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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쿡.”
“이기고 내빼는 건 매너가 아니지.” “항수, 너희가 쌓은 관객은 우리가 가져간다!” 무대에 난입해 각자의 악기를 소환, 배치하고 연주를 시작하는 삼인방. 스태프들이 그들을 끌어내려 했으나 이밤비가 나서서 만류했다.
“놔두세요.” 저들은 어차피 절대 항수의 무대를 넘어설 수 없다. 되려 더욱 빛나게 할 뿐. 무대에서 음악과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뮤지션을 넘어서는 퍼포먼스가 있을 성 싶은가.
“샤드!”
멤마 브로치의 죽음에 슬퍼하던 관객들이 샤드의 난입과 갑자기 앰프에서 터져 나오는 사운드에 놀랐다가 이내 분노한다. 관객의 분노는 즉각 적이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샤드에게 쏟아졌고 날카롭고 뾰족한 뭔가를 맞은 빡빡이가 풀썩 쓰러지면서 연주는 허무하게 끝났다. 아무래도 던진 사람이 보통 유저가 아닌 모양.
생방송 중에 피를 보였다는 기록은 커리어에 큰 오점으로 남는다.
“어서 끌어내세요!” 이밤비의 호통에 따라 스태프들이 샤드를 걷어차며 무대 밖으로 밀어냈다. 소강상태가 되나 했는데, 이번에는 선글라스를 쓴 검은 정장의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려다 스태프에게 붙잡힌다.
“후욱, 어떻게 할까요?” 그의 행동은 샤드와 달리 조심스러웠으며 진중하게 느껴졌다. 이밤비는 저 남자에게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올려보내세요.” 그는 스태프가 길을 열자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 무대에 나뒹구는 마이크를 주웠다. 노이즈가 일었고 불쾌가 담긴 시선이 모였다.
“안녕하십니까.” 웅성거린다. 저 사람은 누구냐, 또 샤드 같은 방해꾼이냐, 쇼하지 말고 꺼져라. 등의 욕설이 난무한다. 세이프파워볼
“저는, 안나의 아버지이자 애니의 할아버지입니다.” 선글라스를 벗으며 고개를 숙인 남자는 흰 머리가 보이는 중년이었다.
침묵’

“병원장님!” 어린아이를 안은 여성, 이전에 가짜 애니 역할을 맡았던 간호사가 놀라 소리쳤다.
“멤마 브로치는 이제 없습니다. 저는 제 딸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약속이라니요?” 이밤비의 물음에 고개를 돌린 그에게 조명이 떨어졌다. 붉게 물든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줄기. 중년의 남자는 울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모르는 하지만 알아야 할 사실을 고백하려 합니다.” 입술을 우물거리며 망설이는 남자의 모습에, 이밤비는 자연스럽게 그의 곁으로 가 섰다.
“제, 제 딸은….” 그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을 모두가 느꼈음일까. 공연장은 자그마한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말씀해보세요.” “더, 더 좋은 세계로 먼저 떠났습니다.” …아.
“실례되지만, 별들의 모험 속의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명을 달리하셨다는 말씀이 맞습니까?”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의 남자.
“손녀분께서도?” “예….” 파워볼사이트
“…저런, 죄송합니다.” “유전병이었습니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럴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저는. …한심한 아비입니다.” “사연을 자세히 듣고 싶군요.” “네…. 그러기 위해, 올라왔습니다.” *
안나는 태어날 때부터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
중년인은 가족보다 병원 일이 우선이었다.
어느 날 딸이 성인이 된 기념으로 아빠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래.라며 찾았고 흔쾌히 수락하며 병원장으로서의 저력을 보였다. 일반인은 평생 받을 수 없는 고액의 초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무겁게 떨어지는 종이, 충격으로 얼룩진 얼굴. 병원장은 깨달았다.
“안돼, 안돼! 안돼….” 딸의 병은 자신을 먼저 떠난 아내의 불치병과 같았다. 정밀 검사를 통해 알아낸 안나의 수명은 고작 8년. 본인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으나 안나는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조심히 전했다.

“앞으로 3천 일 넘게 살 수 있단다.” “와. 많이 남았네.” 그 말이, 그 담담한 단어가. 너무도 아파서 딸 앞임에도 아버지가 아닌 인간이 되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괜찮아, 아빠. 괜찮아.” 2년이 흐른 어느 날.
병원에 보호자 없이 두 살배기 아기만 응급환자로 들어왔는데, 증세가 안나와 완전히 같았다. 기이하게도 남은 수명까지 일치해서 이 사실을 안나에게 말하니.
“진짜? 이건 운명이야. 아빠. 이 아기, 내 딸로 삼을래.” “꺄하핫.”
“앗, 알아들었나 봐. 애니야, 내가 엄마야~” “벌써 이름을 지었….”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보고 싶다며 아기를 양녀로 들인 안나는 애니가 6살이 되는 날까지 부족함 없이 키워냈다.
수명이 2년 남았을 무렵.
“별들의 모험 재밌다니까, 애니도 하고 싶지~?” “웅! 우리 반 애들은 다 해요. 나도 하고 싶은 거 할래~” 두 사람은 똑 닮아 있었다.
“후후.”
애니는 자신과 엄마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4살 때부터 들어왔다. 병원장은 말렸으나 안나가 알아야 마지막에 행복해진다.라고 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이프파워볼
별들의 모험에 접속한 모녀는 하고 싶은 곳이 생기면 위험과 난관이 길을 막아도 곧장 돌파하여 목적을 향해 나아갔다. 누군가가 게임인데 왜 그렇게 열심이냐.는 말에 안나는 사는 맛이 나잖아.라는 아저씨 같은 답을 했다고.
반년 후.
어지간한 건 다 해봤고 이제부터 도시 여행을 하자는 마음으로 라브라에 들렸을 때.
“아빠,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멤마 브로치와 만났다.
“뭐?”
“좋은 사람이야. 내가 딸이 있대도 오케이. 고생 안 하고 좋지.래. 꺄하핫, 웃기지?” 안나와 애니는 멤마 브로치와 함께 행복한 1년 반을 보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애니가 안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떠나자.” 안나는 죽음 그 순간까지 멤마의 품에 있고 싶었다.
“왜?”리는

살아 있는 거잖아.” 멤마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애니의 말이 맞다 여긴 안나는 다음날 떠나기로 했다. 그날 밤, 주점에서 연주를 끝내고 온 멤마 브로치에게 좋은 와인을 구했다며 도수가 높은 술을 대량으로 먹여 고주망태로 만든 후 깊게 재웠다.
다음 날, 아침.


“우리 갈게, 잘 지내 여보. 딴 여자 만나도 용서할게.” “안녕, 아빠. 건강해야 해. 술은 조금만 먹고.” “으음, 음. 어디 가. 가지 마.”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그리 말하는 멤마 브로치의 모습에 안나와 애니는 울면서도 웃음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멤마의 모습을 눈에 담고는 보금자리였던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투두둑
라브라의 우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
“제 딸과 손녀 모두 접속을 끊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눈을 감았습니다. 멤마 브로치에게 자기가 죽었다는 걸 모르게 해달라는 부탁을 유언으로 남기고요.” “…….”
“병원에서 예상한 날보다 석 달이나 더 버텨주었습니다. 멤…, 사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아….
“그런 뒷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랑프롯체가 멤마 퀘스트 팀 대표로 무대로 올라오자 이밤비가 스태프에게 마이크를 받아 그에게 건넸다.
“반갑습니다. 저는 랑프롯체라는 유저고 멤마 브로치 님께 처음으로 직접 퀘스트를 수주한 사람이자 현재 마왕토벌팀이라 불리는 단체의 리더입니다. 저희는 일찍이 저 간호사분께 이 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는 스킬을 배워왔습니다만…. 늦고 말았습니다.” 멤마 브로치가 누운 관에 안타까운 시선이 닿는다. 세이프게임
“그래도 저희의 노력이 영 쓸모없진 않은 것 같 습니다.” “무슨 뜻인지요?” 이밤비의 의문에 랑프롯체는 병원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두 분을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퍼펙트 스킬, 유저 고용 정보 오픈.” [퍼펙트 스킬 : 유저 고용] [시스템에 기록된 유저를 선택해 고용.] [미접속 중일시 AI가 판단하여 여부를 정한다.] “허.”
“유저를 고용하는 마왕.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스킬을 얻기 위한 여정은 추후 커뮤니티에 올리겠습니다.” 랑프롯체는 긴말 않고 스킬을 사용.
은발 금안의 미녀와 사탕을 머금은 듯 통통한 볼이 인상적인 아이가 서로 손을 잡고 무대 위에 나타났다.

“아, 안나.” “아빠?”
“할부지!”
안다.
저 둘은 유저의 데이터를 기록한 AI에 불과하며 진짜 안나와 애니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위안이 되겠군요.” 사람은 거짓임을 알면서도 유희를 즐기는 동물.
이밤비는 이 또한 자신의 커리어에 좋은 기록이 될 거라 여겨 가족이 해후를 나누는 모습도 홀로그램으로 전송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기가 막히게 알아들은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때에.
탁 탁 탁 탁 재차 들리는 스틱 소리. 이번에는 이밤비도 짜증을 눈썹에 한껏 모으고 뒤를 돌아보는 데.
“음?”
페스의 스틱이 저 홀로 움직이고 있다.
[완벽한 무대!] [퍼펙트 앵콜이 발동됩니다.] 흐릿한 영체로 나타나 기타를 퉁기는 멤마 브로치. 그는 안나와 애니를 보며 길게 웃었다. 페스와 쵸쵸는 놀라서 관 속의 멤마와 영체 멤마를 번갈아 보다, 서로 눈을 맞추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자리로 뛰어간다.
허공에서 제멋대로 움직이는 스틱을 잡아 드럼을 두드리는 페스. 울고 울어서 슬픔이 베인 목소리의 쵸쵸.
[Lv 5(MAX) 악기 연주에피소드 스킬:불굴의 진화의 영향을 받아 벽을 넘습니다.] [한계 돌파!] [스킬:비의 악사] [소리로 비를 연주하는 사람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저희 재없연은 당신의 회원 자격을 박탈합니다. 축하합니다.] [1. 비부름 : 먹구름을 생성해 라브라의 우기를 재현한다.] [2. 비와 환영 : 빗속의 환영은 작은 물리력을 행사합니다.] [3. 빗물 제어 : 비부름에서 생성된 물을 제어한다.] [4. 매우 뚜렷한 자아가 깃들어 있습니다.] 5분간의 우기가 시작되었고 끝을 맞이하였을 때. 영체 멤마 브로치가 안나와 애니를 향해 움직였고 두 사람이 포개지기 직전, 멤마의 발끝이 푸른빛 알갱이가 되어 흩어진다.
“여보!”
“아빠아!” 오픈홀덤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한 카메라가 줌을 당겼고, 모두가 확대 스크린을 통해 그의 입을 읽었다.
-괜찮아.
그걸 끝으로 영체는 공허만을 남긴 채 사라졌고 공연장을 가득 메웠던 사운드는 비에 씻겨 지워졌다. 이어서 안나와 애니도 빛무리에 휘감기며 무대에서 없어졌다.
이밤비는 현 상황이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 랑프롯체의 모험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와아, 와아아아!!
으와와와와!
으어아아!
울면서 환호하는 사람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멤마 브로치 의뢰를 받은 유저들의 머리 위로, 그를 상징하는 엠블럼이 생성되었다.
수전증을 의미하는 떨리는 손.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듯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잘, 가십시오.” 우리들의 뮤즈.


*
예술의 도시, 셸롱의 어느 저택.
뚱 땅 뚱뚱 땅 “알폰. 그게 그렇게도 좋으니?” “응!”
“하는 건 말리지 않을 테니까, 창에서 좀 떨어지렴. 비 오잖니.” “빗소리가 좋은걸!” 창을 두드리는 비에 맞춰 어린이용 기타를 치는 소년.
띵동
“계세요~?” “어머, 오셨어요? 비 오는 날은 쉬셔도 되는데.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걸요.” “어쩜 이렇게 심성이 고우실까. 알폰! 어서 일어나서 선생님께 인사드리렴.” “으, 응. 안녕하세요. 애니 선생님.” “그래, 안녕.” “저…, 안나 누나는 안 왔나요?” “알폰, 선생님께 실례잖니.” “엄…, 안나는 도시락을 가지고 올 거란다.” “야호-!”
그렇게 좋을까.
츠측, 측.
-올해는 멤마 브로치 12주년 행사가 열립니다.
-장소는 라브라의 큐피드 공연장!
-과거 함께 경연을 벌였던 샤드 밴드!
-전설과 한팀이었던 체스와 쵸쵸 밴드!
-외에도 유명 밴드들이 참가합니다.
-여러분, 괜찮으면 놀러 오시죠. 하하하!
“선생님, 엄마. 나 저기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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