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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 김청화 영화사업부문장이 도착했습니다.

김현 컨텐츠미디어 사업부문장이 도착했습니다.
선을 그어 주어야겠다.
그 생각을 떠올린 김홍학 회장은 바로 다음 날 경쟁의 주인공인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그래, 어서 오너라. 앉아.” 딸인 김청화는 하관이 좀 더 있는 윤곽에다가 항상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단단한 바위처럼 보이는 인상.
하지만 오늘은 바위 위에 이끼라도 낀 것처럼 얼굴이 편치 않아 보였다.
반면, 항상 호수처럼 차분한 손녀 김현의 얼굴에는 버드나무 그늘처럼 여유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 녀석들, 경영자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내색을 안 해야 하는 법이거늘. 지금은 표정만 봐도 알겠구나.” 첫 경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말이다.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김청화와 김현 모두 알아들었다.
“햇빛 때문에 찡그린 것뿐이에요.” “제가 너무 티를 냈나 봐요.” 회장이 툭 던져 본 말에 대한 반응도 사뭇 달랐다. 바위처럼 단단히 튕겨 내거나 깊은 물 속으로 받아들이거나.
“흥, 표정이야 그렇다 치자. 어쨌든 일 대 영이라는 결 세이프파워볼 과는 달라지지 않아.” 옆에 서 있던 서원청 비서실장이 시청률 추이를 읽으려고 했으나.
“그만하게. 누가 일인지는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시간 잡아먹을 필요 있나.” 김청화의 턱 근육이 불끈 올라왔다. 아마도 입 안에서 어금니를 꽉 깨문 모양.
“아버지, 다음 대결은 내 영역이에요. 저도 제 전문 분야에서 쌓아 온 게 있다구요.” 끄덕. 회장도 인정하는 바였다. 딸은 영화사업본부를 맡아서 잘 운영해 왔다. 요령도 있을 테고, 업계에 인맥도 많이 쌓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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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았다. 드라마가 아직 안 끝났지만 영화 준비에 들어가라. 내년 10월에 개봉하도록 준비해라.” 프리프로덕션, 본 촬영, 후반 작업, 마케팅 등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1년 조금 넘는 시간. 아무 문제 없이 진행을 하면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영화의 각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그렇게 보면 여유 있는 일정도 아니었다.
그래도 김청화의 고개는 힘차게 끄덕여졌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어차피 현이도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테고. 그렇지?” 김청화는 김현에게 긴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영화사업본부에서는 어차피 계속 영화가 준비 중. 이미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더라도 시스템이 잡혀 있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김현 쪽이었다.
“네, 할 수 있어요.” 질문을 받은 김현도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약간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파워볼사이트
‘준비는 했지만 아직은…….’ 일단 시나리오부터가 문제.
STVN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구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퍼뜨려 두었지만.
좋은 시나리오는 영화사업본부를 찾아가고, 거기서 퇴짜를 맞은 시나리오가 타 대형투자배급사를 돌다가 마지막에야 STVN에 오고는 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시간을 더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가 정해 준 시간은 이런 페널티도 고려했을 것이었다. 고모 역시 드라마 영역에서 페널티를 안고 진행을 한 거니까.
“준비하겠습니다.” 자신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에 나설 수밖에.
회장은 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둘 다 됐다면 좋다. 현이는 나가 보고, 청화는 잠시 남아라.” “저만요?” “응, 그래.” 따로 사업 이야기를 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
김현은 궁금증이 일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그녀가 나가고 나서.
회장이 김청화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버지?” 김청화 역시 자신만 남으라는 말에 의아했었다. 따로 보고할 내용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나인의 구은우 대표.” 김홍학 회장에게서 생각지 못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예?” “예, 는 무슨. 아비가 모를 줄 알았니.” 김청화는 살짝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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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버지야 아시려면 아셨겠죠. 그런데 사업하다 보면 여러 수단을 써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꼭 좋은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니까.” 김홍학 회장은 훗, 짧은 웃음을 뱉었다.
지금보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불투명하던 시대, 자신이야말로 그 세월을 뚫고 이 자리에 이르렀다. 세이프파워볼
“하지만 시대에 따라서 그 선은 달라지는 법이다.” 회장이 보기에 딸은 지금 시대에는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경영자의 도덕성을 묻는 시대 아니냐. 오너 리스크라는 단어가 돌아다니는 때인데 잡배를 동원해?” “하지만….” “그것도 내가 제시한 경쟁, 회사 내부의 일에?” “구 대표는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잖아요.” “현이의 사업 파트너 아니냐. 회사 이익에 관계된 사람이다.” “…….” 김청화는 학창 시절에도 듣지 않았던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혼이 나면 화가 나기 마련.
아버지도 온갖 수단을 썼을 거면서.
지금도 쓰려면 왜 못 써.
구은우 정도 파트너야 또 구하면 그만이지.
회장의 조언과는 정반대의 생각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선을 그어 주마. 이 경쟁에서는 그런 방법은 안 된다.” 회장의 지시는 회사 안에서만큼은, 또한 가족 안에서만큼은 절대적이었다.
김청화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이 회장의 지시 아래로 얌전히 몸을 숙였다.
“…알겠어요. 안 그럴게요. 어차피 실력으로도 이겨요.” “그래.” 이제 이야기가 끝났나 싶었는데. “혜지도 허튼짓 안 하도록 잘 타일러라.” 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그 나이에 벌써 허튼짓에 눈을 뜨면 안 돼.” “그건…….” 회장은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세이프게임
“요즘은 내가 혜지도 잘 지켜보고 있다. 연기를 곧잘 하는 것 같더구나. 그러니 다른 짓에 빠지지 않도록 잘 가르치도록 해라.” “…알았어요, 아버지.” “그래. 덕분에 요즘은 이 나이 들어서 텔레비전을 참 많이 본다. 허허허.” 회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선 서 실장도 그 모습을 편안히 바라보았고.
김청화 역시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럼 가 볼게요.” 그러나.
김청화의 웃음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신경 쓰겠다고 하시더니.
혜지가 좋은 머리 좀 썼다고 이제 와서 뭐라 하시는 거야?
이런 마음에 밀려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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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 대표님, 너무 오랜만인데요? 자회사를 이렇게 방임해도 되는 겁니까?” “하하하하. 방임이라니요. 자회사의 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거죠.” 우리 회사 소속의 드라마 제작사인 나인 미디어.
한겨울, 한여름 두 자매에 의해 돌아가던 회사는 나인으로 와서 더욱 번영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가는 두 군데 현장. 모두 이상 없죠?” 내 질문에 한겨울 대표가 픽 웃어 보였다.
“이상이 있겠어요? 워낙 호흡이 잘 맞는 곳이랑 하는데요.” SBC에서는 방훈 형님이, MBS에서는 손정환 감독이 나인 미디어와 협업 중이었다.
방훈 형님은 CP가 되어서도 직접 감독을 맡아 준수한 성적을 연이어 기록 중.
방송국 내의 입지와 발언권이 대단한 상태였다.
내 덕에 탈모 위기에서 벗어난 손 감독은 그 뒤로 장발

족이 되어 ‘엘라스틴 손’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작업하여 시청률도 올려 가면서. 오픈홀덤
“네, 맞아요. 사실 전혀 걱정 안 합니다. 오늘 온 건 다른 일 때문이에요.” “음……. 전에 말씀하셨던 그 건으로?” “맞아요. 영화 제작 준비.” 첫 영화를 할 때에는 나인 미디어가 영화 경험이 없어서 제작의 메인을 맡지 못했다.
덕분에 배우 김명진이 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영화제작사, 스튜디오 낭만의 힘을 빌렸는데.
김명진이 감독 데뷔를 미루면서 낭만도 임시 폐업을 했다.
그래서 나인 미디어에 지시를 내려 두었다. 낭만의 스태프들과 접촉하는 것을 포함,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댈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
한겨울 대표가 고개를 흔들었다.
“후우, 구 대표랑 다시 일 시작할 때는 회사 접을 참이었는데. 점점 바빠지고 이제는 영화까지……. 어디까지 갈 셈이에요?” “하하하하. 저 멀리 가야죠.” “저 멀리?” “아직 눈에 안 보이는 곳까지요.” “으아아.” “그러니 더욱 힘을 내주세요.” “으아아아.” 무의미한 비명은 묵살이다.
어디서 멈추려고.
“자, 비명은 그만하시고요. 영화 시나리오도 들어오고 있다면서요?” “으응……. 어쨌든 영화 제작에 발은 걸쳤었고…. 낭만 쪽 사람들도 입소문을 내줘서 그런지 시나리오가 들어와요.” 끙차.
한겨울 대표가 바닥에 놓여 있던 시나리오들을 탁자 위로 들어 올렸다.
“신기하네요. 오히려 STVN에는 좋은 작품이 안 몰린다는데.” “여기도 눈에 딱 띄는 작품은 없어요.” “그래요?” 나의 실망한 눈초리가 못내 신경 쓰였는지.
옆에서 한여름 제작 피디가 시나리오 한 부를 골라냈다.
“있다면 이거 한 작품?” <팬데믹> 팬데믹?
회귀 전에 봤던 팬데믹이 맞나?

이게 여기에 와 있다고?
한여름 피디의 말이 이어졌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 배경이고요. 그 속에서 치료제를 두고 벌어지는 음모를 그리고 있어요.” 한겨울 대표도 덧붙였다.
“그래, 나도 이거 재미있기는 하더라.”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거 내가 기억하기로 회귀 전에 관객 수가…….
“두 분, 이걸로 하죠! 제가 투자자 만나고 올 테니까요. 우리 이번에는 이 작품으로 가는 겁니다!” 천만 영화였다.
회귀한 후로 대박 드라마는 많이 잡았어도 천만 영화는 못 잡았었다.
드디어 천만 영화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그런데.
한겨울, 한여름,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했다.
“아, 우리가 보기에도 재미있었는데요.” “스읍-.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네요?” 음? 문제?
“그 시나리오 쓴 감독이 한진원 감독이예요.” “그 감독의 배우 동생이 한진건인 건 알죠? 그, 이미지 안 좋은, 요즘은 일 끊긴.” 로투스홀짝 알고 있다.
명감독, 명배우 형제.
다만 형과 달리 동생 쪽은 인성 관련해서 이런저런 소문이 많다. 실제 요즘은 업계에서 점차 그를 안 찾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형이 배우 동생 부활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그래서요?” “음…. 그러니까 결국 이런 말이에요. 동생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키는 조건이 아니면 안 하겠다, 이런 거죠.” 아아?
회귀 전 기억에 팬데믹 주인공은 한진건이 아니었는데?
나는 곰곰이 기억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 <팬데믹>은 STVN의 회의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임원들 사이로 격론이 오가는 중.
“좋은 작품은 영화사업본부에서 몽땅 선점했습니다. 팬데믹만 한 작품이 없어요.” “아, 당연히 알죠. 하지만 감독의 고집이 있지 않습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전 세계적 위기를 다루기 때문에 해외 로케도 많습니다. 예산이 꽤 들어갈 텐데 한진건이 그 정도 이름값이 있나요?” “업계에서 안 찾는 걸 일반 관객들도 다 알아요.” 김현 부사장은 오고 가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팬데믹이라는 시나리오는 오케이.
한진원이라는 감독도 오케이.
그러나 주연으로 한진건은 안 된다.
관건은, 한진건만 사악 덜어 낼 수 있는가.
감독인 한진원이 여간해서는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은데.
살짝 고민에 잠겨 있던 김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앉아 있는 사람 중, 구은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도 오전에 제작사에 들러서 시나리오를 읽어 보았다고 로투스바카라 했다. 역시나 마음에 들었다고.
구 대표 역시 마음에 든 시나리오와 마음에 안 드는 배우 사이에서 고민 중인지, 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 사람이 웃어야 하는데.’ 구 대표가 웃을 때면 항상 좋은 방법이 뒤따랐었다. 활짝 웃든, 이상하게 웃든, 뭔가 길이 열렸다.
그런데 오늘은 구 대표도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만….
…어?
갑자기 웃네?

생각났다.
임원들의 토론 소리에 묻혀 소리는 안 들렸고.
구 대표의 입 모양을 읽었다.
구 대표, 또 뭔가 떠올렸어.
아니나 다를까.
“잠시만요?” 그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혹시, 비행기 표 한 장 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일 좋은 좌석으로 말입니다.” 또다시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임원들은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었는데.
“물론이죠. 어디로 가는 거면 될까요?” 영문 따위는 상관없었다.
김현은 구 대표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그가 또 무언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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