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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프.’
[발포 대기중.] 몸이 비공정을 완전히 벗어나자 어두워야 할 밤하늘이 대낮처럼 밝다. 저 아래의 도플갱어가 몸을 뒤집어 누운 자세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팔을 들어 서쪽을 가리킨다. 그곳에선 셀 수 없이 많은 적색 광선이 쏘아져 오고 있었다.
“발포!”
명이 떨어지자 동쪽에서 적아를 구분하기 위해 청색으로 변경한 광선이 마주 쏘아진다. 우주에서 보면 레이저 쇼와 같을 이 격전은, 우리가 지상에 발을 디딜 때까지 계속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파동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소멸시킨다.
“봐, 의미 없어.” 캣츠파이어 은하제국 경순양함대의 구성과 전략 방식마저 완전히 일치한다. 놈은 단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나를 복제해갔다.
‘공주는 빼앗겼다고 표현했었지. …확실히 허전해.’ 허한 느낌을 비롯해 처음 혼란이 일었을 때 정신피로 면역이 의사를 표출하지 않은 것, 케프의 말투가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놈을 죽이면 해결될 문제.’ “거기서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 어느새 코트를 깔고 앉은 도플갱어가 근심 없는 표정으로 손짓한다.
“네가 어떻게 행동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 놈은 오픈홀덤 이번에도 어깨를 으쓱하며 흘려넘긴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일단 맞은편에 가서 마찬가지로 코트를 깔고 앉았다.
“아델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어.” “도플갱어는 원래 호기심이 많나?”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아델 말인데.” “어머니는 왜.” 놈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나의 놀란 표정은, 생각보다 안면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놀라는 데 귀가 왜 움직여.’ “그 단어를, 쉽게 입에 담는구나.” “왜, 아델과 만난 기억은 복제하지 못했나?” “그런 게 아니라. …그래.” 혼자 말하고 혼자 납득하는 도플갱어의 모습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케프, 끝내버려.’ [죄송합니다. 상대는 저와 완벽히 같은지라 시간이 걸릴 듯하옵니다.] ‘지금 날아오는 것만 처리하고 빠져봐. 모스로 교체해보자.’ [알겠습니다.] “소용없어.” 내 생각을 읽었는지 한발 먼저 모스를 불러낸 도플갱어. 달과 별의 빛을 단순히 몸의 면적만으로 가리는 거대 고래가 하늘을 점한다.

브어어어
-흥미, 롭군.
내가 부른 모스 역시 반대편 하늘에서 등장. 두 고래는 서로의 이마를 부딪쳤고 이때 강력한 충격이 발생. 비공정은 강풍에 휩쓸려 저편으로 날려간다. 다행히 추락하지는 않았다.
두 명의 모스는 그 거대한 덩치로 워프를 반복하여 하늘 위, 저 너머로 뻗어 나간다.
“나는 너처럼 그 단어로 못 부르겠어.” 도플갱어의 어투에는 씁쓸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어째서?” “미안해서.” ‘고마우면 고맙지, 미안할 게 있나?’ 또 비공정 안에서처럼 입을 다물고 침묵을 고수하는 놈. 나는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뭐가.”
“그냥, 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의 연속.
‘상대를 말아야지.’ 브어어어.
-즐거웠다. 세이프게임
두 모스는 서로에게 눈웃음을 날리며 사라진다.
‘모스.’
-충분히 즐겼다. 아니면, 네가 나를 상대하겠는가.
‘…수고했어. 쉬어.’ “하하하.” 도플 놈이 대뜸 자지러지듯 웃는다.
“왜 웃어.” “네 얼굴이 딱, 모스에게 스토킹 당할 때의 나 같았거든. 와, 이게 인간일 때도 똑같이 나오는구나. 버릇이 무섭네.” ‘이렇게 된 이상, 알퐁 호링에게 먹여서-’ “그만하자. 호링이 덩치 커지면, 감당 안 되잖아.” “…으음, 그건 맞지.” 조용하다. 빙판 위라서 풀벌레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어때?”
“또 뭐가.” 쟤는 자꾸 영문모를 소릴만 한다.
“세상 밖. 말이야.” “여기는 그냥 빙판 위잖아.” “너는 공주의 의식에서 만들어진 존재야. 비공정 밖에 몰라야 돼. 평생.” “그게 무슨-” “도플갱어.” 두근.
“갇힌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은 어때?” 두근.
가슴이 왜 이렇게 아프지.

“…도플갱어는 너다!” 놈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다, 내 어깨를 붙잡고는.
“어떻게 할래?” “당연히 너를 죽여야-”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해보자.
도플 녀석은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수단을 제안했고, 미쳤나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그럴듯했다.
“정말 될까?” “안되면 어때.” “너는 정말 미친놈이야.” “얼굴에 침 뱉기인 건 알지?” “하.”
미친놈.
완벽히 같은 의지력을 가지기 위해 한 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하나, 둘, 셋!” ‘슬라임화.’ 오케이 성공.
지금 빙판 위에는 두 마리의 슬라임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리충격 무효화는 해제했지?” “어.”
꾸물꾸물.
“으으.”
두 슬라임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졌다.
“다음은, 알지?” “슬라임화를 의식하지 말라는 거잖아.” 슬라임화 하는 데 들어간 의지력을 단번에 회수. 그러면 예전에 대량의 물을 맞은 것처럼 의식이 흐려진다.
“셋, 둘, 하나!” 흐물.
시야가 먼저 멀어졌고, 다음은 청각, 후각 촉각 순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보상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에 눈을 떴다.
“레스?” 세이프파워볼
[감정, 끝났어.] “아, 고마워.” [응.]
백색의 공간, 보상의 방.
슬라임 퓨전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작전이 성공했나 보다. 옆을 보자 레스가 감정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다.
[관찰 대상 : 두 번째 비밀 이야기] [제목 : 나 그리고 나 / 나 / 액션, 합체, 미스터리] 합체.

도플갱어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녀석은 어떻게 됐으려나.’ [정령:도플갱어가 자신을 찾는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정령:도플갱어가 당황해합니다.] [유니크 스킬 : 애시드 레볼루션이 새로운 입주자를 발견하고 달려갑니다. 신입을 혀로 환영해줍니다. 정령:도플갱어는 거대한 존재들을 느끼고 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립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혀 때문에 공포스러워합니다.] [에피소드 스킬 : 불굴의 진화가 싸늘한 표정으로 정령:도플갱어를 노려봅니다. 나지막이 경고를 읊조리고 방을 나갑니다.] [유니크 스킬 : 초수신공이 침 범벅이 된 정령:도플갱어에게 수건을 건네고는 유니크 스킬:애시드 레볼루션을 데리고 나갑니다.] ‘거기 갔냐.’ 안쓰럽다. 파워볼사이트
저기서 겁에 질리지 않은 신입을 본 적이 없다.
‘힘내라. 다음은, 미스터-’ [잊혔던 엑스트라:헤일로가 온전한 자아를 가지고 깨어납니다.] [정령:도플갱어가 방에서 기척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 물러섭니다.] 『우웅…. 앗! 누, 누구세요.』 어?
『여, 여긴. 제 방인데요! 맨날 TV로 헤일로 씨 일하는 거 보고 하거든요. 그렇게 윽박지르실 거면, 쫓아낼 거에요!』 [정령:도플갱어는 엑스트라:헤일로에게 그런 권한이 없다는 걸 안다고 피력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추방 권한 얻었거든요. 에잇!』 [밖으로 쫓겨난 정령:도플갱어는 사실임을 인정하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옵니다.] [유니크 스킬:애시드 레볼루션이 문틈으로 두 사람을 훑어내립니다. 정령:도플갱어는 두근대는 심장을 붙잡고 엑스트라:헤일로에게 공손히 사과합니다.] 『용서할게요. 저도 그 마음 잘 알아요. 이왕 같은 방 쓰는 거, 사이좋게 지내요. 제 침대는 이거고요, 불진 님께 말씀드려서 하나 더 구해볼게요. 네네, 인사는 괜찮아요.』 ‘네가 왜 거기에 있어?’ 내가 알기로, 엑스트라 헤일로는 리얼히어로를 성공하면서 사라졌었다.
『계속 있었어요. 그쪽이 저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죠.』 정확하게는 서기관이 상황을 전해주지 않았다는 게 맞겠지. 규칙이 있는 건가.

‘전과 달라진 점은 없어?’ 『있어요, 저 자신이 두꺼워진 느낌이랄까요. 아, 아니. 살이 쪘다는 게 아니고요! 다시 나가고 싶으세요? 하여튼. 그래요.』 ‘이름이 같아서 같이 복제된 건가?’ 『호호, 그렇게 단순할 리가. 어, 네? 그럴 수 있다고요?』 도플갱어는 사후세계에서 작업할 땐, 먼저 정령력의 절반을 소모해 상대의 이름을 빼앗는다고 한다. 여기서 만약 같은 이름의 타아가 하나의 개체에 동시에 존재한다면, 희박한 확률이긴 하지만 같이 복제될 수도 있단다.


‘그게 뭐야.’ 『하긴, 제 입장에서는 당신도 도플갱어나 다름없었어요. 이런 생각이 복제에 영향을 미쳤다고요? 신기하네요, 생각이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군요.』 정령이란 참 신비롭다.
‘잘 쓰면 무한동력 아닌가?’ 『그건 아니래요. 잃어버린 정령력이 엄청나대요. 그래서 이런 좁아터진 방에, …네. 자신 있으면 계속 말해봐요. 어떻게 되나 보죠.』 이후 두 사람이 동거 수칙 같은 걸 정하기에 나는 다음 장르나 살피기로 했다. 세이프파워볼
미스터리.
솔직히 미스터리는 아니었다고 보는데, 장르를 정하는 누군가의 생각은 또 다른가 보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특히 케프와 케프, 모스와 모스의 전투는 더욱.’ 도플갱어의 전력과 나의 전력이 과연 같았을까. 아니다. 내가 선공을 함으로써 ‘이 정도로 공격할 거야.’를 암시했고, 상대 케프와 모스는 이를 알아차리고 그에 대응한 거였다.
극 중 도플갱어만, ‘나’가 아님을 몰랐던 것.
-브으으
“모스?”
-재밌는, 기술이로군.
맙소사. 제발.

침을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책을 덮어 표면세계를 보았다.
‘하여튼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 거기에는 두 명의 모스가 서로를 마주 보며 입꼬리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반응하면 흥분해 있는 모스와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모른 척과 바쁜 척을 동시에 시전하며 두 번째 비밀페이지로 시선을 옮겼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보상 지급] [정령스킬:진실의 거울] [대상의 진실한 모습을 비춘다.] [습득할 정령 선택] [1. 레스] [2. 도플갱어] [3. 의뢰인] 본래라면 의뢰인에게 주는 게 맞겠지만, 이번 비밀 이야기는 찜찜한 게 한둘이 아닌지라.
“레스, 네가 배울래?” [좋아! 히히.] 오두막 안에서 폴짝 뛰어 표면세계 밖으로 나온 레스.
“1번.”


회전하는 검은 상자가 공중에 나타났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손바닥 위에 안착하면서 멈췄다. 뚜껑이 저절로 열리며 두껍게 포장된 물건을 남기고 상자는 빛 알갱이가 되어 흩어졌다.
갈색의 포장지를 뜯자 직사각형의 길쭉한 거울이 나왔다. 테두리는 없었으며 오로지 거울 자체로만 이루어졌다. 만져보고자 손을 가져다 댔으나 허공만 휘저었다. 파워볼실시간
[정령계 물건이야.] 정령이 아니면 못 만진단다. 레스가 보란 듯이, 다가가더니 대뜸 발로 거울의 중앙을 내려치는 게 아닌가.
“어어.”
깨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때에, 거울이 레스의 발을 통해 흡수되기 시작한다. 만약 저기에 소리가 났다면, 무조건 쭈와압이다. 쭈쭈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아이같이 쯥쯥 빨아당겨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웠다.
[배웠어, 이거 봐.] 레스가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발로 바닥을 찍는다. 그러자 지면에서 레스의 다리와 동일한 색상의 테두리가 둘린 전신 거울이 솟구쳤다.
거기에 비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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