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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화 – 또 다른 옵션 > 개막전
그 어떤 단어보다 스포츠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에 설레는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찬! 찬! 시호크스에서는 네가 왕이었다며?” “킹? 노 엠페러. 황제.” “푸하하! 황제였어? 세상에!” “인터넷에서 찬 기록만 찾아봐도 황제였다는건 알겠다. 하여간 네이트 저 놈은 글렀어. 그나저나 찬. 한국어로 헬로가 뭐라고 했지?” “안녕하세요.”
“아령하쎄요우. 오케이.” 해외에서 치뤄지는 개막전에 선수들이 한껏 들떠있었다. 심지어 이번 비행은 일반적인 비행이 아니라서 전용기가 아니라 일반 항공사의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게 된 상황.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 어린 선수들은 한층 더 들뜬 것 처럼 보였다.
“찬 좀 그만 괴롭혀! 개막전 선발을 그렇게 괴롭히면 안되지!” 더지가 진성찬 옆에 들러붙어있는 드레이크 패거리들을 향해 일갈했다. 하지만 찬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괜찮아. 나 영어 실력 필요해. 말 하는거 좋아.” “찬이 그렇다잖아!”
“리키 저놈도 너무 올드스쿨이라니까. 찬. 한국어로 올드스쿨 뭐라고 한다고?” “꼰대.”
“코운대. 리키는 코운대야.” “댓츠 롸잇.” 세이프게임
팍 일그러진 더지의 얼굴에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빵 터졌다.
“푸하하하! 코운대!” “좀 젊게 살아 리키!” “사인할때 꼭 코운대라고 쓰고!” “한국 팬들 사인 좋아해. 팬 서비스 해줘.” “그러고보니 이름 적어줘야할텐데. 이름 뭐라고 물어야하냐?” “기본 영어 대부분 알아들어. 그냥 물어봐. 이니셜 적는게 좋을거야. 한국사람 같은 성 많아.” “그럼 찬 같은 경우는 J.S. Chan이라고 하면 되나?” “멍청아! S.C. Jin이겠지!” “아! 찬 성은 진이었지? 맨날 찬이라고 하다보니까 헷갈렸어!” 신나게 떠드는 선수들을 보며 다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났네 신났어.”

다운의 옆 자리에 앉아있던 프레슬리도 동의했다.
“만약에 사무국에서 퍼스트클래스 전체 좌석을 전세내주지 않았다면 이 꼴을 일반인들이 다 봤겠죠?” “보기만 했겠어? 대문짝만하게 기사도 떴을거다.” “승무원들도 있긴한데······. 조금만 조용하라고 주의 줄까요?”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프레슬리를 다시 앉혔다.
“됐어. 냅둬.”
저게 저들 나름대로 개막전이라는 큰 경기에서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라는걸 알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 이게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면 베테랑들이 먼저 움직였을거야. 근데 저거 봐.” 브래넌이나 파인트와 같은 고참들도 분명 이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리는 대신에 다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안대를 쓰고는 신경을 끄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어린 선수들이 마음 편한 상황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우리가 움직이는건 고참들이 움직여도 듣지 않을때 뿐이야. 알겠지?”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다운은 바로 뒤에 있는 캐시의 자리로 향했다. 캐시는 다운이 온 것을 모를 정도로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운은 태블릿이 올려진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아, 다운.”
“이야기 좀 나눌까요?” “안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일등석에는 발을 뻗거나 임시로 앉을 수 있는 쿠션이 좌석 맞은편에 있었다. 다운은 그 자리에 엉덩이를 댔다.
“개막 로스터 때문이죠?” “어.”
캐시는 들고있던 태블릿을 다운에게 넘겼다.
“대부분은 정했어.” 파워볼사이트
라인업
포수 – 사무엘 비어만 1루수 –
2루수 – 제수스 로드리고 3루수 –
유격수 – 네이선 드레이크 좌익수 – 패트릭 비어스 중견수 – 케빈 마이어 우익수 – 알렉스 스프라우트 지명타자 – 배리 브래넌 “코너 내야만 비었네요.” “도저히 답이 안나오거든.” 올 시즌 애스트로스의 개막전 선발은 케빈 트로이. 평균 94마일짜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과 너클커브가 아주 좋은 좌완선발이다.
“알버트는 빼죠.”

부상이 없는 서머스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쾌조의 스타트를 보여주었다. 코칭스태프가 판단하는 그의 컨디션 역시 최상. 하지만 그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트로이 상대로 너무 약해요.” 케빈 트로이를 상대로 통산 5경기에 나서서 16타수 1안타가 2볼넷이 전부다.
“알버트 대신에 브라이언 넣으면 되잖아요.” 서머스가 트로이에게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인 반면, 브라이언 앤더슨은 통산 7경기 25타수 13안타 5볼넷을 기록하면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캐시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서머스를 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본인이 이번 징크스를 깨보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 서머스는 올 시즌은 물론이고 레이스와의 장기계약으로 인해서 오래오래 주전 3루수로 뛰어줘야하는 선수다. 그에 비해 앤더슨은 전 포지션을 백업하는 백업선수. 게다가 그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물론 1년 700만 달러의 팀 옵션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콜업을 기다리고 있는 괜찮은 내야수들이 넘쳐나는 레이스가 그를 잡지 않을거라는건 팬들은 물론이고 앤더슨 본인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알버트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네 성적이 이러이러해서 원래는 앤더슨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케빈이 네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너를 쓰겠다고 말할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못하면 다음번에는 네 자존심 대신에 최대한을 실리를 챙기는 선택을 할거라고 경고해두죠.” 감독은 선수와 한 마음이어야한다. 그렇기에 다운은 자신이 악역을 자처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이게 캐시가 원하던 그림이기도 할 것이고.
“고마워.” 세이프파워볼
“뭘요. 이게 단장이 할 일인걸요. 그러면 3루는 해결됐고······. 1루는 또 무슨 일이에요?” “좌완인 트로이를 상대하려면 윌슨이 좋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겠지.” 그러려고 플래툰을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문제는 덕이 이번시즌부터 좌완을 상대로도 잘 치기 시작했다는거네요.” 덕은 매 년 발전하는 놈으로 유명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바꿨을 때는 선구안을, 그 다음해에는 정확도를, 그 다음 시즌에는 외야 수비를, 1루수가 확정된 이후에는 또 내야 수비를, 그리고 좌완을 상대로 죽쒔던 지난 시즌 이후에는 좌완을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시범경기에서 좌완 상대 ops가 얼마였죠?” “0.914.”
표본이 적긴 하지만, 상위권 성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에 비하면 알렉스는 부진했지.” 윌슨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2할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며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 크게 신경쓸 필요 없지 않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운과 캐시가 그냥 넘기기에는 그의 부진은 걱정할만한 이유가 차고넘쳤다.
첫 번째.

윌슨은 올 시즌 확고한 메이저리그 주전이 아니다.
확실한 주전이거나, 포지션이 정해져있는 선수라면 모른다. 하지만 올 시즌 윌슨은 1루 플래툰 겸, 예비 포수 겸, 좌익수 수비도 신경쓰고 있는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두 번째 이유.
익숙한 포지션과는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이다.
물론 윌슨은 1루에서도 수준급의 캐칭능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좌익수에서도 평균에 살짝 못미치는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루에서의 직선타구나 강습타구 같은 공에 대한 반응은 뛰어났다. 하지만 애매한 위치에 떨어진 타구라던가, 누가 처리할지가 애매할 수 있는 느린 공에 대한 판단력은 부족했다.
본인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외야에서도 느린 발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포지션의 변화로 인한 타격 부담감의 증가였다. 세이프파워볼
포수자리에 있을때는 그 누구도 그의 타격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다. 좌완 상대로 꽤 강하며, 연 평균 20홈런 이상은 무조건 터트려줄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포수. 그게 윌슨의 아이덴티티이자 강점이었다. 그래서 그 때의 그의 타격은 ‘덤’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언제까지나 그의 최대 강점은 안정적인 수비와 강력한 어깨였으니까.
하지만 1루와 좌익수로 갔을때는 달랐다. 두 포지션에서만큼은 견고한 수비보다는 강력한 타격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다보니 윌슨도 타격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담이 심한 것 같죠?” “많이.”

잠시 고민하던 캐시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제시를 내리는건 어떨까?” 두 사람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선수의 콜업에 대한 부분은 단장의 권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캐시는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흠······. 아예 덕을 주전 1루에 박아놓고요?” “그게 두 사람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싶어. 알렉스는 출장기회가 부족하긴 하겠지만, 포수로 뛰는게 마음이 훨씬 편할거야. 제시 같은 경우는 반대지. 훈련 내용만 보면 타격에 뭔가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은데,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너무 적어. 제시에게는 더 많은 타석이 필요해. 마이너 옵션도 3개 다 살아있으니까 자리가 비기 전에는 마이너에서 키워보는게 어떨까 싶어.” “잠시만요.”
다운은 자리에서 자신의 태블릿을 가져와서 자료들을 펼쳤다. 실시간파워볼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네요. 제시를 내리면 한 자리가 더 비니까요. 그 자리에 프레드를 넣어도 괜찮고, 데이튼이나 애드리안을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할 수 있는건 현재 라인업에 있는 앤더슨과 앳킨슨이 내외야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윌슨하고도 이야기를 해볼게요. 본인이 정말로 원한다면 백업포수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요.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백업 1루수를 맡겨볼겁니다. 적어도 4월 한 달은 기회를 줘야죠.” 윌슨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선수라면 할 수 없었을 선택이었다. 하지만 레이스에는 이미 1번 드레이크를 시작으로 로드리고, 비어만, 브래넌, 스프라우트 서머스로 이어지는 막강한 타선이 존재했다. 하위타순에 있는 윌슨이 터져주면 금상첨화겠지만, 터져주지 않더라도 한 달 정도는 참아줄 수는 있었다. 만약 저 한 달 동안에 윌슨이 터져준다면 그것대로 좋고, 터지지 않더라도 윌슨이 1루와 외야 수비에 조금 더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될테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었다.
“또 다른 옵션이 하나 더 있기는 해요.” “우리한테 다른 옵션이 있다고?” 다운은 혹시나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한 층 낮췄다.
“아예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죠.” “새로운 선수?”
이게 다운이 온 진짜 이유였다.
< 189화 – 또 다른 옵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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