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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나와 함께하여 고모의 영역을 집어삼키겠다는 참전 선언.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 SJ가의 일원인 김청화와의 갈등도 피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럴 줄 알았나요?” “그럼요.” 김현이라는 호수의 표면은 항상 잔잔했었다.
하지만 내가 하자는 일을 거절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항상 재미있어했다.
호수의 밑에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적들을 삼키려는 사업가의 기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적을 알았고, 동맹인 김현도 고개를 끄덕였으니.
공격이란 걸 해 볼까 한다.
“김청화 부문장님의 영역으로 쳐들어가죠. STVN의 자원을 동원하게 해 주십시오. 영화를 하겠습니다.” “영화를요?” 그녀의 한쪽 눈썹이 흥미롭다는 듯이 위로 솟아올랐다.
김청화 쪽에서는 지금까지 STVN의 드라마에 훼방을 놓는 방식으로 일을 해 왔던 것 같은데.
“그쪽에서 자신 있어 하는 영화를 해서 보여 주는 겁니다. 그것도 더 잘해서요. 사람들 마음에 의문이 들게 하는 거죠. 김현 부사장님이 영화 사업까지 맡아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는 훼방이 아니라 성공으로 보여 주는 거다.
“매력적인 제안이네요. 하지만 STVN 안에는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 적은 편이에요. 괜찮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려가 되는 부분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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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문제가 될 수 있지.
방송과 영화는 또 다르니까.
하지만 그 일을 주도하는 게 나라면?
“누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이미 구상을 해 뒀습니다.” 김현이 또 웃음을 보였다.
“하긴. 구 대표님은 항상 해결법까지 들고 왔었죠. 좋아요. 쓰세요, STVN의 자원.” “감사합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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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 PD님, 아니, 이제 여 CP님이죠.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다 구 대표님 덕분이죠.” 부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찾아간 사람은 여민상이었다.
그는 내가 STVN에서 처음으로 했던 드라마 <어느 날 내가 만화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에 이어서, 지난여름에 기대진 작가를 투입했던 <너를 보고 있다>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그 공을 인정받아 CP로 승진했으니, 그가 내 덕분이라고 하는 게 공치사만은 아니었다.
“요즘은 어때요? 새로운 드라마 국장님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어요?” 여민상이 CP로 승진할 때쯤에 또 다른 인사 발표가 있었다. STVN은 드라마 국장 자리가 한동안 비어 있었으니.
그 자리를 채운 이름은 방송국 내외에 놀라움을 주었다.
“많이 당황했죠. 예능 PD가 드라마 국장이라니요. 공선탁 국장님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나는 빼고. 회귀 전의 그를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예능 스타 PD로 스카우트되어 오지만, 이후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 첫 단계가 드라마였다. 로투스홀짝
TV, 특히 예능 PD로서 이만큼 영역을 확장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구 대표님은 이렇게 될 걸 아셨어요? 저보고 친하게 지내라고 했었잖습니까.” 공선탁은 국장이 되기 전에 여 PD의 작품에서 B팀 감독을 하며 드라마를 배우겠다고 했었다. 여민상은 작품을 빼앗기는가 싶어서 엄청나게 경계를 했었다.
하지만 내 조언을 받아들여 친하게 지내며 드라마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 준 모양.
“하하하. 미래를 어떻게 알겠어요.” “그럼요? 왜 그때 그런 말을 하셨어요?” “음…. 사람을 보는 눈이랄까요?” “하아.” 정확히는 미래도 사람도 모두 알았던 거지만.
“어쨌든 구 대표님 덕분에 지금 국장님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 저일걸요.” “그런가요. 그럼 국장님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겠네요.” “아, 그럼요!” “예를 들어, 부국장 같은 것도요.” “??” 상세하게 직급을 짚어서 말하자 그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부국장?” “하하, 해 보는 말이에요. 그만큼 오른팔이다, 이런 거죠.” “하, 하하. 구 대표님.” “네?” “대표님이 말하면 해 보는 소리 같지 않단 말이에요.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고요.” “하하하하.” 나를 여러 번 접해서 감이 좋네. 정말 그렇게 만들 거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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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구 대표님 덕분이죠.” 방금 여민상에게 들은 말을 또 듣게 되는군.
여 CP를 만나서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온 곳은 드라마 국장실.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공선탁이었다.
그는 나를 응접용 소파에 앉히고 차를 한 잔 내주었다.
“오성구 국장이 사라진 거….” 그의 눈빛에 장난기가 어렸다.
“구 대표님이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데요?” 오성구의 빈자리를 공선탁이 채웠다.
그래서 그가 내 덕분에 국장이 되었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 바닥에 그런 이야기야 수없이 많이 도니까요.” 비밀은 없다지만 대놓고 수긍할 필요도 없다.
“후후, 어쨌든 예전에 여 CP를 설득해 준 것도 그렇고, 구 대표님한테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선탁의 나이는 40대 중반. 방송국 조직에서 상당히 빠르게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눈빛이 반짝반짝. ‘예술가 느낌이 나네.’ 어딘가 철이 들지 않은, 아직도 감수성이 살아 있는 그런 눈빛이다.
이런 사람이니까 나이가 더 들어서까지 끊임없는 시도를 했던 건가 싶은데.
“구 대표님, 오늘은 어떤 일로 드라마국에 오신 겁니까? 새 작품이라도 있나요?” 그는 내가 또 어떤 작품을 들고 왔을까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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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작품이 있죠.” 아주 좋은 작품이 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왔다.
“그래요? 보여 주세요. 나인 작가님 작품인가요? 은미성 작가? 기대진 작가?” 땡.
모두 틀렸다.
“잠시만요, 국장님. 그 전에……. 혹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까?”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준비까지는 아니고…. 보고 있는 작품들이야 항상 많지요.” 안 그래도 책상 위에 수많은 대본들이 쌓여 있었다. 공선탁은 그중 몇 권을 뽑아서 내게 보여 주었다.
“제작사들에서 워낙 보내오니까요.” <입사했더니 회장이었던 건에 관하여>, 이 작품은 신입사원의 몸에 회장이 들어가는 거였지? 잘되는 작품이었다.
<검은 숲속의 낡은 집>, 이건 호러가 아니라 힐링물이었다. 잔잔한 분위기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었다.
그 외에도 공선탁이 건넨 작품들은 회귀 전에 모두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던 드라마들이었다.
확실히 이 사람, 감이 있어. “주제넘은 말이지만 이 작품들 모두 좋은데요. 그대로 하셔도 괜찮겠어요.” “그래요? 손만 대면 터뜨리는 구 대표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내 눈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하하하하.” 공선탁은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감정 표현도 솔직하다. 사회생활에서 느껴지는 정제된 느낌보다는 날 것의 느낌이 좀 더 난다.
“그런데 여기에 구 대표가 준비한 작품이 더해지면 완벽하겠죠? 나는 경쟁 작품을 다 보여 줬습니다. 하지만 나인 작품을 편성에 우선할 테니까, 뜸 그만 들이고 얼른 보여 주세요.” 그는 흥미 돋은 얼굴을 내게 불쑥 들이밀었다.
“편성은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음?” “드라마가 아니거든요.” “네?” “영화입니다.” 나는 그와 눈을 맞추며 깊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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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드라마국에 와서 영화 이야기를요? 영화사업본부로 가야지요.” “맞습니다.” “에? 맞는데요?” “자, 들어 보세요.” 나는 목소리를 낮춰 말을 꺼냈다.
“자, 제가 실명은 말할 수 없고 말이죠.” “그래요.” “어느 재벌 그룹이 있습니다.” “재벌.” “여기에는 방송 쪽을 맡은 부사장과 영화 쪽을 맡은 부사장이 있습니다.” 순간 공선탁의 눈에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알아들었군. “영화 쪽을 맡은 부사장은 방송 쪽도 못 가져서 안달이죠. 결국 방송 쪽을 맡은 부사장도 열이 받을 대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성공시켜서 쓴맛을 보여 주기로 한 겁니다.” 돌려 말한 것도 아니다. 김청화와 김현 이야기다. 공선탁이 모를 리가 없다.
“일단 이게 제가 드라마국에 와서 영화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입니다.” “…….”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그럼 내가 도와야 할 게 있는 거군요.” 적절한 결론에 이르렀다.
“네, 이제 문제는 감독으로 넘어갑니다. 어차피 감독이 작품도 썼거든요.” “음.” “일단 나인 소속이 아닙니다.” “오? 그럼 나인의 작가나 배우들처럼 새롭게 발굴한?” “반 정도는요.” “반 정도?” 그의 얼굴에 의문이 들었다.
“이 사람은 원래 어릴 때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감독 지망생이… 감독이 되는 거니까 잘됐네요.” “집안 사정으로 영화 쪽이 아니라 방송국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PD로요.” “PD? 허, 나랑 비슷한 친구네요. 나도 그랬는데.” “그리고 예능 PD가 되었습니다.” “어?” 그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번진다.
감이 오시나.
“거기서도 잘나갔지만, 속으로는 항상 젊은 시절에 꿈을 포기한 것을 씁쓸하게 여겨 왔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예능의 작가 시스템을 이용해서 드라마나 영화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어?” 살짝, 자리에서 엉덩이가 떴다가 다시 앉았다.
“드라마 국장이 된 지금, 당연히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써 놓은 영화 대본이 항상 마음에 걸리죠. 아마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어어어?” 부웅, 아까보다 더 높이 엉덩이가 떴다가 가라앉았다.


“구 대표, 설마?” “이 사람을 감독으로 하려고 합니다.” “가암독?!” 감독이란 말에 놀란 공선탁은 내가 말하는 그 사람을 자기 입으로 내뱉었다.
“내, 내가? 감독을?” 끄덕. EOS파워볼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민상 CP를 부국장으로 앉혀 놓고 말입니다.” 공선탁은 드라마 다음으로 영화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특히 초반 몇 작품의 기세는 대단했다.
선후 관계만 조금 바꾼다. 영화를 먼저 가는 거다.
지금, 나와 김현에게 그 기세가 필요하니까.
“부사장님과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있죠. 영화 제작에 필요한 배우와 제작사를 가진 엔터 회사의 대표.” 나 구은우가. 공선탁은 지금 들은 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은 얼굴이었다.
한동안 혼란에 빠져 있게 내버려 두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어차피 선택할 결론은 하나다. 로투스바카라
“지금 이거, 내 작품으로 감독을 하라는 말인 거지요?” “맞습니다.” “예능 PD인데, 드라마국으로 와서, 영화감독 입봉을?” “맞아요.” “허어.” 그의 손이 자기 얼굴로 올라간다.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자기 볼을 꼬집어 보는 사람.
“아프네요.” “아파 보입니다.” 그는 그러고도 고개를 갸웃했다.
“구 대표, 괜찮겠어요? 나를 뭘 믿고?” 오. 그거야 아주 괜찮아.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거든.
“공 국장님, 반대 아닌가요?” “네?” “저를 믿고 영화판 한번 가 보겠습니까?” 믿고 따라온다면.
“젊은 시절의 꿈을 이뤄 드리죠.” “아아…….” 내가 내민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하, 합니다. 내가 하지요. 영화감독을 해 보겠습니다.” 좋아, 아주 좋다.
그러면.
“제가 처음에 좋은 작품이 있다고 했죠. 저한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아.” 나는 그에게서 손을 빼내어 돈 받듯이 손바닥을 보였다.
“얼른요.” 내놓아라,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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