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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비 내리는 걸 보던 민용기는 밭은 숨을 몰아쉬고 뒤를 돌아봤다.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처럼 민석기와 민중기의 표정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한 여사의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
민용기의 잠긴 목소리가 팽팽한 분위기를 잡아당겼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앞으로 또 뭘 폭로할 거야?” “형님은 왜 우리가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가 그럴 이유가 없어요.” “바닷모래 사건은 드러난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분당 아파트는 최근 일이야. 그걸 아는 건 아버지에게 얘기를 들은 우리 가족뿐이 없어.” “투서가 들어갔다고 하지 않습니까? 당시 사건을 아는 공무원이나 보좌관이 했을 수도 있죠.” 민용기는 민중기의 대꾸가 기가 차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계속 거짓말을 할 거야? 몸 로비 사건도 투서야? 그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역린이야. 석기! 네가 대답해!” “형님, 저는 모릅니다. 왜 제가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서방님들 정말 뻔뻔하네요. 아버님이 쓰러졌을 때 우리가 모여서 한 이야기 생각 안 나요? 그때 아가씨가 그랬죠. 비밀스럽게 호텔을 드나드는 CCTV를 까면 어쩔 거냐고. 석기 서방님도 그러셨잖아요. 성 상납이 터지면 어떡할 거냐고 협박했잖아요. 그게 지금 터졌는데 우리가 바보인 줄 아세요?” “그때는 홧김에 한 말이죠. 설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패륜 행위를 하겠습니까?” 한 여사는 민중기를 날카롭게 쏘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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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죽어볼까요? 서방님들은 제가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요? 제가 마음먹고 뒷조사하면 안 털릴 거 같냐고요?” “형수님,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하지 않았는데 공격하시면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자이언트 마우스가 되는 겁니다.” “내 참 어이가 없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말이 안 나오네.” 민용기는 민중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서늘한 눈빛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중기야, 인제 솔직해지자. 수습하지 못하고, 더 터지면 나는 파워볼실시간 감당할 수 없어.” “형님, 저희는 정말 하지 않았습니다.”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뭐야?” “TJ 건설은 우리 집안의 재산이니까 지키고자 한 것이죠. 경제 위기 때 확보한 것이고, 형님이 사업을 잘 이끌어서 주가가 뛰면 다시 가지고 가면 됩니다. 그러면 저도 이득이지 않습니까?” “형님, 이건 자춘수의 짓일지도 모릅니다.” “자춘수가 왜?” “TJ 건설 주식 4%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민석기의 말에 민용기는 잠시 동요했다. 민창욱이 생전에 자춘수를 잘 감시하라고 당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전혀 위협이 될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그럴 리가.
한 여사도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머저리가 뭘 안다고 그래요? 돈에 환장해서 주식을 샀겠죠.” “그러니까요. TJ 건설 주식이 더 떨어지게 만들려고 그럴 수 있죠. 돈에 환장한 놈이니까요.” 민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춘수까지 가담한 거네. 너희 셋에 자춘수까지. 아주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형님, 저희를 믿으셔야죠.” “TJ 캐피탈 직원들이 내 뒷조사를 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김 이사가 주도하고 있잖아!” 높아진 민용기의 목소리. 민중기는 움찔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다행히 미리 지뢰를 제거했다는 생각에 곧 여유를 찾았다.
“형님, TJ 건설의 경영 상태를 잠깐 알아본 겁니다. 그래야 TJ 캐피탈에서도 자금을 빌려줄 때 참고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사업할 수 없어요. 그래서 IMF가 오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나.” “서방님!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니에요? 뒷조사하다가 걸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요? 완전히 안면수심이네.” “형수님, 인면수심입니다.” 민석기의 이기죽거림에 한 여사는 헛웃음을 쳤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나를 무식쟁이로 알고 있네.” “당신은 그만해. 나가 있어!” “왜요? 저도 알아야죠. 우리 가족 일이잖아요.” “나중에 내가 얘기해 줄 거니까 일단 나가 있어. 당신 때문에 서로 신경만 날카로워지고 있잖아.”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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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있어!” 민용기의 호통에 한 여사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키고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나는 검찰 조사를 받을 거야. 실시간파워볼 내가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어. 너희가 TJ 건설을 소유하고 싶다는 걸 알고 있어. 가장 큰 사업이니까 TJ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앞으로 너희들을 도와주도록 할 테니까 내가 조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솔직하게 얘기하자. CCTV를 제공한 거야?” “형님, 정말 저희가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석기랑 얘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능력 있는 형님이 운영하는 게 맞는다고 의견을 통일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먹은 건 죄송하지만 저희가 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그럼요. 당연합니다.” 민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나.

지금은 내가 TJ 그룹을 위해서 참는 거야. 아버지가 일구어 놓은 사업을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라. 내가 너희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형님, 정말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아니라니까요.” 민용기는 번뜩이는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다 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민석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기야, 왠지 으스스하다. 아까 솔직히 말할 뻔했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잖아.” “지금 독기가 잔뜩 서렸어요. 물러나면 우리는 끝장납니다. 큰형님 성격 몰라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아킬레스건을 끊어야 합니다.” “그러다 형수가 다 까발리면 어떡하냐?” “아까 큰형님 말씀 못 들었습니까? 절대 TJ 그룹이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계획한 대로 그대로 가면 됩니다.” 꽝-
문이 확 열리며 민유진이 들어왔다. 혹시 자기들 얘기를 들었을까 봐 깜짝 놀란 민석기가 허리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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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네. 너는 문을 왜 그렇게 세게 열고 들어와?” “작은 아빠들,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는데 아빠를 공격해요? TJ 건설을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너는 또 왜 그래? 우리가 먹긴 뭘 먹어? 우리 사업도 운영하기에 바빠.”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야! 민유진! 왜 그래?” “반드시 이 일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민유진은 그들을 날카롭게 쏘아보다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민중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미친 망아지가 고삐가 완전히 풀렸네.” “쟤는 조카지만 좀 무서워.” “제까짓 게 까불어봤자지.” * * *
유리창 너머로 간호사가 안고 있는 아이는 천사처럼 보였다.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자고 있었는데 둘째 형의 얼굴이 숨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인형 같아. 너무 작다.” “연무를 많이 닮았네.” “엄마, 연무 오빠 닮아서 곱상하게 생겼어. 딸이지?” “응.”
“신난다.”

유리창 사이로 커튼이 쳐지고, 아기의 모습은 사라졌다. 새미는 아쉬운 듯 유리창을 손으로 만졌고, 엄마는 커튼 틈 사이로 눈을 치떴다.
“엄마, 그런다고 보이지 않아. 들어가자.” “왜 이렇게 짧게 보여준다니? 아기 얼굴이 닳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실컷 보면 되지.” 나는 엄마와 새미와 함께 병실로 들어갔다. 형수는 침대에 누워 핼쑥한 얼굴로 맞이했다. 엄마는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고생했어. 몸은 괜찮아?” “네.” 파워볼사이트
“언니, 아기가 너무 예뻐요.” “네.”
대화를 이어갈 의지가 없는 대답이었다. 출산 후 힘이 든 것은 십분 이해했으나 1g의 성의도 없었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머리를 벽 쪽으로 돌리는 건 나가라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같은 여자로서 애틋한 마음이 드는지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음식은 잘 나오니? 내가 장어라도 해올까?” “됐어요.”
“엄마, 형수가 매우 힘든가 보다. 이럴 때는 푹 쉬어야 해.” “그럴까?”
“형수님, 푹 쉬세요.” 나는 엄마와 새미를 반강제적으로 데리고 나가는데, 뒤에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은 저랑 잠깐 얘기 좀…….” “네? 네.”
새미와 엄마가 나가고 나는 형수 앞에 앉았다.

“하실 말씀이 있어요?” “도련님, 출산 선물은 현금으로 주세요. 딸 아이라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아요.” “네. 그럴게요.”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알죠? 첫 아이니까 더욱 그런 마음이 들어요.” “네.”
대답은 했지만 감정은 상했다. 엄마와 새미가 있을 때는 귀찮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와 얘기할 때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날이고, 아직 나이가 어리니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창 놀 나이에 일찍 결혼해서 출산했으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 정도는 내가 이해해야 했다.
나는 형수의 거듭된 부탁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새미가 물었다.
“언니가 뭐래?” “아기용품 사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어.” “나는 뭐를 사줄까?” “지금은 말고, 나중에 유모차 사줘.” “비싼 거로 사줘야지.” 엄마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눈을 말똥말똥 굴렸다.
“참, 연무는 병원에 없네?” “오늘은 야근이래. 바쁜가 봐.”파워볼게임 “간병인이라도 붙여야 하지 않니?” “여기는 좋은 병원이야. 전담 간호사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하루 입원비만 해도 십만 원이 넘는 고급 병원이라 일대일로 돌보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봤다. 빨리 움직여야 했다.
“엄마, 새미랑 먼저 집에 가. 나는 일이 있어.” “그러니? 알았다.” 나는 새미와 엄마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민용기 사장이 만나자는 연락을 한 후였다.


민용기 사장은 서재에 앉아 마른세수하며 땀을 닦아냈다 EOS파워볼 . 곧 소환을 앞둔 상황이라 머리 곳곳이 지끈거렸다. 성질 같아서는 동생들의 비리를 다 까발려 자폭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TJ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없었다. 조카들이야 상관이 없다 치더라도 제 자식이 셋이나 됐고, 똑똑한 민유필에게 거는 기대도 있어 공멸은 막아야 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최소한의 처벌만 받는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율무를 불렀다. 그의 아버지 민창욱이 율무를 보고 느꼈던 기운을 그 역시 느꼈다. 더욱이 장례식 때 만나서 얘기할 때는 신호지세(晨虎之勢)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그는 강했다. 7%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민유진과 친분이 있고, 사업가적 자질이 충분한 사람. 어쩌면 그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민용기는 창밖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무거운 짐을 얹고 오는 시간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에 가볍게 바뀌었다.
현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한 여사와 마주치면서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민용기는 문을 열고 기다렸다.
곧 율무가 들어왔다. 그의 꼿꼿한 자세와 총명한 눈은 누구에게라도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좋을 리가 있나. 바쁜 데 불러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저도 주주로서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 내가 아는 정보가 없으니 난감해. 혹시 전에 말한 TJ 캐피탈에서 일한다는 친구, 내가 만날 수 없나?” “필리핀으로 출장 갔습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얘기는 없었나?” “돌아올 때가 지났는데…….” 율무의 얼굴이 갑자기 사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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