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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의 도움과 염동으로 부서진 크리스탈 조각을 모아 탑처럼 쌓고 기다렸다.
이윽고, 진화 게이지가 끝에 이른다.
[미지의 힘을 머금은 크리스탈 더스트 -> ?] [진화 선택]
[1. 크리스탈 볼] [2. 더스트 클라우드] 크리스탈 볼은 구체 형태의 수정, 더스트 클라우드는 부유하는 먼지구름.
두 개의 선택지 모두 상세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진화는 아닌 듯.
“크리스탈 볼.” 선택과 동시에 크리스탈 조각들이 가루로 변했다가 원형으로 다시 뭉친다. 시점이 올라간다. 자동으로 몸이 부유했고 이동이 자유롭다.
‘염동력도 강해졌어.’ 이전에는 방석의 금수실 하나를 겨우 잡아당겼다면, 지금은 방석을 들어서 옮길 정도.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형제는 늘 신선하군.
날 음식처럼 말하지 마.
보란 듯이 제지리에서 한 바퀴 휙 돌자.
휘이잉
크리스탈 볼의 중심에서 흡인력이 발생한다.


[이건…!]
-중력. 알퐁 호링의 체내도 중력이 작용하고 있었지.
알퐁 호링은 은하를 삼킬 정도로 거대하다지 않은가. 그만한 질량이면 당연히 중력이 작용하겠지. 파워볼사이트
그런데, 나는 고작해야 1kg 될까 말까 한 무게.
[폐하.]
“그래, 이 능력을 강화하면 되겠구나.” 나와 케프가 성장 방향에 대해 의논하는 동안 모스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살피더니 나를 부른다.
-그런데, 헤일로.
“음?”
-진화게이지 라는 게 뭐지.

!
“보이는 거 다 말해봐.” -경인, 성장 선택, 각력 강화, 지느러미 강화, 동족생산.
잊고있었다.
이 녀석의 근본적인 능력은 진화가 아니라, 복제.
‘그새 겨우 하나 있는 스킬을 복사해갔네.’ 하아.
‘이번 이야기에서만큼은 알퐁 호링을 상대하는 동지다.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에피소드 스킬 불굴의 진화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 모스는 브흐으 하고 웃더니 동족생산을 선택.
-동족생산
손바닥의 물갈퀴에서 물이 맺히더니 구체를 이룬다. 원형의 세이프게임 물방울 안에 작은 경인들이 태어처럼 웅크린 상태로 생겨났고 그걸 허공에 놓아두듯 떼어낸 모스는 같은 행위를 몇 번이고 반복해 거실을 커다란 물방울로 가득 채웠다.
“부화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하루.
“성체까지는?” -하루.
이틀 만에 분만과 성장이 끝나는 미친 종족의 탄생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알퐁 호링과의 전투에선 네 능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스] -안다. 그러나 나는 낳는 자. 삶을 잉태시키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다. 헤일로와 대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지.
날 보고 씩 웃는 모스. 어깨가 있다면 으쓱하고 싶다만.
“중요한 건, 과인과 모스는 일정한 조건만 만족시키면 눈에 보이는 성장이 가능해졌다는 게다.” [저도 알퐁 호링과의 전투가 없으면 15만 년째 진행 중인 ‘인피니티 네륨’연구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네륨?” [쉽게 말해, 저희 캣츠파이어가 희망하던 무한동력입니다. 원리를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괜찮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러면 당분간 알퐁 호링과의 충돌을 자제하고 성장 및 연구에 집중한다. 이의 있나?” -동의한다. 형제.
[알겠습니다. 프랑크와 샬롯을 불러들이겠습니다.] 케프가 마련한 넓은 장소로 이동하려는 때에 조수가 망설이는 기색으로 말을 걸었다.
[앞으로 감정센터는 필요 없겠군요.] [박사와 조수는 연구시설로 배치받을 거다.] [알겠습니다. 성과를 내서 반드시 박사 학위를 받아내겠습니다.] [훌륭하다. 기대하지, 조수.] [예, 창조주.] -날 잡아라.
“나보고 한 말이냐.” 크리스탈 볼이다. 노래방에 달린 미러볼처럼 생겼는데 잡긴 뭘 잡아.
브흐으
-무력한 모습도 봐줄 만하군. 워프.

*
진화게이지 충족 조건은 단순히 흡인력을 얼마나 많이 발생시켰는가, 였기에 성장은 어렵지 않았다. 모스 역시 선택지로 고른 능력을 활용하는 횟수에 비례해 게이지가 찼다. 나와 다른 점은 진화가 없고 성장의 연속이라는 점. 파워볼게임
알퐁 호링은 여전히 우주를 떠돌며 은하를 먹고 다닌다. 아직 한 번에 삼킬 정도는 아니라고는 하나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제곱으로 늘어나는 놈의 면적을 계산해봤을 때 남은 기간은 길어봐야 한 달.
그런 와중에 가장 먼저 수련의 완성 단계에 도달한 것은 케프였다. 모스와 내 앞에 서서 인피니티 네륨을 자신의 이마에 박아넣으며 시범 보이길.


[무한 동력 일체화] 강렬한 빛이 뿜어질 거라 예상하고 눈을 감는 상상을 하는데, 반대로. 우주보다 검은빛이 팔방으로 휘날린다.
케프는 아무런 동요 없이 시동어를 뱉었고.
[은하제국 격납] 우리가 있던 수련실을 시작으로 정거장, 행성 채굴기, 정찰선, 호위선을 포함해 모든, 우주의 절반을 지배한 은하제국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제 몸을 갉아 타오르는 항성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건, 원리가 궁금하구나.” [네륨과 연동된 모든 기체를 원자분해하여 하나의 좌표로 워프시켰습니다.] 육구없는 고양이 손으로 이마를 건드리는 케프. 검은 빛줄기들이 사그라든다.
-재밌군.
[너 재밌으라고 만든 거 아니니까, 신경 끄도록.] -브흐으으.
[폐하의 감상이 어떤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이러려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일인제국. 저 1m 남짓한 몸체에 우주를 지배한 제국이 들어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손이 있다면 케프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심정이다. 하여, 염동력으로 귓가를 살살 긁어주자.
[영, 영광입니다. 폐하.] 케프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는 순간.
[네임드 등장!] [캣츠파이어 은하제국의 창조주, 케프] [네임드로 등극 된 세계에서는 능력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서기관의 음성 뒤로 방정맞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것 보세요 여러분. 헤일로를 폐하라고 부르는 케프, 아실 분은 다들 아시죠? 쉬쉬하면서 도는 그 영상에서 ‘아들’을 자처했던 녀석입니다. 인기 순위 3위요. 예예, 맞습니다. 고 귀여운 것이 벌써 네임드가 되었군요. 신성과 계약 하지 않고 자력으로 격을 상승시켰다는 게 무척 놀랍고 대견합니다.] 또 시끄러운 놈이 나타났다. 허락도 없이 중계하는 놈. 이름이 뭐랬더라.


[앗, 헤일로가 저희를 보는군요. 인사해줍시다. 안녕~] 놀리는 건가.
[오! 또 방대한 양의 혼력이 움직입니다. 이번에는 그의 옆, 인기 순위 2위에 빛나는 녀석에게 가는군요. 조용히 지켜보도록 하죠.] -브으. EOS파워볼
희열의 울음. 내게 체스로 이겼을 때 내는 소리와 유사하다.
손바닥만 하던 모스가 점점 커진다. 사람의 키를 넘어 건물 크기까지 도달하는 것까지는 놀랍지 않았다. ‘물’에서 활동할 당시보다는 훨씬 작았으니까.
내 생각을 비웃듯이, 성장 속도가 몇 배로 불어났고 이 수치를 면밀하게 관찰한 케프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똑같습니다.] “어?”
[알퐁 호링이 커지는 수치와 동일합니다. 이대로라면-] 그 금붕어 놈과 같은 크기까지 늘어난다는 소리.
[놈을 넘어설 겁니다.] 모스는 복제한 것을 가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최적화된 생물. 예컨대 좀비캣이 나타났을 때 등장한 적고래를 생산한 것처럼. 변수 대응에 뛰어나다. 그런 태생적 능력과 내게서 복사해간 불굴의 진화가 만나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소행성 크기로 늘어난 모스는 여전히 브흐으 울며 성장의 기세를 줄이려 하지 않았다. 거대한 질량에 위협을 느낀 케프는 나를 안고 워프로 멀어졌다.
3분 후. 모스는 항성을 집게손가락으로 쥐고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입안에 떨어트린다. 우물우물 씹던 녀석은 웩, 뱉어내더니.
-내 취향은 아니야. 알퐁 호링은 이런 걸 어떻게 먹나 모르겠군.
주황색이었던 항성은 모스의 입에서 나온 순간 백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순간에 수억 년 늙어버린 것.

멈출 것 같았던 성장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우리의 시야에 보이는 거라곤 모스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꼬리지느러미가 전부였다.
[네임드 등장!] [무한성장종, 모스] [네임드로 등극한 세계에서는 능력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봤죠? 여러분. 헤일로 근처에만 있으면 특별한 구경은 다 할 수 있다니까요! 왓, 후원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네? 헤일로 주라고요? 우리 우주로 오지 않는 대가로? 힝, 알겠습니다. 말은 해볼게요. 어쨌든 이렇게 여러분들이 최애 로투스홀짝 캐로 꼽는 두 명이 네임드에 도달했네요. 혼격의 상승은 언제봐도 훈훈합니다. 이제 헤일로만 어떻게든 하면 승산이 있겠어요!] 느껴진다. 네 동료들은 네임드에 등록될 정도인데 너는 왜 아직도 크리스탈에서 벗어나지 못했냐는 압박이!
그렇다.
여전히 크리스탈이다. 성장과 진화를 반복했지만, 성장은 염동력과 흡인력 강화가 전부였고 진화는 선택지 자체가 하나뿐이었다.


‘크리스탈 스피어, 크리스탈 퍼펙트 스피어, 나중에는 주먹 수정이라는 진화명도 나왔지.’ 같은 의미를 반복하고 있었다. 외형도 달라지는 건 없었고.
다만, 성장 진화 덕에 염동력과 몸을 회전시킬 때 생겨나는 중력은 나날이 강해졌다. 현재 몸을 한 바퀴 돌리면 근처의 커튼이 내 몸에 말려드는 정도.
[폐하!]
케프가 먼저 반응하고 모스가 몸을 돌린다.
[알퐁 호링이 오고 있습니다.] 저만한 크기로 블랙홀을 발생시키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상하게 느끼겠지.
거대 금붕어와 거대 경인이 만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서로 지느러미를 한 번 펄럭이는 것으로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저게 알퐁 호링.”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눈에 담는 건 처음이다.
‘정말 금붕어네.’ 주황색 비늘, 툭 튀어나온 눈, 맹한 얼굴.
-뭐야, 나랑 다르네!
아이가 투정 부리는 듯한 목소리가 뇌리에 직접 전해진다.
-괜히 기대했잖아. 너도 먹어 치울 거야!
편지에서는 분명 점잖은 어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브어어어어!
모스의 숨구멍에서 터져 나온 울음이 다가오던 알퐁 호링을 멈칫거리게 한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금붕어의 왼쪽 아가미에 손날을 찔러 넣는 모스.

-픕.
알퐁 호링은 아가미를 꽉 조여 모스의 한쪽 팔을 봉쇄한 상태로 입을 벌린다. 케프가 말한 대로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더니 모스의 머리카락이 빨려 들어간다. 굉장히 혐오스러운 꼴이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알퐁 호링의 등에 올라탄 모스.
브어어!
포효와 함께 눈알을 연타. 위기를 느꼈는지, 알퐁 호링은 눈을 꽉 감고 입을 더욱 크게 벌린다. 뱀이 자신보다 큰 먹이를 잡아먹을 때처럼 위아래로 찢은 입은 결국 모스의 팔을 빨아들였고.
-너는 헤일로에 비하면 순수하구나. 오픈홀덤
모스의 팔 전체가 거품으로 변해 금붕어의 입으로 들어간다. 남김없이 먹는 것을 본 모스는 알퐁 호링의 등을 박차며 거리를 벌렸다.
금방이라도 쫓아올 것 같던 알퐁 호링은 으읍, 읍. 하는 신음을 내더니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한다.
-네가 먹은 거품은 우주의 별보다 많은 나의 아이들이다. 그 하나하나가 나처럼 성장한다면 어떻겠나?
뭐?
-양분이 되어라, 알퐁 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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