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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씨들을 쓰라고?” “실력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흐음….”
거미와 닮은 여덟 개의 눈으로 나를 살피는 감독.
“배우치고는 얼굴이 너무 평범하지 않나?” “그렇기에 밍에 적합합니다. 우리 영화의 주역은 망자니까요.” “다른 배우를 돋보이게 한다?” “예.”
“그래도 안 돼.” “감독님, 약속하셨지 않습니까.” “나도 아는데. 이번에는 안돼.” 감독은 먹던 샌드위치를 거칠게 내려놓고는 블루밍 재즈클럽을 가리킨다.
“밍 역의 배우가 방금 정해졌거든.” “예? 배우 섭외는 전적으로 제 담당인데 누가 정한단 말입니까.” “아델이 꽂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응?
감독의 무책임한 말투. 주먹을 말아쥐는 거한. 내버려두면 사달이 나겠다 싶어 내가 나섰다.
“그 배우, 내가 좀 만나봐도 되겠나?” 어쩐지 아는 사람일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왔다.
“네가? 알아서 해.” 짜증으로 가득하던 감독의 얼굴에 조소가 걸린다. 내가 된통 당할 거로 생각하는 걸까.
“그럼.”
힘없는 네온사인의 불빛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 안쪽, 술 진열장을 구경하는 남자가 보였다.
“하마르?”
“음? 엇, 이게 누구야. 으하핫!”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대번에 카운터를 넘어 내게 다가오는 남자. 하마르. 본명은 휴스턴이고 알다시피, 나의 친부다. 그가 널찍한 손으로 내 어깨를 친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리야 늘 그렇지. 참, 옥타 스크롤 성공했다면서?” “그렇게 됐어요.” “축하한다. 그때 내가 메시지 보내자고 하니까, 아델이 말리더구나. 글자 한 줄 안 보내는 녀석에게 뭣 하러 쓰냐면서.” …할 말이 없다. 주제를 돌리자.
“그런데 하마르가 밍 역할이에요?” “그렇게 됐다. 원래 유리만 섭외됐는데, 자기 심심하다고 여기서 술이나 타라네.” 마나를 제어해 방음막을 치고 휴스턴에게 우외각주와의 일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내 사인은 필요 없대?” “예.” 실시간파워볼
“…유리에게 연락해뒀으니까 금방 올 거야.” 좋아. 이러면 굳이 영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겠어.’

*
잠깐, 그런 상상을 했다. 아델 여사님이 와서 감동의 상봉을 하고 사인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게.라며 웃는.
“자기는 내 뒤에서 피아노나 쳐.” “유리. 나 악기 안 잡은 지 한참 된 거 알잖아.” “전에 아들하고 만났을 때 쳤잖아. 그리고 어차피 음향효과팀이 따로 알아서 할 텐데 무슨 상관이람. 아들, 네가 바텐더 밍을 하렴.” “…….”
“대답해야지?” “사인-”
“시사회에서 질리도록 해줄게.” “…그러죠.”
“우리 에레나는 뭐 하고 싶니?” 본 지 몇 분이나 됐다고 우리야.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했으나 아델은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다. 사인을 안 해주는 것도 아마 에레나 때문이 확률이 높다. 이리될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호텔에 두고 올 것을.
“어, 저는. 그게. 줄리아 역할을 받았어요.” 쟤는 또 왜 저래. 아주 꽈배기가 돼서. 어이고? 아주 가관이다.
“그러니? 감독님. 잠깐 나 좀 봐요.” “저, 저요? 슈크라. 네가 가.” “저는 감독이 아닙니다.” “가래도!”
청색 피부의 거한, 오디션 면접관이었던 그가 여사님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딱 거기만 비워놓고 주변에 둘러앉은 상황이라 언뜻 보면 청문회.
“줄리아 말이에요.” “예, 아델님.” “좀 더 비중 있게 고쳐요.” “네?”
“나도 배우가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이라는 건 아는데, 상식적으로 에레나 양을 봐요. 단역으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그리고 댁이 오디션을 봤다면서요. 다른 주, 조연들과 호흡 맞출 때 씬 안 잡아먹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미 정해진 분량이라는 게 있어서.” “그러면 밍을 줄여요.” “예?” 파워볼실시간
“바텐더 밍이요. 딱히 대사도 없잖아요?” “그래도 클럽의 주인이고 망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망자도 예쁘고 멋진 거 좋아해요. 쓸데없이 무게 잡는 몇 마디 말보다 아름다운 걸 보는 게 훨씬 나아요. 세계관도 좋지만, 관객의 공감을 사야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쪽이 추진해봐요. 제가 밀어줄게요.” 제안을 거절하던 거한, 슈크라는 여사님의 밀어줄게요.에서 고개를 들더니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사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적발의 미녀가 요즘 보기 쉽지가 않거든요. 특히 왈가닥 마녀 캐릭터는 고전시대부터 검증된 매력적인 캐릭터죠. 영화에도 잘 어울리고요.” 여기서 누구도 에레나가 마녀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마법을 사용치 않았다. 그런데도 슈크라가 마녀를 입에 담은 건 그만큼 본질을 보는 안목이 있다는 의미겠지.
“저와 같은 견해네요. 그렇게 하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 “죄송합니다. 저는 권한이 없어서요.” “감독 아니세요?” “전(前) 감독입니다.” “그게 무슨…. 아, 당신이 그 사람이었군요. 시리즈물에 신인배우를 주인공으로 쓰려 했다가 잘린.” “하하, 맞습니다.” 어색한 웃음.
“그거. 폭삭 망했죠.” “예.”
“당신이 감독이었다면, 달랐을까요?” “지금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음 시리즈를 찍고 있겠죠.” 대단한 자신감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품에 확신을 가지기가 매우 어렵다. 레딕스 마탑, 창조 마법 대가 되기 강의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성공은 저희에게 중요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델의 시선이 내 옆의 에레나에게 닿는다.
“좋은 캐릭터는 영화를 풍부하게 하죠.” “잔잔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밝은 캐릭터 한 명은 주연보다 빛나기 마련이고요.” “저보다 빛나면 곤란해요.” “그렇다면 긴장하셔야겠군요.” 장난스러운 아델의 말에 답한 슈크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다.
“책임은 제가 질게요.” 슈크라는 빵모자를 쓴 감독에게 곧장 다가가 멱살을 잡고 하늘로 들어 올린다.
“왜, 왜 이래? 미쳤어!?” “네가 한 짓과 똑같이 당하는 기분이 어때?” “끄억!”
슈크라는 감독 의자를 밟고 올라서서 점프. 공중에서 감독을 반 바퀴 돌려 머리부터 바닥에 찍는다. 프로레슬링 기술 중, 툼스톤과 비슷하다.
뻐억
도저히 사람의 몸과 흙바닥이 부딪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찔한 충격음이 촬영장에 퍼졌고 이를 본 스탭들이 토끼처럼 놀란 눈을 하더니 하나같이 허공을 쿡쿡 찔러댄다.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걸 보아 사진을 찍는 듯.
“접니다.” 세이프파워볼


하마르가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다름이 아니고, 감독 말입니다. 예. 아, 그래 주시면 저희야 좋지요. 알겠습니다. 유리,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래.” “그래야지.”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는 감독을 씩씩대며 발로 차는 슈크라. 저러다 살인나겠다. 마법으로 그의 어깨 위에 미지근한 물방울을 떨어트렸다.

“죽어!”
알아채지 못한다. 통각이 마비된 모양.
“양동이 채로 엎어버리렴. 정신 못 차리는 감독은 민폐잖니.” 여사님의 가호도 얻었겠다, 양껏 물을 생성해 그의 머리에 떨어트리자 화들짝 놀란 그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찢어진 신발과 피투성이가 된 감독을 내려다본다.
“윽!”
이제야 고통이 느껴지는지 발을 잡고 넘어져 좌우로 구른다. 나와 두 분, 그리고 에레나가 표면세계 특산품 남만 파인애플 주스를 먹고 품평 겸 대화를 나눌 때, 그가 쩔뚝이며 와서 우리에게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델님.” “됐어요. 잘 찍어주기나 해요.” “반드시 세기의 명화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할게요.” 후릅.
새콤달콤하던 파인애플 주스가 오늘따라 쓰다.
*
“레디, 액션!” 딸랑
재즈 음악이 울려 퍼지는 한산한 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백발의 노인. 그녀는 무대 한쪽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잠시 바라보다 바 앞의 개인석에 앉았다.
뽀득 뽀드득
말없이 컵을 닦는 소리만 들린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바텐더는 무표정으로 자기 일에 열중한다. 파워볼사이트


“저기….”
노인이 부르자 그제야 손을 멈추고 바라보는 바텐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빛. 세상의 풍파를 너무도 오래 겪었던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 눈빛에서 되려 편안함을 느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바텐더는 눈으로 노인의 머리 위를 가리킨다.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만다.
하얀 고리. 죽음의 심벌.
“…그렇군요. 기억이 나요.” 노인의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다. 어릴 시절을 어렵게 보내다 적국에서 넘어온 남자와 결혼. 아이를 낳자마자 사별한 남편.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홀로 아들을 키웠고 그 아들이 장성하여 자신에게 손주를 안겨 주는 광경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살아냈군.”

바텐더의 말을 곱씹던 노인은 이내 눈꺼풀을 닫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과거를 회상하던 노인은 어느새 자신이 손등의 주름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물었다.
“저는 젊어진 건가요?” “그래.”
바텐더는 젊은 여인 앞에 잔을 놓고 두 종류의 술을 섞어 따른다.
“이건 뭔가요?” “환생주.”
노인의 얼굴에 쓸쓸함이 깃든다.
“더는 저로 있을 수 없겠군요.” “내 알 바 아니지.” “…호호. 그러네요.” 은빛의 술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그녀는 한입에 털어 넣었고 곧 몸이 급속도로 어려져 아기가 되었다가 종래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환생주를 마신 자는 그 사람이 마지막에 가진 사념이 유형화되는데, 노인의 경우 쪽지였다.
【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노인은. 여인은. 소녀는. 열다섯에 아이를 낳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나이에 갑자기 생긴 아기. 과연 소녀에게 아기는 정말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였을까. 전란의 시대에 적국의 남자를 남편으로 들인 여자. 고통의 나날들. 그녀에게 아기는 속박이었고 동시에 삶을 연명할 이유이자 핑계였다.
야산에 움집을 만들어 살던 시절의 소녀는 힘들게 구걸하여 받은 음식을 아기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아픈 배를 붙잡고 잠들었다. 야밤, 순수한 아기는 공복을 느끼고 울음을 터트렸고. 순간 이성을 잃은 소녀는 호신을 위해 늘 품고 다니는 남편의 유품, 비도로 아기를 찌르려다 끝내 못하고 서럽게 울었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내가 죽으면 너 세이프파워볼 도 죽는 관계. 아이와 소녀는 서로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있었다.
그러한 불행의 시기를 이겨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입에 쑤셔 넣던 아기 덕이었다. 지나가던 약초꾼이 눈물을 흘리며 아기 입에 손가락을 넣어 필사적으로 풀을 꺼내던 소녀를 발견하고 괴이한 광경에 사연을 물었다. 딱하게 여긴 약초꾼은 소녀를 제자로 들였다. 눈썰미가 좋고 누구보다 절실한 소녀는 험지에 발을 딛기를 마다치 않았고 스승에게 한 사람의 약초꾼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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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우락부락한 덩치의 남성이 통기타의 현을 퉁긴다. 바텐더는 노인의 사념이 담긴 쪽지를 무대 옆의 제단에 올린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여성이 기계적으로 입을 벌려 노래를 시작한다.
라라~
노래는, 소녀가 약초 시장의 큰손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여인이 된 소녀는 약초를 팔아 모은 자금과 인맥으로 작은 상단을 창설하였고, 상단명은 은동이. 아기가 입에 넣었던 약초의 이름이자, 아들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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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나자 군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온다. 적발의 웨이트리스는 카운터에 바텐더가 없음을 인지하고 에잇, 귀찮게.라는 혼잣말을 하며 손님에게 다가간다.
“주문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단박에 전환하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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