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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오고 가며 수아 씨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번에는 저희 1학년 교무실 강사들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현재 인터넷 강의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EVS가 독보적인데, 그 EVS의 일등 공신이 바로 수아 씨라고요. 그러면서 농담으로 침팬지에게 수아 씨 인강을 보여 주면 한 달 안에 한글을 깨우칠 거라면서 웃더군요. 어쨌든……. 수아 씨처럼 대단하신 강사님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저는 정말 좋습니다.” 서먹서먹한 관계를 깨려면 역시 대화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정동의 경험상, 이런 대화의 주제로는 상대방을 칭찬하는 게 최고였다.
아니나 다를까, 수아의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로 인해 이와 비슷한 칭찬의 말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기분이 조금씩 누그러져 가고 있는 것은, 칭찬이 가진 강력한 힘 때문이었다.
“뭘요. 저도 정동 씨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제가 소속된 EVS 쪽 인강 강사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도전! 수학벨>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지만, 솔직히 윈스턴 학원이 지금까지 최후의 1인은커녕 본선도 겨우겨우 올라갔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고3도 아닌 고1짜리 학생이 나오더니, 덜컥 우승을 해 버리니까. 저희 쪽에서도 한동안 그걸로 떠들썩했죠. 제 동료 강사님들도 은탁이라는 저 애는 누구냐, 도대체 강사가 누구기에 저 아이를 저렇게까지 키워 놓았냐고 시끌시끌했죠.” 정동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름 강의계의 천상계로 불리는 EVS까지 진출하였다는 사실에도 놀라지 않았다. 엔트리파워볼
이미 은탁이가 나간 <도전! 수학벨>이 방영되고 나서 여러 강사들에게서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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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중에는 EVS의 강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정동이 “아, 그건 알고 있었어요.”라고 대답해 버리면 대화가 그만 단절될 공산이 컸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평생 없던 눈치가 생긴 정동은 시치미를 뚝 뗐다.
“정말요? 우와……. 어떤 강사님들이 제 이야기를 하셨어요? 설마, 수학부의 사학수 쌤도 저를 아시나요?” 자고로, 현재 종사 중인 직업 이야기는 누구나 환영하는 대화 주제였다.
“당연하죠! 저희 EVS에서 <도전! 수학벨>을 가장 좋아하시는 강사님이 사학수 선생님이시거든요.
그분도 정동 씨 이야기 엄청 하셨어요. 저번에는 한번 보고 싶다고…….” “우와, 정말요? 사실 제가 사학수 강사님을…….” 정동은 유들유들하게 대화를 리드해 나갔다.
덕분에 한여름에 서리라도 내릴 것 같았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따뜻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
카페에서 서로의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아는 때때로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천사같이 예쁜, 그녀의 웃는 얼굴은 바라보는 정동을 따라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럼, 이제 슬슬 일어나실까요. 요 앞에서 저녁이라도?” “아뇨. 저는 가능하면 저녁은 최대한 집에서 먹어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해도 지니까요. ……오늘 감사했어요.” “……뭘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창문 밖으로 석양이 깔리고 있었다.
조금 남아 있던 아메리카노를 원 샷하고, 두 사람은 카페를 나섰다.
학원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 정동이 핑크색 스피크의 문을 열자, 수아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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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설마 비웃는 건 아니시겠죠? 핑크색이기는 해도, 제가 애용하는 차입니다. 붕붕이라고 이름도 붙여 줬다고요.” 정동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붕붕이’라는 이름에 수아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하하하, 아, 웃어서 죄송해요……. 그런데 붕붕이라니, 너무 웃기잖아요.” “……혹시 제가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곧이어 수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가히 정동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파워볼사이트
“아니, 그게……. 정동 씨랑 너무 잘 어울려서요. 핑크색 경차인데 이름이 붕붕이라니…….” 그러고는 자신의 세단에 올라타 슈웅 하고 떠나 버리는 수아.
홀로 남겨진 정동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저거……. 무슨 뜻이지? 나한테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고? 내가……. 귀엽게 보이나? 주변 사람들이 다 임꺽정 닮았다는데!”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붕붕이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 앞에 먼저 떠난 수아의 세단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차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수아의 세단은, 독일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것이었다.
“일타 인강 강사들 수입이 기본 월 2000부터 시작이라더니……. 빈말이 아닌가 보군. 쳇. 나도 빨리 성공해서 그 이상 벌 거다! ……그 전에 우리 애들 대학부터 보내고.” 퇴근 시간, 서울의 도로는 쏟아져 나온 차들로 빽빽했다.
극심한 체증에 시달리던 정동과 수아는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정동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을 무렵, 1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아와 집주인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고파! 왜 이렇게 늦었어!” “엄마, 내가 조금 늦었지? 차가 막혀서 그랬어. 배고프면 냉장고 열어서 뭐라도 꺼내 먹지. 있어 봐. 금방 밥 차려 줄게.” “빨리 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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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대화를 듣고 정동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아까 저녁은 가능한 집에서 먹는다는 이야기가 이런 뜻이었구나. 내가 조금 일찍 일어나자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인지도 높은 강사인 수아는 매우 바쁜 듯했다. 정동이 아침 일찍 플라워즈의 강의를 위해 YZ로 갈 때에도 수아의 차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자신도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오면 진이 다 빠져 녹초가 되는데 정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해 보이는 그녀는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 돌아와서도 어머니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가끔씩 어머니는 야밤중에 혹은 새벽에 집을 탈출하여 2층으로 올라가 난동을 피우는 통에 밤잠도 설쳐야 했다. 실시간파워볼
그에 지친 세입자가 떠나고 집값이 크게 떨어져도 어머니를 요양원이나 시설에 맡기지 않고 직접 돌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녀만의 아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새벽에 정동이 학습 자료를 만들고 있을 때면, 이따금씩 아래층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나 집주인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수아는 단 한 번도 불평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조용히 잠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어질러 놓은 것들을 정리했다.
‘나라면…….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 할 일이지.’ 정동은 짠한 마음으로 집 현관문을 열었다. 배고프다고 소리를 빽빽 질러 대던 할머니는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아래층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스킬창을 연 정동은 ‘손만 대도 맛있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레시피와 요리 관련 지식들.
냉장고를 뒤져 은탁이와의 소풍에 가져갔던 도시락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을 꺼내고, 능숙하게 도마와 칼을 준비한 후 재료를 손질했다.
양파와 마늘은 잘게 다져서 기름에 볶아 향을 내고, 남은 소시지는 칼집을 내어 같이 볶다가 굴 소스와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밥을 넣고 손목의 스

냅으로 휘리릭 저어 주자 완성된 자투리 볶음밥.
간단한 요리였지만 역시 스킬의 효과 덕분인지 맛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게 저녁을 해결한 정동은 침대에 누웠다.
‘내일이면 드디어 개학인가……. 아이들은 숙제를 잘해 오려나. 뭐, 누구 학생들인데. 그리고 현장 강의도……. 수아 씨…….’ 불이 꺼져 어두운 안방에 홀로 누워 있으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내일 있을 학원 개학과 수아의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을 무렵, 정동의 휴대폰이 울렸다. 파워볼실시간
‘응? 이 시간에 누구지? 발신자가……. 구민이?’ 휴대폰을 열어 전송된 문자를 확인한 정동은 잠시 얼어붙었다.
[정동! 조금 갑작스럽겠지만……. 내일 오후부터 플라워즈가 해외 순회 공연을 가기로 급하게 일정이 잡혀 버렸어. 플라워즈 인기가 엔간해야 말이지.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 나도 멤버들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일단 기간은 2주 정도일 것 같아. 그냥 가려는데 얘들이 너 한 번 보고 가야 한다고, 진도 밀리면 큰일 난다면서 난리를 치더라.
정말 그런 모습 볼 때마다 신기해. 몇 달 전만 해도 공부라면 치를 떨던 얘들이 이러고 있으니…….
뭐, 그건 그렇고. 널 만날 시간을 조금 낼 수 있을 거 같으니 혹시 멤버들 줄 숙제라든가 자료 같은 게 있으면 내일 8시까지 들고 YZ로 와 줘.
갑자기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네가 이해 좀 해 주라!] “이게……. 무슨 일이 이러냐.” 현재 시간은 새벽 2시. 구민이 말한 8시까지 남은 시간은 6시간. 여기서 씻고 준비하는 시간과 이동 시간을 빼면 남는 건 겨우 5시간 남짓.
“해외 순회 공연이라니……. 힘들기야 하겠다만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정동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에 책상을 펴고 앉았다. 집에 식탁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 하숙집에서 가져온 앉은뱅이책상에서 할 때 가장 집중이 잘됐다.
“2주라……. 간단하게 하루에 50문제 해서 700문제 주고, 보너스로 나가려고 했던 진도 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서 전해 주면 되겠지?”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플라워즈가 고2, 고3으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자료를 2종류로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해외에서 전화로 수업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 어렵다는 고등학교 수학을 한 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쉽게 정리해 준 뒤 단계별로 응용문제까지 만들어야 했다.
5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웠으나 정동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었다.
“후……. 하……. 이제 시작해 볼까?” 심호흡을 마친 후, 정동의 손가락이 노트북의 키보드 위에서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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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했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가 7시 20분을 가리킴과 동시에 마지막 파일의 저장이 끝났다.
    완성된 파일을 구민에게 보내어 프린트를 요청하고, 정동은 급하게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옷을 갈아입었다.
    슬슬 사람들이 출근하기 시작할 시간.
    한시도 쉬지 않고 학습 자료를 만든 터라 손가락은 마디마디가 아팠고, 머리는 수면 부족으로 어지러웠으나 정동은 개의치 않고 붕붕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YZ엔터테인먼트!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받을 플라워즈 멤버들의 얼굴을 상상하자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YZ에 도착하자마자 구민이 프린트해 정리한 학습 자료들을 들고 지하의 강의실을 찾은 정동은 다짜고짜 멤버들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그러자 정동을 보고 환하게 웃던 멤버들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정 쌤?”
    “응, 예린아. 왜?” “……이걸 다 풀어 오라고요?” “그런데 왜?”
    총 30페이지에 달하는 종이 뭉텅이를 하나씩 전해 받은 멤버들은 필사적으로 정동에게 자비를 구했다. “저희……. 아마 되게 힘들 걸요? 하루 종일 공연하느라 바빠서 숙제할 시간이 없지 않을까요?” “마, 맞아요! 그러니 조금만 줄여 주시면…….” 정동은 울먹이는 예린이와 다른 멤버들을 쭉 돌아본 후,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봐줄 생각 없어. 돌아가.” “으아아아, 정 쌤!!” 결국 플라워즈는 희망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기 전, 예린과 다른 멤버들이 정동에게 말했다.
    “쌤, 2주 동안 보고 싶을 거예요.” “맞아요. 선물 꼭 사 올게요!” 정동도 내심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할 아이들에게 짐을 하나 더 얹어 준 것 같아 미안했기에 진심을 담아 배웅해 주었다. 세이프파워볼
    “그래, 쌤이 비밀 유지 때문에 공항에는 못 가니 여기서 인사한다. 잘 다녀와라! 숙제 꼭 해 오고!” “네에에에에.”
    숙제 이야기가 나오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지 땅만 바라보는 멤버들.
    정동은 그런 아이들이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플라워즈가 구민이 끄는 밴에 올라타 사라지고, 정동은 우선 집으로 향했다.
    ‘그럼 2주 동안 플라워즈 강의 시간이 비는 건가? 남는 시간은……. 아, 그러면 되겠구나!’ 마침 자투리 시간이 딱 필요하던 참이었다.
    정동은 휴대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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