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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플레이어로군.” “그렇다.”
“알고 있소? 본장에게 패하면 아군의 병사로 평생 일해야 하오.” 하오체라.
하오체는 신분이 나와 동등하거나 낮은 사람에 하는 높임말.
[헤일로, 당신도 똑같이 대해주세요.] 내가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정령, 라임의 목소리는 바짝 날이 서 있었다.
좋지.
“상관없소.” “후후, 영속노예가 될지도 모르거늘. 오시오, 도전자에게 선공을 양보하겠소.” 양보한다는 말에 나는 느긋하게 소지품 페이지에서 케스탈에게 선물 받은 핸들 스틱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스틱은 의지력과 관련된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힘을 가졌다.
‘심속화, 산성 부여.’ 스틱과 함께 몸이 검녹색의 연기로 화하자 주유가 흥미로운 표정에서 서서히 경악으로 변한다. 여기에 팰리스까지 기동.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입자에 달라붙어 보호와 강화를 덧씌웠고 막대한 의지력 강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13,500개의 틀이 허공을 빼곡히 메웠다. 세이프파워볼
“잠-”

커다란 소리일지언정 난잡스럽지 않은 총성이 짧게 울렸고 주유와 기계 말이었던 무언가는 다리와 함께 강 저 깊은 곳으로 매몰되었다.
“다음?”
불불마블을 하던 병사들이 던진 주사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
보상의 방.
[일반 보상 지급 완료.] [선택 보상.] [발견물 : 불불마블, 계마(械馬), 환기(換器)] 계마는 장수들이 타고 있던 기계 말, 환기는 바뀌는 무기였다.
‘셋 중 하나라. 말이야 팰리스가 있으니 필요 없고, 무기도 스틱이면 충분.’ 쓸만한 게 없다. 꽝이라면 꽝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지.
‘너무 빨리 클리어했어. 좀 살펴볼 걸 그랬나.’ 어쩔 수 없지.
“불불마블.” 보드게임판과 말, 주사위가 들어 있는 박스가 내 손 위에 떨어졌고 개봉함과 동시에 표면세계에 집어넣었다.
“케프, 모스. 체스 하다 지루하면 애들이랑 같이 해.” [그리하겠습니다.] 모스는 낮게 우는 거로 답한 후 경인족으로 변해, 보드게임의 뚜껑을 열어 살피더니 눈을 반짝인다.

[운에 맡겨서 땅을 차지하는 놀이라, 헤일로. 너를 위한 게임이다.] 3층에서 운 좋게 네가 다 해 먹었다는 걸 비꼬는 모스. 나는 픽 웃고 말았다. 틀린 말도 아니거니와, 저렇게 삐친 모스를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케프와 레스, 모스, 라임이 둘러앉아 각자 말을 정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을 보곤 다음 보상으로 눈을 돌렸다.
[장수 등용 기회] [1. 요화] [2. 주유] [해당 장수가 거절할 수 있습니다.] [설득 가능] 둘이 삼국지 인물인 건 알겠는데, 상세 내용은 잘 모르기에 레스를 잠시 불러 조사를 부탁했다. 마침 무인도에 갇혀 있어서 지루하던 참이라며 히 웃고는 정보를 찾아왔고 수수료로 금화 몇 개를 받아 갔다.
레스가 총합한 몇 줄의 글귀를 살펴본 결과.


주유는 일류 지장, 요화는 이류 맹장이라는 평이다. 현재는 어떨지 몰라도, 레스가 평하기에는 그렇다.
‘지장인 주유가 무력으로 요화에게 승리할 정도면, 압도적이라는 거네.’ “주유.”
[해당 장수가 거절합니다.] [설득하시겠습니까?] “예.”
[설전 개시!] 보상의 방에 중국 고대 시대의 목제 집이 생성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책상 위에는 돌돌 말린 죽간들이 쌓여 있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흐릿한 먹향이 코끝을 스친다.
똑똑
“들어오시오.” 나무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것을 무시하며 들어섰다. 방에는 대낮임에도 호롱불을 켜 파워볼사이트 올려놓은 책상 앞에 앉아 붓으로 무언가를 써 내리는 주유가 보였다.
“거절하겠소.” 내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부정하는 그.
“이유를 말해주시오.” 침대로 여겨지는 병풍 앞 단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니, 주유가 붓을 내려두곤 이쪽을 돌아본다.
“내겐 평생을 함께할 주군이 있소.” “언제적 주군 말이오.” 레스가 찾아온 기록은 사후세계에서의 주유에 대한 기록을 봤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초반의 행적 정도는 알 수 있는 정보. 손책과 함께하다 모종의 사건 후에 고별한 후, 장각을 군주로 삼았다가 때론 본인이 군주로 군림해 필드를 호령했다고 한다. 보다시피 최종적으로 다시 손책에게 돌아간 모양이지만.
주유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쓰던 죽간을 돌돌 말아 봉하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벗, 백부 아니겠소.” ‘백부? 레스, 백부가 누구야.’ [손책의 자가 백부래.] “벗이라는 자가 그대를 왜 이런 난제에 방치해뒀단 말이오?” 나를 향해 돌아서던 그의 몸이 멈칫한다.
“깊은 뜻이 있지 않겠소.” “내, 기록을 살펴보기에 그대는 일류 지장으로 등록되어 있소.” “헛된 기록에 불과하오.” “들어보시오, 그대의 벗은 일류 지장보다 뛰어난 지략을 가졌소?” “…군주의 명에 따르는 게 신하의 도리라오.” 오, 아니라고는 안 하네. 좋아, 긁어보자.

“댁은 사후세계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을 것이오. 그런데 고작 1년 남짓한 내게 무력으로 패배하고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단 말이오?” “1년이라고 했소?” “의심스러우면 도시, 페이퍼 롤에 삼통을 찾아가면 나에 대한 걸 알 수 있을 거요. 그보다, 억울하지 않냔 말이오. 군주라는 자가 그대의 성장을 막고 있잖소. 그대는 이딴 난제에 갇힐 인물이 아니오! 내가 다 분통이 터지는구려. 삼국지의 영웅이 일초지적이라니.” 주유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만 묻겠소. 여기에 얼마나 갇혀 있었던 게요.” “모르오.”


“모른다니?” “밖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이곳의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는 뜻이오.” “사후세계에서 몇 년을 활동하고 여기에 들어왔소.” “31년.” 세이프파워볼
미친놈이.
“당신은 여기서 대체 얼마나….” “‘징집령’과 관련된 난제는 사후세계 시간과 동일하게 흐르오.” “그래도 2천 년이 넘소!” 주유의 기록이 초반부만 있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나.
“괜찮소.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오.” “진짜 괜찮소? 정말? 당신의 부모에게 맹세코 거짓이 아니라 말할 수 있소?” “그건-”
“부모님과 만난 지는 얼마나 되었소. 형제는? 딸은? 아내는?” 그는 눈가를 바르르 떨었다. 쥐고 있던 붓이 툭, 반으로 꺾인다.
“나를 군주로 모시라고는 하지 않겠소. 그저 옆에서 생각을 빌려주시오. 그리고 지금 당장 그대의 가족을 모시러 가겠소. 아내가 보고 싶지 않소? 듣기로는 강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들었소만.” “틀렸소.”
이런, 너무 급했나.
“강동이 아니라 천하제일미녀요.” 아하.
“하나만 약속해주시오. 나의 벗을 적으로 만나게 되면 한 번은 양보해주시구려.” 세상에, 2천년을 호구잡히고도 저런 말을.
“그리하리다.” [장수 등용에 성공합니다.] [펜타페이지 플레이어:헤일로가 필드:천하에서 ‘군주’로 등록됩니다.] [타 군주의 장수를 영입했습니다!] [필드:천하 전체에 당신과 주유에 대한 소문이 퍼집니다.] 주유와 방이 사라지고, 다시 보상의 방으로 돌아왔다.
[장수 대기소 설치권, 지급.] [*장수 대기소를 건설하시면 등용한 장수가 표면세계에 기거할 것입니다.] [장수 대기소 설치 위치를 지정해주십시오.] ‘같은 지략가인 케프와 가까이 두자.’ 표면세계의 가장 아래쪽은 해안이고 그 위로 레스의 오두막, 케프의 간이 실험실, 산맥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실험실과 산맥 사이에 설치.” 실험실의 뒷마당, 꽤 넓은 공터에 영역을 지정.
[형태를 설정해 주십시오.] [1. 군대형] [2. 아파트형] [3. 호텔형] 호텔형이 시설이 가장 좋을 게 뻔하기에, 3번의 상세 설명을 읽었다.


[호텔]
[시설:최상] [빈방:10개] 아, 방에 제한이 있구 오픈홀덤 나. 아파트랑 군대는?
[아파트]
[시설:중상] [빈방:30개] [군대]
[시설:최하] [빈방:100개] 오케이.
‘소수정예가 내 신조니까.’ 천층탑의 주거민 99만 명이 물음표를 띄운다.
뭐, 어쩔 건데.

“호텔.”
외관도 고르라기에 그냥 케프에게 맡겼다. 그랬더니 캣츠파이어의 심볼인 고양이가 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앰블럼이 박힌 10층짜리의 소소한(?) 건물이 지어졌다. 1층에서 9층까지는 전부 수영장과 뷔페식당, 단련실을 비롯한 서비스 시설이었고 최상층만 숙소. 그 덕에 해변 전망이 끝내주는 호텔이 만들어졌다.
[표면세계에 ‘지장:주유’가 방문합니다.] [‘지장:주유’가 장수대기소를 찾습니다.] 오, 이쪽 인물은 몇 번째 페이지 플레이어가 아니라 저렇게 적히는구나.
나중에 알아보니, 이 필드에서 최초 플레이어 등록한 자들은 본인이 이름 앞에 붙는 미사여구 및 호칭을 수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저건 주유가 ‘나는 지장입니다!’라고 써 붙인 것.
“어서 오시오.” “놀랍습니다. 여기가 주군의 표면세계입니까?” 주유의 말투가 바뀌었다. 이전처럼 하오체를 쓰며 편하게 지내자고 해도 강경하게 거절하기에, 나도 높힌다고 하자 이건 또 괜찮은지 편한 대로 하란다.
“그래.”
“이리도 넓고 생동감이 넘치는 세계라.” “주민들과 함께 공을 들였지.” “앞으로 눈이 호강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머물 대기소는 어딘지요?” 손가락으로 주유의 뒤에 있는 5성급 호텔을 가리켰다.
“하하, 농담이 과하십니다.” “그대가 첫 방문객이니 원하는 방을 고르도록.” 주유는 그제야 농담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침을 꿀꺽 삼킨다.
“숙소는 10층이다.” 얼떨떨해하는 그를 호텔 안으로 밀어 넣자 층을 오를 때마다 감탄한다. 로투스바카라
‘다른 생각이 있어 내게 합류했다 하더라도, 쉽게 나갈 수는 없을 거다. 주유.’ 낙원이 따로 있겠는가. 지성체를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는 내 표면세계가 낙원이다.
보상 선택은 끝. 비평과 댓글란은 예전, 비공정 도플갱어 때처럼 비어 있었기에 다섯 번째 비밀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탈하시겠습니까?] “예.”
*
눈을 뜨자 그 여성이 나를 반겼다.
“승리하셨군요. 상대가 누구였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주유였습니다.” “주장군을 상대로…. 대단하십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아니셨군요. 제가 실례를 범했다면 용서해주시길.” 당신이야말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지 않냐고 묻고 싶다. 처음부터 느꼈지만, 여성의 저 기품 넘치는 행동과 언행은 귀족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소지품 페이지에서 일반 보상으로 받은 등급 상승권과 영역 확장권, 자동 추수권을 여성에게 건네자. 그녀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고맙습니다. 떠나간 분들이 돌아오시면 달라진 마을에 기뻐하실 겁니다.” 그녀는 즉시 세 가지 물품을 사용. 나는 마을이 변화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구경하기 위해 팰리스를 기동 시켜 하늘로 올랐다.
나무 울타리가 사라지고 저 멀리, 계곡을 제외한 모든 방위에 높은 성벽이 솟구쳤다. 낡고 초라하던 건물들은 새것으로 교체되었고 마을을 횡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생겨났으며 곳곳에 가로수가 비치되었고 최종적으로 중앙 광장에 커다란 분수가 건축되었다.

집에서 나온 여성은 달라진 마을 풍경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상으로 내려온 내게 양해를 구하고 광장으로 달려가더니 새롭게 지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거래소] 파워볼게임

여성이 입구 부근에서 흥분한 얼굴로 가쁜 호흡을 다스리고 있어, 연유를 물었다.
“이걸로, 저희 마을이 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장군들이 가져다 놓은 징집령에 의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마을의 거래소를 이용하면 되지 않냐는 말에, 여성은 사후세계에 화전 마을의 주민으로 등록된 이상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참, 너그러운듯하면서도 이런 면에서는 단호한 사후세계다.
여성이 진정되길 기다렸다가 궁금했던 점을 물으려던 순간. 본래의 분위기를 되찾은 여성이 내 소매를 붙잡는다.
“부디, 저희 마을의 현장(縣長), 그러니까 촌장이 되어 주십시오.”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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