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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여자아이는 배 부근에 있는 노란 병아리 모양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사탕 하나를 통 안에 넣고는 방긋 웃었다.
“안녕! 윙~윙~벌~” 엄마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뿌듯하다. 자기가 가사를 붙여서 노래할 정도면 최악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
그렇게 믿자.
[악기 연주의 숙련도가 소량 올랐습니다.] 오.
악기연주는 뭐래. -개판쳐놓고 잘도 웃는다. 여자아이의 평이 정확해. 넌 쓰레기다. 똥 손! 이 산성오염물!
마지막 단어는 악기 연주가 한 말이 아닐 거 같지만, 일단 넘어가자.
거리 공연을 하려면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 기타와 양철통을 챙겨 일어서는데 시야 한쪽에 움직이는 게 보여 그곳에 정신을 집중하자 글씨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저거 지금 헤일로죠?
-맞음 파워볼사이트
-ㅋㅋㅋㅋㅋ손가락 버벅이는 거 봐 -꼬마 귀엽다. 아저씨가 솜사탕 사줄까?
-관리국이죠? 여깁니다. 변태가 있어요.
-악연 스킬 올리려면 단순 반복보다는 다양한 주법과 코드를 익히는 게 중요함.

-힉, 설명충이닷.
스트리밍.
이것도 조건이었지 참.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댓글 중에 도움되는 말도 있어서 허투루 볼 수가 없었다.
[폐하, 저들 대부분이 신성이므로 도움을 받았다면 가볍게라도 인사를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는지요.] [저도 케프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헤일로님. 처음 한 번만 인식을 고르게 잘 다져 놓으면 그다음엔 저들이 알아서 좋은 쪽으로 인지할 것입니다.] 본래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려 했는데. 저 둘이 공통된 의견을 냈다면 거의 9할 9푼은 맞다고 봐야지. 최소한의 소통만 해두자.
“안녕하세요.” -오, 이제 보이나 봐.
-헥사 페이지 도전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
-조건이 걸렸나 보더라고, 전계 스트리밍.
-이야 옥타도 받기 힘든 조건이 걸렸네.
-말해 뭐해, 헤일로 운 좋은 건 알아주잖아.
-아, 대변남이었지. 실시간파워볼
대변남? [대변이를 겪은 남자를 줄인 게 아닐지요.] -안녕.
-반가워.
-몇 살이니?
-나이 이야기 좀 그만해라, 쟤가 우리보다 많겠냐 그럼.
-내세울 게 숫자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어휴.
-이쒸, 물어볼 수도 있지!
“싸우지 마라.” -어.
-싸우는 게 아니라 대화야 대화.
-그런데 여기 우리 다섯 명뿐인가?
-초기니까 어쩔 수 없지. 지금 방송하는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걸?
-입장 인원수 보니까 서른 명은 되네. 말하는 사람이 다섯인 거지.
-그런데 반말 쿨하네.

-반할 뻔.
“악기 연주에 관해 조언한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오냐.
그 뒤로도 잡소리가 1초 간격으로 올라와서 하나하나 반응하는 건 이쯤하고 연습을 하기 위해 영상에서 봤던 기억을 더듬어 집으로 향했다.
라브라를 벗어나서 30분, 이암프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의 오두막. 주변은 나무와 풀밖에 없는 들판이었다. 용케 이런 데로 자리 잡았네.
-소음 신경 안 써도 돼서 좋다.
집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악기 연주가 어서 손가락을 놀리라고 한다. 호통과 함께 알려주는 운지법을 배우고 기초 코드 두 개를 익히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그동안 내가 어느 시점에 들어왔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나름 조사를 해본 결과. 파워볼실시간
영상에서 얼핏 본 달력을 기준으로 약 석 달 전이고 멤마 브로치가 원래 일하던 주점에선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잘렸다고 한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이거 난이도 너무 놓지 않아요? 아무리 개인을 기준으로 측정되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건 악기 연주 달인이 와도 어려울 텐데.
-아무래도 그렇져. 도시 전체의 유명인도 아니고 주점 하나에서 이름 좀 알린 연주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야 한다는 건, 개인 능력으로 어찌하기 힘들져.
-측정불가 난이도는 다 이런 식이에요?
-아녀, 이 정도는 아닌데. 내가 봤을 땐 스크롤이 문제였던 거 같음.
-가능성이, 있어!
플레이 중에 고민해봐야 답이 없는 문제였기에 일단 거리에서 연주해도 들어 줄 만한 실력이 될 때까지 연습이다.
-이, 똥 손!


*

우기까지 1년.
“오늘도 연주하시나요?” “예.”
큐피드 광장의 벤치에 앉아 양철통을 앞에 놓자 옆 벤치에서 장사하던 유저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좌판을 정리하더니 신속하게 떠난다.
“야, 그거 왔다.” “사람 보고 그거라 하지 마. NPC도 인격이 부여된 지성체라고 공지 떴잖아.” “다른 NPC는 몰라도, 쟤는 그거 맞아.” “…….”
나를 두고 하는 말들.
뚜우웅~
현을 하나 튕기자 으으. 하며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
“어휴, 좌판은 접고 이동이라도 할 수 있지. 우리만 죽어나네. 정말. 에잉. 시청은 왜 저런 사람한테까지 허가를 내주고 지X이야!” 침을 탁 뱉으며 들으라는 듯이 욕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케이크 가게 사장. 나는 이런 주변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타 줄을 튕겼고 집 안에서 발견한 악보대로 연주했다. 케프는 물론이고 라임도 듣기 싫지는 않다고 했기에 나름 자신을 가졌으나.
휑 세이프파워볼
현실은 처참했다.
그때, 멀리서 묘한 복장의 남자가 내게 일직선으로 걸어왔다.
“혹시 저주를 받으신 적이 있습니까?” “뭐?”
“멤마 브로치, 당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원래 이런 흉악한 연주를 하시는 분이 아니었더군요. 중간에 방황하긴 하셨으나 그래도 나름의 평판 있는 기타리스트였습니다. 어떤 몬스터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원한을 사셨나요? 흡, 설마 더크뎀의 저주술사에게 밉보이셨습니까?” 장난 인가하여 유저의 얼굴을 쳐다봤으나 그는 진지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아이고오.

-아니야! 우리 헤일로 욕하지 마! 그냥, 손가락이 천재적으로 자유분방한 것 뿐이라구!
-야, 네가 더 나빠.
“퀘스트를 주실 게 있다면 제게 말씀하세요. 최대한 돕겠습니다.” 이 자식이? 내 연주 실력이 다소 부족하긴 해도, 저주 운운할 정도는 아니잖아.
[폐하, 기회입니다.] 기회?
[예, 저자에게 안나와 애니를 찾아 달라는 퀘스트를 주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이긴 하다만, 나는 그에게 줄 보상이 없다. [괜찮습니다. 퀘스트 보상은 후불이 국룰입니다.] 스트리밍에서 올라오는 반응을 유심히 살피던 케프가 특이한 단어를 배워왔다. 국룰이 뭐냐고 묻자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대강 암묵적인 규칙이나 관례 같은 것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으음.”
그의 눈을 보고 고개를 돌려 고민하는 척을 하자, 유저는 이거다. 싶었는지 밝은 표정이 돼서는 뭐든 할 테니 말을 해보라며 재촉한다.
“정말 할 수 있겠는가? 보통 일은 아니라네.”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일단 말씀이라도 해보시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후우, 석 달 전일세.” 아내와 딸이 사라졌다. 그들을 찾고 싶은데 나는 이 도시에서 나갈 수 없는 NPC라는 말을 하자.
“두 분의 성함이 어찌 됩니까?” “안나, 애니.” “아….”
“왜?”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 싶어 다급히 물었다. 파워볼사이트
“너무 흔한 이름입니다.” 고개를 내저은 남자는 내 손을 꼭 잡더니.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 어디입니까.” 거기까지는 나도 확실하게 모른다. 영상에서 본 게 전부인데.
“장소는 모르겠고 비 오는 날…, 이었던 것 같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자 유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 퀘스트,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유저:랑프롯체 프라인이 별들의 모험에 퀘스트 생성을 요청합니다.] [이미 생성된 퀘스트 발견, 불러옵니다…, 완료.] [퀘스트:멤마 브로치의 아내와 딸을 찾아라.] [소중한 가족이 자신을 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지독한 우울증에 걸린 멤마 브로치. 그는 술에 빠져 연주가에겐 최악의 병인 수전증을 얻고야 말았습니다. 그를 위해 가족을 되찾아 주십시오. 기쁨으로 병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수주하셨습니다. 추가 보상 제공 및 수주비용이 면제됩니다.
안나 발견 0/1 애니 발견 0/1 보상 : 멤마 브로치의 호의, 특별한 칭호, 비의 수레바퀴x1 추가 보상 : 탐색계열 무작위 스킬북 1개.
수주비용 : 0골드] “오오! 대박!” 그의 앞에 뜬 퀘스트 창을 보고 있던 나도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퀘스트가 생성될 줄이야. 그리고 보면 멤마도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하지 않았을까. [폐하, 불러왔다는 문구가 등장한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이미 의뢰소 같은 곳에 등록해둔 게 아닐는지요.] 그럴듯하다. 우리가 사람이 실종되면 경찰서에 가듯 이곳은 시청이나 의뢰소에 가니까.
그렇단 말이지. “좋은가?” “예?”
“보상이 좋냐는 말일세.” “아, 예. 솔직히 멤마 브로치 씨처럼 도시마다 흔히 있는 NPC가 주는 퀘스트 치고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세이프파워볼 .” 퀘스트를 받아서인지 좀전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유저.
“소문을 내주게.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두 사람을 찾으면 자네에겐 무조건 보상을 지급하겠네.” “정말입니까? 약속하신 겁니다.” “아무렴.” 그 길로 유저는 돌아갔고, 나는 자리에 남아 내게 할당된 시간까지 벤치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병아리가 왜 알을 깨고 나오는지 아나? 답답해서, 알 안은 답답하거든. 네 손가락처럼 말이지!
다음날.
그 묘한 복장의 유저가 소문을 제대로 냈는지, 내 벤치 주변에 사람이 잔뜩 모여 진을 치고 있었다.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이야, 잔머리 하나는 비상하게 굴린다더니.
-명불허전.

-이 집 잘하네.
“커흠.”
인기척을 내자 무언가 대화를 나누던 유저들이 홱, 나를 돌아본다.
“멤마 떴다!” “오셨습니까!” “제게도 퀘스트를!” “퀘스트!” 약 서른 명에게 퀘스트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고 오늘도 연주를 시작했다. 사람이 모여 있었다가 흩어져서 그러지 어제만 해도 이 시간이면 재빨리 좌판을 정리하던 옆 벤치의 유저가 날 물끄러미 본다.
한 곡이 끝나고 잠시 쉴 겸 물을 마시는 데.
땡그랑
간만에 듣는 동전 소리.
“멤마 브로치. 안나를 찾나?” 벤치의 유저가 보던 건 내가 아니라, 내 뒤의 이 남자였던 모양.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중년.
“자네도 퀘스트를 받으러 왔다면 조금만 기다리게.” “포기해라. 그들은 네게 돌아가지 않아.” 확신 어린 어조. 이 남자, 뭔가 알고 있다.
“이유는?” 선글라스 위로 드러난 눈썹이 꿈틀거린다.
“알 것 없다. 알아도 소용없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포기해라. 나는 그 말을 전하러 왔다.” “잠깐, 기-” 흩어지듯 사라지는 남자의 신형. 유저가 접속을 종료할 때 나타나는 현상.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떡밥 쏟아졌죠.
-뭔데, 저 아저씨 뭐냐고.
-지금 별들의 모험에 접속 가능하신 분?
-저 시간대를 어떻게 특정해서 들어가냐. 그럴 능력이 있으면 이거 안 봄, 이미 들어갔지.
-흥, 볼 수도 있지!
-스크롤에 등록된 시간대는 신성이라도 건드릴 수 없다. 세계의 의지가 선을 독립시키니까.
-아하. 오늘도 하나 배워갑니다. 오픈홀덤
-여러분,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네? 무슨 일이 있나요?
-헤일로가 돈을 벌었어요!
-앗!
-엇!
-헛!
…….
케프, 짐작되는 건? [송구하옵나이다.] 정체불명의 남자. 그는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양철통에 두 번째로 돈을 넣은 사람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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