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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속성, 11억 7천…] [사후세계:정령도시는 속성부여 권한을 계약자인 펜타페이지 플레이어:헤일로에게 임시 위임합니다.] 나?
-어머, 정령도시의 의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네요.
빙긋이 웃는 라임에게.
“골라요.”
-네?
우리는 이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주체적인 선택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레스의 경우 또렷한 자아 형성에 스크롤과 관련된 특별한 기능을 끌어냈다.
라임이 의문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에, 표면세계 위로 생성된 속성 선택 페이지를 그녀 앞으로 돌려놓았다.
“원하는 속성.” -헤일로, 평생 단 한 번 있는 기회를 제게 양보하고 있는 거예요.
무슨 상관이람.
무언으로 답하자, 그녀의 입매가 곱게 호선을 그린다. 그리곤 부채의 끝으로 페이지를 이리저리 휘적이더니, 무엇 하나를 꾹 누른다.
[선택 완료.] 금빛으로 빛나던 서기관의 손이, 나타났던 구멍을 통해 사라지고 라임도 빛나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로투스바카라
[수호의 정령:라임] 수호.


의외다. 선택지를 얼핏 봤을 때, ‘무한’이나 ‘나선’ 같은 희귀한 속성도 많았다. 표면세계 주민들끼리 알력 싸움이 상당해서 우세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속성을 고를 줄 알았더니.
[수호의 정령:라임의 정령력이 계약자에게 깃듭니다.] [네임드:세라 쟈 드레이시의 몹시 뛰어난 주술이 대상 정령과 계약자의 연결고리를 굳건하게 합니다.] [펜타페이지 플레이어:헤일로의 혼격이 ‘조금’ 상승합니다.] [변이 발생!] [‘잠재 스킬:정령화’가 ‘유니크 스킬:라임화’로 변이!] 정령화 대신 라임화가 생겼다.

-소환술사가 아닌 사람이 정령화를 하려면 많은 의지력이나 정령석을 소모해야 하지만, 계약한 정령이 있다면 해당 정령을 몸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어떤 소모도 없이 정령화를 할 수 있어요. 정령왕님의 경우엔 라임하고만 계약을 하겠다고 선언하셔서 그런 이름의 스킬을 배웠나 봐요.
표면세계에서도 서기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설명을 덧붙이는 세라자드.
그렇구나.
책의 스킬 페이지에 백금색의 글씨로 스킬명이 새겨진다. 앞을 보자 라임은 아직도 여운을 즐기는지 눈을 감은 채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고 있어서 스킬의 상세 설명을 눌러 확인.
[유니크 스킬:라임화] [라임화]
두 줄이 전부.
음?
라임화 글씨가 깜빡이기에 눌러보니.
[라임화 시 ‘통곡의 벽’ 효과 발생] [*통곡의 벽 : 헤일로에게 적대적인 모든 개체의 공격을 정령력 소모 없이 동일한 힘으로 받아친다.] 모스를 상대로 버티던 그 기술인데, 정령력의 소모가 없다. 이게 사실이면 그때 예고했던, 표면세계 주민 전체를 상대로 무한히 버틸 수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헤일로가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대상에게서 안전할 수 있는 속성을 골랐어요. 로투스홀짝
스킬을 살피는 동안 어느새 내게 다가온 라임. 그녀가 말하는 대상은 고민할 것도 없이 모스. 정말 수호 속성으로 놈의 간헐적 스토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녀에게 속성 선택을 양보한 건 신의 한 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맙네요.”
-뭘요. 제가 더 고맙죠.
나와 라임이 눈으로 교감을 나누는 동안 옆에서 벙쪄 있던 두 사람 중, 델라가 먼저 정신을 차리곤 다가오며 물었다.

“그, 저, 누구세요…?” 그에 라임은 내게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하더니 한 발 뒤로 물러서선 델라의 모습으로 화한다.
“이제는 헤일로의 수호 정령, 라임이라고 합니다. 한때는 델라, 당신의 이름을 훔치기도 했었죠. 그때는 실례가 많았어요.” …….
내 이름을 꼭 앞에 붙여야 하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어릴 때 반강제적으로 봤던 유아용 만화가 떠올라 부끄럽다.
“제가 아는 도플갱어가 아니군요. 하지만 당신 안에 있는 거죠?” “예.”
“다행이네요. 제가 도울 건 없을까요?” 페이퍼 롤에서 시장이 되는 조건은, 유명인이거나 존경받은 현인일 것. 허면 이 정령도시의 시장은 어떠한 기준으로 뽑는가. 나는 감히 예측건대. 순수함과 공감력이 우선되고 그 이후에 정령력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순하고 착해빠진 정령을 지도자, 공주로 세웠을 리가 만무하니까. 결코 자신을 복제해 정령력의 절반을 강탈한 이에게 보일 태도가 아니다.
“저는 되려 당신에게 무언갈 해주고 싶군요. 헤일로를 만나게 해주셨으니까요.” “아니요, 저에게 무엇이든 부탁하세요. 정령도시의 시장으로서 명령이에요.” “저는 헤일로 소속이라 당신의 명령을 수행할 이유가 없답니다.” 두 사람은 묘한 대치를 이뤘고 그를 뒤에서 떨어져 지켜보던 나타샤가 한숨을 쉬고는 소리를 빽 지르며 나섰다.
“시끄럿! 포옹 한 번 하는 거로 끝내. 라임은 정령도시의 최고 권력자의 향기가 묻어서 좋고, 델라는 라임을 안아서 좋고! 됐지?” “안아서 좋다는 게 무슨 말이야!” 델라가 반박하지만, 등을 떠미는 나타샤 때문에 결국, 두 여인은 긴 포옹을 나눴고 떨어질 땐 가족을 떠나보내는 듯한 아련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세이프게임
라임은 나를 제외한 타인에겐 상대와 동일한 반응을 한다. 하여, 두 여성이 곧 눈물을 떨어트릴 것처럼 울상을 지었고 이에 나타샤는 연거푸 숨을 내쉬며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한참 저러고 있을 거 같으니까. 우리끼리 일 이야기 끝내자.” 아주 바라 마지않던 제안이다.

우리는 바 테이블에서 사무실 책상 위로 자리를 옮겼다. 나타샤가 저쪽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근데 그거 알아? 너 프로포즈한 거야.” “무슨 프로포즈.” “너 이외의 정령과는 계약하지 않겠어! 이거, 정령들 사이에선 결혼할 때 쓰는 말이라고.” 몰랐다.
“그런데, 너 관찰의 정령이랑 이미 계약했잖아.” “그렇지.”
“넌 대놓고 첩을 들인 거야.” “레스는 내 동생이고.” “거 봐, 딱 바람 피는 정령이 하는 말이네.” …….
“변명은 됐어, 앞으로 처신 잘해. 쟤는 알면서도 계약한거 같으니까.” 으음, 그렇게 여겨질수도 있겠다.
“알았다.”
“마이닝시티에 배달할 물건은 잘 가지고 있지?” “물론.”
“마이닝시티에서 필요로하는 수량 먼저 확인해. 줄 만큼 주고 남으면 너 써, 괜히 더 뜯기지 마.” “그러지, 잠깐만.” 나는 줄 게 있다고 하며 어제 출납관리원에게 받은 검은 상자를 내밀었다. 안에는 케프가 쪼갠 청광석 구슬 절반이 담겼다. 그 자리에서 열어서 확인하는 나타샤.
“이게 뭔데?” “파이락시드 보다 좋은 성능을 내는 광물. 나 혼자 쓰기엔 너무 많더라, 도시 자원에 보태 써. 가공 잘하면 비싸게 팔릴 거다.” “어젯밤에 캔 게 이거였어?” “…알고 있었나?” “졸음과 어둠의 정령이 아침에 보고하더라. 종유석 동굴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헤일로가 나갔다. 뭔가 챙긴 거 같다.” 그리 말하고는, 다시 내게 검은 상자를 돌려주는 나타샤.
“네가 발견한 거야. 네가 써. 너도 참 어지간하다. 다른 도시에서는 이렇게 헤프게 퍼주지 마. 우리도 양심이 있어.” 상기된 얼굴로 내게 다시 상자를 돌려주는 나타샤. 그녀가 어째서 미모라는 속성을 가졌는지 처음으로 이해한 순간이었다.
포겐이 빠진 덴 다 이유가 있구나. 파워볼사이트
나는 태연하게 상자를 되받아 케프의 작업장에 넣었다.


“더 할 말 없지? 거기 둘. 헤일로 간다니까 그만 징징대고 떨어져.” 나타샤의 말에 잡고 있던 두 손을 놓는데, 그 모습이 꼭 헤어지는 연인을 보는 듯하다.

“언니!”
“그래 동생. 잘 지내.” 라임이 언니로 불리는 거로 봐서, 두 사람은 그새 의자매를 맺은 모양.
“어서 가!”
나타샤는 일하느라 사무실에서 인사했고, 델라는 도시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다길래 나도 편하게 이동하고자, 라임을 몸에 불러들였다.
“라임화.”
몸이 투명해지며 무게가 사라져 매우 편한 상태가 된다. 전과 다른 것은 라임의 목소리가 좀 더 직접적으로 들리는 느낌.
익숙해진 정령도시의 상공을 날아, 주변 정령들에게 인사를 받으며 처음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에 내려섰다.
“엇.”
그때 우리를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 줬던 문지기가 나를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웅님! 나타샤 님께 정말 말을 전해주신 게 맞습-” 못 본 체했다.
“델라, 저희 갈게요. 먼저 들어가요.” “고마웠어요. 잊지 않을게요.”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으며 내게 인사하는 델라와 헤어져 완전히 도시 밖으로 이탈.
책에는 기록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을 안겨준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
빙하지역에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전신을 할퀸다. 모닥불을 피웠음에도 살이 떨리는 것이 보통 추위가 아니다. 포겐과 함께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환경. 아더넷에서 알아보니 사후세계의 도시밖 환경은 무작위나 다름없어서 어제 얼음이 녹을 정도로 더웠다 해도 내일은 블리자드가 몰아치기도 한단다.
“케프.”
[예, 폐하.] “그건 언제 만들어지지?” 케프는 임시 탈것을 만들고 있다. 이론상 라임화 상태로 날아가면 될 것도 같지만, 속도가 문제다. 정령력을 원활하게 활용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인지라 가속을 할 수 없다. 기껏해야 동굴 속을 비행하던 그 속도가 최대인데 고작 시속 30km 될까 말까 한 속도. 차라리 전력 질주하는 게 낫다. 세이프파워볼
[지금 막 완성되었습니다.] 케프가 소형 검은 상자에 완성된 물건을 담자 레스가 머리에 이고 소지품 페이지로 넘어가 툭 떨군다. 그러자.
[소지품 열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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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검은 상자 : 캣츠파이어식 픽시, 10/1000] [금화 103,355개] 픽시가 뭐냐는 나의 질문에 레스와 케프는 픽시드 기어 바이크라는 말을 줄인 거라며 설명을 쭉 하는데, 잘 모르겠고 내가 보기엔 좀 날렵하게 생긴 자전거다. 기어가 따로 없어서 그냥 밟기만 하면 된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
소지품에서 소형 검은 상자를 꺼내 열었다. 미니어처처럼 작게 들어가 있는 자전거를 잡아 빙판 바닥에 놓자 원래 크기대로 커진다.
“케프, 이건 뭐지?” 픽시는 날렵함의 대명사라던 케프의 말과는 달리 안장 아래쪽에 투박한 모양새의 기계가 달려 있었다.


[비공정 엔진은 연구가 끝나서 달아봤습니다. 폐하.] 내가 잘 못 들었나.
“비공정 엔진은 이거보다는 컸던 걸로 기억한다만.” [저희 기술을 일부 접목해서 만들었습니다. 저희 연구원끼리는 X기체 프로토타입 1호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기체에 달아야 할 엔진을 자전거에 달았다?’ 날 죽일 셈이냐.
[소형화하면서 출력이 극단적으로 줄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의 옥체에 누가 생길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합니다.] 학자 인공지능의 말도 일단은 케프의 말이니까. 믿자. 밤새 얼어붙은 텐트를 털어서 잘 말린 후 접어서 배낭에 넣고 모닥불을 껐다. 정리가 끝나고 다시 살피니 얼음 위에 검은 재가 남았기에 발로 슥슥 밀어 그마저도 지우곤 픽시에 올라탔다. 자전거는 새벽 신문 배달할 때 질리도록 탔기에 어느 정도 자신 있다. 문제는 “이거 왜 브레이크가 없어.” [폐하, 픽시는 속도를 추구하는 자전거로 브레이크 같은 건.] “달아.”
[속도…] 파워볼실시간
“당장.”
[예, 예에. 폐하.]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시 브레이크가 달린 픽시 자전거나 나왔고, 나는 혹시 몰라 머리를 보호할 만한 걸 케프에게 달라고 하여 은색의 공사용 안전모를 썼다.
달려볼-
브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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