TJ 건재 사장도 날릴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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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을 설치하고 천장 슬래브와 보를 고정하는 앙카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나는 일주일 째 사무실과 김포 현장을 오가며 바쁘게 지냈다. 건설 기계 임대 확인서, 자재 거래 명세표, 작업 인부 명단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장은 전체 네 지구로 나누어 협력 업체에서 파견된 네 명의 소장이 책임졌는데, 한 명만 빼놓고는 노골적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처음에 확실히 체계를 잡을 생각이었다.
3지구의 소장이 나를 보고 불평했다.

“부장님, 자꾸 위에서 오면 일하기 불편합니다.” “제가 위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사업을 추진하는 실무진입니다.” “사실상 공사를 책임지고 있으니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싱 하우스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자꾸 현장에 올 때마다 잊고 싶은 군대 기억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심각했다.


“매일 매일 본사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지출 자료 보시고 이상하시면 그때 오시면 되지 않습니까? 티끌 하나라도 잡으려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이렇게 상주하시다시피 하면 부담돼서 일하겠습니까?” “회사의 명운이 걸린 현장입니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앞으로도 순조로우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거 힘들어요.” “부장님, 횟수라도 줄여주세요. 저도 힘듭니다.” 나는 소장의 볼멘소리에 웃음으로 답하고 현장을 둘러봤다. 대규모 현장이라 민유필과 양태웅과 동행하면서 점검했다. 앞으로 이 둘이 김포 현장을 관리하고, 나는 가을에 착공되는 마곡 아파트에 집중해야 했다.
마곡 부지

는 평택과 아산 땅을 팔아 확보했는데, 국내 최고급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수영장, 골프장, 헬스장, 유치원, 병원, 쇼핑센터 등 입주자 커뮤니티 시설에 중점을 두고 상위 0.01%만 입주가 가능하다는 카피를 쓸 예정이었다.


브랜드는 Silence TP. P는 Plus를 의미했다. 로투스바카라
“부장님, 조금씩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양태웅이 입술을 잘근 물었다. 결기가 가득한 모습이라 내 영향을 많이 받은 건 분명했다.
“유필 씨는 어때요?” “저는 공사 현장이 처음이라 눈으로 배우는데 정신이 없네요. 빔이 신기하고, 전에는 안전장치 없이 빔 위에 올라갔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작업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한 건데 오히려 짜증을 내네요.” “귀찮아서 그렇죠. 줄을 연결해야 하고, 또 벨트를 매고 일하는 게 번거롭죠.” 민유필은 내가 높임말을 쓰는 게 불편하다고 했지만, 업무에서는 항상 존대를 해줬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보름만 저와 동행하고, 이후에는 양 과장님이랑 유필 씨가 책임져야 합니다. 가끔 저도 들르 긴 하겠지만요.” “잘 가르쳐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양태웅은 대놓고 내게 아부성 발언을 하고, 충성을 다하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그게 밉지 않았다. 그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직원들은 아부가 아닌 충심으로 판단했다.


회사로 돌아와서 마곡 아파트 홍보 회의를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내가 화두를 던져 주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형식이었다.
“0.01%만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라는 걸 강조해야 합니다. 분양가도 최소 5억에서 시작할 예정이고, 월드컵 이후 완공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아파트기 때문에 부자들을 자극하는 홍보가 필요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이 나왔다.
“슈퍼 리치를 위한 공간. 당신에게 특별한 선물입니다.” “당신의 품격을 높여드리는 0.01%.” “0.01%가 주는 임팩트가 큰데요. 숫자가 들어가는 게 좋아 보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눈에 숫자가 확 들어오니까요.” 대부분 직원은 0.01%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데 동의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니 0.01%의 특별함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수치를 중점으로 생각해보는 게 좋아 보이는데요. 반대 의미의 100%를 대비시키면 어떨까요?
0.01%와 100%. 둘 사이에 문장을 연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진지하게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먼저 강주영이 손을 들고 말했다.
“특별한 0.01%를 위한 100% 완벽한 아파트. 어떨까요? 완벽한 집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슈퍼 리치 그룹에 속했다는 자부심.” “좋습니다. 문장을 조금 더 간결화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시설은 국내 최고니까 확실하게 0.01%를 더 강조하면 좋겠습니다. 0.01%의 자부심은 100% 서비스에서 시작됩니다. 좀 긴가?” “괜찮아요. 자유롭게 말씀하세요.” 나는 직원들의 말을 메모하며 적절한 문장을 생각했다. 강주영이 말한 ‘특별한’과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글자를 줄이며 적어나갔다.

  • 0.01%의 특별함, 100%의 완벽함.
    이건 어떨까?
    “제가 강주영 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생각해봤습니다. 0.01%의 특별함, 100%의 완벽함. 어떨까요?” 직원들이 내 카피를 입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금방 시끄러워졌다.
    역시 양태웅이었다. EOS파워볼
    “부장님, 아주 좋습니다. 글자 수와 운율이 맞으니까 더욱 쉽게 기억됩니다.” “기억에는 확실히 남습니다. 들어보면 잊어버릴 것 같지 않아요.” “맞아요. 딱 좋네요.” “부장님.”
    마케팅팀의 유찬헌이었다.
    “저도 카피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드가 Silence TP니까요. TP를 Total Plus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완전함에 더한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역시 마케팅팀이 머리가 빨리 돌아간다.” “네. 저도 좋은 의견 같습니다. 여러분과 회의하면 항상 좋은 의견이 나와서 기쁩니다. 마케팅팀은 디자인팀과 상의해서 문장을 예쁘게 디자인해보세요.” “네.”
    “내일은 관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회의하는 날이죠? 조금만 머리를 더 굴려봅시다. 토요일에는 조금 일찍 끝나고 회식합시다.” “좋습니다.”
    회의를 마쳤을 때 상혁이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 상혁이에게 전화가 왔었어. 양평 이야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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