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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변염동, 습득]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마나 제어 스킬. 정밀하며 내구력이 높다.] [형상 기억] [희미한 자아] “화살틀.” 단어를 입 밖으로 낸 것만으로 모인 마나에 구멍을 뚫고 받침과 덮개로 분리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되었다. 거기에 걸린 시간은 내가 방금 화살틀을 조형하는데 걸린 시간과 동일.
“화살촉 제작.” 제작 속도는 1초에 하나. 약 서른 발을 찍어내자 시야가 흐려졌다.
“그만!”
벽에 등을 기대어 앉은 지 십여 분. 어지럼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와.”
허공에 배열된 서른 개의 화살촉. 움직이는 상상을 하자 그대로 따라온다.
다수의 촉으로 물고기나 화살표 같은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해보기도 하고 천장에 배치해 비처럼 쏟아지게도 해봤다. 또 ‘틀’을 응용하면 화살촉 말고도 여러 가지 형태를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단검이나 창 같은 것을 만들어봤으나.


‘효율이 영 별론데.’ 단검은 다섯 자루. 창은 한 자루 만들면 의지력이 고갈되어 마나가 흩어졌다.
‘의지력을 수치화하면 30화살촉인 셈이군.’ 이제 위력 테스트를 해볼 차례.
화살촉 하나를 의자 등받이를 향해 쏘자 퍼석 소리와 함께 의자가 넘어졌고 확인해 보니, 두께 3mm, 가로 5cm의 구멍이 생겨 있었다.
훌륭한 관통력이었다. 파워볼실시간
마지막으로 응용.
‘산성을 틀에 채우면?’ 이에 대한 실험은 미루기로 했다. 아무리 이곳이 단련실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방을 꾸몄을 뿐이다. 실수해서 산성을 흘리면 닦아내는 것도 고역이다.
[이건?]
레스가 책장의 두 번째 칸에 꽂힌 책 한 권을 가리킨다.
나는야 메탈슬라임 “나중에. 지금은 마법에 집중해야지.” 패키지로 구매한 여섯 권의 책을 모두 익혀 병합한 뒤에 읽을 예정이다.
‘중간에 이상하게 섞이면 곤란해.’ 변염동을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예선전까지 의지력을 늘려서 적어도 화살촉 50개는 만들어 볼 요량이다.
*

마침내, 예선전이 열리는 날이 밝았다. 최상층에 자리한 궁전이다 보니 조광이 그대로 창을 통해 들어왔다. 부드러운 볕을 받으며 기지개를 켜고 약간의 흥분을 호흡으로 다스린 후에 몸을 일으키는데.
“일어났느냐.” 문밖에서 메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수만 하고 나가니 프레스가 수염을 잡으며 캣츠파이어식 예를 올렸다.
“기침하셨습니까. 폐하.”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는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핼쑥한 외관이었다. 앞으로도 고생할 그에 세이프파워볼 게 작은 선물이자 위안이 되라고 앞으로 이런 예는 하지 않아도 좋다 하였다.


“캣츠파이어 제국의 위대하신 현왕께 어찌 그리하겠습니까. 물려주시옵소서.” 더 과한 예로 받는 프레스의 모습에 질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리 말한다면 언급하지 않으마. 허나, 나를 위하느라 반려인 메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위대한 현왕이시여.” “흥, 고를 앞에 두고 잘도 주절거리는구나. 어서 가기나 해라.” 꼬리로 내 발목을 찰싹 때리는 메리. 가늘고 짧은 꼬리인데도 꽤 매섭다.
“그럼, 다녀오겠네.” “다녀오십시오. 폐하.” 왜옹~
아기 고양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궁에서 나온 나는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대로를 걸었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네일로의 습관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었다.
‘아차. 엇?’ 의외로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이 많다.
“형씨, 인사성이 밝아서 좋구먼.” “안녕하시어요.” “그렇네요,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경기장에 가시나요? 힘내세요. 호호.” “당신은 어느 나라 출신입니까? 오. 제 친구 중에도 한국인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친구의 고향 친구로군요. 예? 아하, 제 친구는 개성 출신입니다.” ‘다들 얼굴에 여유가 있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경기장 앞에 도착. ‘시청직원’이라는 글자가 적힌 명찰을 가슴께 단 여성이 나를 멈춰 세운다.

“신원 검사하겠습니다. 참가자로 확인되셨습니다. 들어가셔서 중앙 경기장 위에서 대기하세요. 시간이 되면 안내양이 떠들 겁니다.” 그리하겠다 답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옛날에 보았던 경기장이 시야에 담겼다. 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한 채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10분 뒤, 신인왕전 예선 A조 경기 시작합니다.] 서기관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참가자시죠? 올라오세요.” 높은 곳에서 들리는 음성. 적발의 소녀가 하늘에서 부양하며 나를 가리킨다. 빨간 모자를 쓰고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내린 생기발랄한 외모. 소녀는 나처럼 경기장 외곽에서 두리번거리는 참가자를 일일이 찾아가 경기장 위로 올려보내는 중이었다. 파워볼사이트
‘저걸 비대칭 레깅스라고 한다지.’ 왼쪽은 발목까지 내려오고 오른쪽은 골반 바로 아래에서 잘려 맨다리가 훤히 드러난 레깅스. 긴 청재킷이 허벅지 위를 가리긴 하지만 날아다니는 만큼, 잠깐씩 속바지가 드러나 사람들, 특히 남자의 시선이 모였다.
“5분 전이에요. 아저씨들 모두 올라오세요! 아줌마, 립스틱 그만 바르고 올라오라니까요.” “아줌마? 저걸 확.” “죄송합니다. 할머니, 올라오세요.” “야!”
거친 말투로 사람을 놀리면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입원 시절의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시간 됐네요. 다 오셨죠? 거기, 얼른 뛰세요! 아저씨는 이번 기회 놓치면 영원히 참가자격 없는 거예요.” “허억, 헉. 고맙습니다.” 남자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주변을 살피던 소녀는 대뜸 손가락 다섯 개를 핀다.
“5초!”
카운트 다운.
꽉 찬 관중석의 사람들이 소녀를 따라 외친다.
그리고, 1초.
“룰은 간단해요. 살아남으세요. 시작!” 쿠웅
경기장 바닥이 갈라지며 수십 명이 그림자 채로 사라졌다.
“우왓. 샤멜 할머니 처음부터 큰 기술 쓰시네요. 이럽션이군요!” “할머니라고 부르지마, 결혼도 못 했단 말야!” “저런….” 이럽션을 회피한 자들이 샤멜을 공격하려다 멈춘다.

“그,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앗!” 쿠구구
경기장 바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던 균열에 가지가 뻗는다.
나는 운이 좋게도 샤멜이라는 여성의 근처였기에 무사했다. 바닥에 손을 짚는 그녀의 행동이 수상해 후방으로 자리를 옮긴 게 정답.
그녀가 재차 이럽션을 사용하려는 동작을 취하자 얼른 균열에서 멀어지려고 옆으로 뛰었다.
쿵.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어깨에 부딪혀 중심을 잃었다.
“어억!”
“뭐, 뭐야.” 부딪힌 건 대머리 남자의 머리였다. 그는 당황한 목소리와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후우.”
대머리의 반들거리는 머리에 밀려 균열에 빠질 뻔했으나 팔을 휘저어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 대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방패와 도끼를 꺼내며 달려왔다.
서둘러 변염동으로 ‘틀’을 제조. 화살촉을 세 개 찍어내 반격하려는 순간.
“다가오지 마!” 우리를 발견한 샤멜이 이쪽을 보며 땅에 손 세이프게임 을 짚는다.
“젠장.”
“제기랄!” 마침 대머리 남자가 발을 놓으려던 자리에 균열이 생겼고, 그대로 추락.
으아아아….
멀리서 남자의 단말마가 들렸다.
“대머리….” 허무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주변을 살피자 샤멜을 향해 달려드는 두 사람이 보였다.
“꺅!”
‘위험 1순위부터 제거하자.’ 이럽션이라는 스킬은 변수가 너무 크다.
샤멜은 저 두 사람에게 시선이 뺏긴 상황. 배후를 노리기 좋은 시점이다. 게 일족의 기척 죽이는 법 떠올리며 자세를 낮췄다.

사박.
‘음?’
돌가루를 밟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기습.’
나에게 기습이라는 단어는 위험이나 아찔함보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게락을 연상케 한다.
“게일. 네가 기습을 당할 위기에 놓이면 어쩌겠느냐. 뭐라, 도망쳐? 이런 무식한 놈! 답은, 거기서 똥을 싸버리는 거다. 이놈아, 또 어딜 가느냐. 앉아! 헛흠. 적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라는 의미다. 기습에는 기습으로 받아쳐.” 게락의 말이 이상해서 그렇지, 요는 선공을 날리라는 소리다. 설령 그게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적의 신경이 한순간만 흐트러지면 기회가 생기니까. 오픈홀덤
실제로 고래 놈들이 진형을 갖추려고 할 때 파동포를 쏜 날은 아군의 피해가 적었다.
‘한걸음만 더 와라. …지금!’ 화살촉 세 발을 후방의 적에게 날리면서 나는 앞으로 굴러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놈의 공격을 회피. 이어서 두 발의 화살촉을 더 생성해 샤멜을 향해 투척.
“꺄아악!” “커억.”
“끅.”
“윽!”
샤멜은 운이 좋게도 상대하던 적의 공격을 지팡이로 막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어깨를 꿰뚫리는 것으로 그쳤다. 대신 샤멜에게 달려들던 남자 둘이 목을 관통당해 즉사.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후방에서 나를 기습하려던 남자 역시 미간에 바람구멍이 생기며 사망.
세 사람은 경기장 바깥에 쓰러진 채 나타났고 들것에 실려 녹색 십자가가 그려진 천막으로 옮겨졌다.

‘관통력이 생각 이상이야. 나무 의자를 뚫을 때 짐작은 했지만, 사람의 뼈를 두부처럼 밀고 들어갈 줄이야. 수련한 보람이 있어.’ “저 사람, 위험해.” “요주인물.” “인사는 그렇게 밝게 하더니….” 샤멜에서 내게로 옮겨진 시선들. 적어도 열 명이 나를 주시한다. 나는 모스를 상대할 때처럼, 태연하게 그들의 눈빛을 받아내며 등 뒤에서 화살촉을 찍어냈다.
한차례 소란 이후의 정적이 길게 이어지자 적발 소녀의 아래로 내려오더니 부양하는 원형의 마이크를 소환해 양손으로 잡았다.
“이번 신인분들은 수준이 높네요! 중급 마법 이럽션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번들거리는 눈이 샤멜에게 몰린다.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피하는 여러분도 대단하시고요. 여유가 생긴 김에, 중간점검 잠깐 할게요. 현재 A조 참가자 500명 중에 생존자는 320명! 와아, 이럽션으로 백 명이 사라졌네요. 샤멜 언니는 초과달성으로 합격이에요! 여러분도 어서 10포인트를 챙겨서 합격하세요~” ‘10포인트. 한 명당 1점이려나.’ 소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이번에는 복면인이 땅에 닿을 듯이 몸을 낮춘 자세로 나를 향해 일직선 로투스홀짝 으로 달린다.
엇!
복면인의 기습에 놀란 사람들의 폐가 부푸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처음에는 단순한 숄더어택인가 싶어 적당히 피하면 되겠다고 여겼으나 그가 가까워지자 은색으로 빛나는 가느다란 침이 복면을 뚫고 나온 것을 발견, 마음을 바꿨다.
30cm에 달하는 장침이다. 끝의 색만 짙은 노란색.
‘독.’
맞으면 즉사. 그리 생각하며 몸을 돌리려는데. 복면인의 속도가 예상을 훨씬 웃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가속하여 내 지근 거리에 이르렀을 땐, 그의 모습이 아예 사라졌다.
‘늦었어.’ “애시드 바디.” 산성화하는 동시에.
푸욱-
시리도록 차가운 감각이 왼쪽 동공에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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