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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가 허공을 가르는 사이로 봉곳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아직은 2차 성징이 나타나려면 멀었는데 시연 누나가 줄넘기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나의 관심은 살 빼기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줄을 넘는 인간의 투지가 아니라 관능적인 육체에 있었다.
시원하게 들리는 쌩쌩 소리는 어렴풋이 들렸고, 나의 눈은 오롯이 시연 누나의 가슴에 꽂혔다.
“율무야, 뭐 해?” 내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엄마의 목소리. 대문을 열고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엄마는 계몬사에서 나온 위인전집을 파는 일을 했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수당이 세서 마음에 들어했다. 문제는 보름 동안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것.
그래도 엄마의 표정은 밝았다. 세이프게임
“그냥 나와 있었어.” “아줌마, 오늘은 책 팔았어요?” “아직 초보라 얼굴도장만 찍고 있어.” 엄마는 사람을 많이 알아 가는 과정이라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서로 신뢰가 쌓여야 물건을 믿고 산다는 얘기였다.
시연 누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마루에 앉았다. 아쉽지만 나의 음흉한 호기심은 여기서 끝내야 했다.
부엌문이 열리며 문간방에 사는 아줌마가 나왔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아줌마. 시연 누나는 언니라고 불렀지만, 눈가의 주름을 발견한 나는 차마 누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문간방 아줌마. 줄여서 나는 ‘문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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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나가서 매일 새벽에 들어온다.
“명자 언니, 지금 나가?” “응.”
“고생해.”
“응.”
시연 누나는 그녀와 형식적으로 대화했다. 엄마는 공장 야간조에 나간다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는데 저렇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갈 이유는 없었다. 아침에 마주쳤을 때 술 냄새가 나는 것도 확인했다.
술집에 나가는 게 분명하다는 재구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 말을 믿는 척했다. 아직 나는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니까.
시연 누나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학교생활은 재미있니?” “응.”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응.”
나는 당황스러웠다. 누나가 수그리는 바람에 티 아래로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볼이 빨갛게 상기되고 있는 건.
엄마가 눈치채고 재빨리 내 팔을 잡아 올렸다.

“가서 숙제해야지.” “알았어.” 세이프파워볼
다행이었다. 누나가 알아차리기 전에 위험한 순간을 벗어났다.
방으로 들어와서 일기를 썼다. 담임선생님이 그림일기를 일주일마다 검사했는데 하단에는 빨간 글씨로 선생님의 소감을 적었다.
내 일기장에 적힌 내용은 주로 ‘창의적’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창의적인 율무야.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네.] [창의적인 생각은 미래를 풍요롭게 한단다.] 나는 누나가 줄넘기하는 그림을 그렸다. 사람 얼굴에 머리카락을 길게 만들고, 줄넘기로 뛰는 모습을 그렸다.
[주인집 누나가 줄넘기를 했다. 쌩쌩 울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따라 누나의 몸도 파도쳤다.
파도도 출렁출렁, 누나의 몸도 출렁출렁. 내 마음도 출렁출렁.] 여기까지 쓰다가 다시 읽었다. 이 정도면 알지 못하겠지. 가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니까 절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
“율무야, 재구가 부른다.” 부엌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나는 일기장을 덮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재구가 구슬 열 개를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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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시골에서 하던 구슬치기와 놀이 방법은 비슷했다. 삼각형에 구슬을 모아 놓고 맞혀서 밖으로 나간 만큼 가져가기, 구멍을 파 놓고 넣는 사람이 먹기, 구슬을 맞히기, 손가락으로 튕겨서 더 멀리 나가는 사람이 가지기. 홀짝은 처음 봤지만.
나도 구슬치기를 하고 싶어 재구에게 사겠다고 말했다. 문방구에서는 열 개에 50원에 팔았는데, 재구에게는 30원에 살 수 있었다.
어차피 깨지지 않은 구슬은 똑같았기에 돈을 아끼는 방법을 선택했다.
“새빠시야.”
여기서는 새것을 ‘새빠시’라고 말했다. 파란 구슬 열 개를 30원 내고 구매했다. 재구가 왕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건 10원에 줄게. 구슬을 많이 따기 위해서는 왕구슬이 필요해.” “그냥 주면 안 되냐?” “야, 나도 손해 보고 파는 거야.” 뻔한 거짓말이었지만 가격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 재구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삼각형에 구슬 열 알을 넣고 따먹는 게임은 왕구슬이 유리했다. 맞는 표면도 넓었고, 가해지는 힘도 일반 구슬보다 압도적이라 더 많은 구슬을 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알았어. 고집은.” 나는 주머니에서 10원을 꺼내 건넸다. 재구는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눈을 치켜떴다.
“지금 하러 갈 거야?” “애들 있어?” “애들 많아. 네 실력을 보고 싶어. 비석치기 하는 거로 봐서는 잘할 것 같아.” “알았어.”
나는 대문에 대고 소리쳤다.

“엄마, 한 시간만 놀다 올게.”파워볼사이트 “저녁 먹기 전에 돌아와.” “알았어.”
재구와 아기산으로 향했다. 골목을 지나가는데 문간방 형과 마주쳤다. 더벅머리에 푸른색 추리닝을 입고 손에 라면을 들고 있었다. 문간방 형과는 가끔 부엌에서 마주쳤다.
주로 곤로 위에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가끔 한 젓가락을 주곤 했다. 처음 먹었을 때 밀려들었던 감동이 라면을 보자 솟아났다. 라면 한 개를 혼자 끓여 먹는 게 내 소원이었다.
“율무, 놀러 가냐?” “응.”
“재미있게 놀다 와라.” “응.”
골목을 나온 재구가 물었다.
“저 형은 씻지도 않는다. 머리카락이 떡이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씻나 봐. 지난주에 머리 감는 거 봤어.” “추리닝에 김칫국물 묻은 거 봤어? 저 형 지나가면 냄새나.” “그렇긴 하지.” 사실이 그랬다. 밖에 나가는 건 라면 살 때가 전부였고, 종일 얼굴도 보지 못한 적도 많았다. 엄마는 고시 공부는 나라님 되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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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며칠 동안 나오지 않는 문간방 형이 걱정돼서 엄마가 나에게 비빔밥을 갖다 주라고 했다. 부엌을 지나 오른쪽은 문간방 아줌마, 왼쪽은 문간방 형이 살았다.
처음 들어갔을 때 확 풍기는 할아버지 냄새. 추수기에 논일을 끝내고 막걸리를 거나하게 먹은 할아버지 몸에서 풍겼던 냄새와 비슷했다.
후줄근한 옷이 벽에 걸렸고, 책상에는 한문으로 적힌 두꺼운 책들이 꽂혔다.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은 『행정법(行政法)』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큰 글씨로 ‘미래의 검사 정택수’라고 적혔다.
냄새 때문에 오래 있지 않았다. 밥을 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 이후부터 엄마가 음식을 챙겨 줄 때는 문 앞에 두고 나왔다.
“공부만 하면 심심하겠다.” “공부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여기 이사 와서 처음 봤는데 아직도 공부하잖아.” “네가 언제부터 봤는데?” “3년 넘었어.” “고시 공부는 힘들대.” 재구와 얘기하면서 아기산에 도착했다. 햇볕이 뉘엿뉘엿 넘어가서 다홍색 빛깔이 민둥산에 물들었다.
아이들은 구슬치기, 딱지치기, 고무줄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나는 구슬치기하는 친구들 앞으로 갔다. 삼각형에 가득한 구슬을 현수가 쳐서 밖으로 나간 구슬을 주웠다. 이어 영일이와 두 명의 친구들이 순서대로 하면서 구슬이 줄어들었다.
“율무도 왔어. 붙여 줘.” “좋아. 50알이 되겠다.” “규칙 알지?” 아기산 부근에 사는 재필이였다. 비석치기 하는 나를 보지 못해서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삼각형에 있는 구슬 맞혀서 밖으로 빼내면 되잖아.” “금에 걸리면 아웃 아니야.”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금 밟으면 안 돼.” “알아.”
나를 완전히 멍청이로 알고 있다. 확실히 실력을 보여 줘서 녀석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좋아. 가위바위보 하자.” 나는 다섯 명 중 세 번째 순서를 받았다. 삼각형에 가득한 50알의 구슬. 재구는 구슬이 가득 담긴 상자를 들고서 구경만 했다.
현수가 제일 먼저 던져 중앙을 맞혔다. 50알이 빼곡히 모여 있으니 구슬이 살짝 밀리기만 할 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와! 정확히 맞혔는데 안 나간다.” “바보야, 이렇게 많을 때는 옆을 맞혀야 해.” 재필이는 의기양양하게 금 뒤에 섰다. 내 것보다 더 큰 왕구슬을 들고 조준했다.
휘익―

삼각형을 향해 날아간 왕구슬은 세이프파워볼 모서리를 맞히며 세 개의 구슬이 밖으로 나갔다.
“거봐! 이렇게 해야 구슬이 나간다니까. 세 개나 땄다.” 재필이는 의기양양했다. 그러고는 ‘네가 해 볼 수 있으면 해 봐.’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썩은 미소를 날려 주며 금 앞에 섰다. 구슬의 틈이 벌어진 상태라 중앙 하단을 맞히면 많은 구슬을 내보낼 수 있었다. 나는 눈에 구슬을 대고 가늠을 조정했다.
“뭐 하는 거야?” “이상한 짓을 하네.” “설마 구슬치기도 잘하냐?” 친구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정확한 타격을 위해 오로지 집중해야 했다. 힘과 거리를 계산한 후 구슬을 던졌다.
휘릭―
직선으로 날아간 왕구슬이 삼각형의 중간 아래를 맞히자 혼비백산한 구슬들이 옆으로 흩어졌다. 서른 알이 넘는 구슬이 금 밖으로 나갔다.
“뭐야!”
“와~ 세상에!”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나는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구슬치기에 입문했고, 울퉁불퉁한 밭과 산비탈에서도 구슬을 맞힐 수 있도록 단련했다.
이곳과 같이 평지에서 맞히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눈 감기였다.
“비석치기도 잘하더니 구슬치기도 잘한다.” “야! 또 해!” 재필이는 우연이라고 확신하는지 다시 구슬을 삼각형에 넣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재필이의 실력은 잘 맞히는 정도였지 힘의 원리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금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 금을 하나 더 그었다.

“뭐 해?”
“내가 너희들보다 잘하니까 멀리파워볼실시간 떨어져서 던질게.” “됐어! 네가 뭘 잘해?” 재필이는 화가 많이 났다.
“진 사람이 먼저 하는 거야.” 다음부터는 안 봐도 뻔하다. 재필이는 모인 구슬을 살짝 흩트리기만 했을 뿐 금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다른 친구도 몇 개를 따 갔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내 차례에서 구슬은 물보라가 치듯이 금 밖으로 빠져나갔다. 내 실력을 몇 번이나 확인했으면서 친구들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녀석들은 구슬을 다 잃자 재구에게 30원을 내고 열 개씩 샀다. 내가 딴 구슬이 많아질수록 재구는 많이 팔았다. 주머니에 더 들어갈 수 없는 구슬. 녀석들은 탈탈 털렸다.
“야! 김율무!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해.” “언제든지.”
재필이는 숨을 씩씩거리며 집으로 갔다. 나는 구슬이 많아 처치하기 곤란했다.
“재구야, 열 개랑 왕구슬 줄 테니까 40원 줘.” “안 돼.”

“왜?”
“살 때랑 팔 때랑은 다르지.” “어?”
“살 때는 열 개 30원, 팔 때는 열 개 20원이야.” 실시간파워볼 “불공평하잖아.” 억울했다. 산 지 몇 시간이 지났다고 가격을 후려치다니. 그러면 내가 구슬을 파는 게 나았다.
“관둬. 내가 팔면 되지.” “팔 수 있으면 팔아라. 파는 게 쉬운 줄 아냐? 너는 구슬 많이 따서 나에게 파는 게 이득이야. 오늘도 300알 넘게 땄잖아. 300알만 팔아도 너는 600원을 버는 거야.” 600원이면 포빠이 과자 스무 개를 살 수 있다. 라면도 일곱 개를 살 수 있다.
아는 친구도 별로 없는데 팔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친한 현수와 영일이에게 팔아 봤자 100원이 될지도 몰랐다. 대량으로 구슬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은 재구가 유일했다.
“알았어. 300알 팔게.” “좋아.”
나는 바닥에 구슬을 쏟았다. 재구는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조금이라도 깨진 건 옆으로 밀었다.
“조금 깨졌잖아.” “깨진 걸 팔 수는 없어. 이런 건 버려.” 재구는 익숙한 듯 금방 300알의 구슬을 골랐다. 깨진 건 열다섯 알 정도. 내게 남은 건 서른 알 정도였다. 재구는 주머니에서 600원을 건넸다.
놀라운 건 500원 지폐를 줬다는 것. 꼬마가 500원 지폐를 가지고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너, 돈 많구나.” “딱지치기도 잘해?” “딱지치기?”
“딱지는 더 쳐줄게.” 여덟 살의 재구는 거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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