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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튀어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여기였다니.
방송가에 소문은 안 좋아도 드러난 불법은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모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니 프로그램에서 연락을 못 할 건 없다만.
“자기가 JJ였다고는 해요?” – 네? 네, 방송 출연도 의욕적이고요. 본인이 핵심 멤버였다면서요.
“핵….” 이놈이?
핵심 멤버 좋아하시네. 거의 내가 등에 짊어지고 가는 수준이었는데.
“옛 멤버의 이야기를 들으니 결정이 확실해지네요.” – 앗, 그러면?
정 PD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드러났다.
“저는 어렵겠습니다.” – 네에?
원래도 거절이지만, 옛 멤버 JJ의 소식을 들으니 더욱 거절이다.
“죄송하지만 다른 멤버들 데리고 하시죠.” – 다른 멤버들이라니요. 예리 양 인터뷰에서 라이언이 나온 건데 대표님이 빠지면 어떻게 진행하겠어요.
“JJ도 있지 않습니까.” 실은 장재열이 나온다고 하면 다른 멤버들은 아무도 안 나올 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 PD가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딜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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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러면 JJ만 빼고 나오시면 어때요? 파워볼사이트
…JJ만 빼고?

다른 멤버들만 촬영하는 거죠. 우리 프로는 꼭 다 나와야 되는 건 아니거든요.
이거, 색다른 맛의 딜이다.
장재열 녀석.
자기가 JJ고, 핵심 멤버고, 따위의 말을 했다는 건 방송 출연을 원한다는 걸 텐데.
그 눈앞에서 나만 옛 동료들과 프로그램에 나온다…….
구미가 당긴다.

무대는 가볍게 하셔도 되고요. 안 이사한테 베리걸즈가 재해석 무대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 들으셨죠? 토크만 잘해 주시면 베리걸즈 쪽으로 중심을 둘게요.
저 이야기도 좋다. 완전체 베리걸즈의 무대를 보여주는 건 안 그래도 관심이 있었다.
“으음, 잠시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장재열 이 녀석, 잠수를 타서 비웃어 주지도 못했는데 원격으로 엿을 먹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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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PD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졌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뭐야? 거절한다면서?” 곧장 안형석이 들어왔다.
PD가 나랑 전화를 끊고 곧장 안 이사한테 연락한 모양이다.
“정 PD가 재미있는 딜을 하던데…….” 그리고 내용을 들려주니.
“야, 구 대표, 나가라.” “너 생각도?” “장재열 그놈 때문에 당한 게 얼만데. 복장 한번 터뜨려 보자.” 프로그램 출연의 동기는 다양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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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후후.” 심술을 끝까지 꽉꽉 채워 넣은 복수.
이것도 더할 나위 없는 동기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댄브(댄스 브레이크) 연습을 해야겠어.” “좋아, 가즈아!” 누군가의 엿 먹은 표정을 상상하면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장재열, 너에게는 이런 재능이 있었구나.
“참, 제일 기뻐할 사람한테 이 소식을 알려야지.” “어?” 안 이사의 손가락이 폰 위로 몇 번 오갔다.
“하율 씨만 섭외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거든. 딱 두 사람한테 이야기했는데 말이야. 아까 네가 안 나갈 거라고 알려 줬더니 어찌나 실망하던지.” 누구인지 그냥 알겠네.
안 이사도 하율 씨랑 예리가 나를 따르는 마음을 알기에 섭외 이야기를 한 것이다.
톡, 톡, 톡.
톡이 왔다.

저, 대표님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건가요?
역시나 예리였다. 엔트리파워볼

나보다는 베리걸즈의 무대에 중점을 나도 나름 빠르게 톡을 치고 있는데.
예리의 톡이 우다다다 날아들었다.

어떻게 이런 날이ㅠㅠ – 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될 거예요ㅠㅠ –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할게요ㅠㅠ – 드디어ㅠㅠ – 아아아아아ㅠㅠ ㅠㅠ의 향연이었다. 톡이 날아드는 저편에 기뻐하고 감동한 예리가 보일 지경.
옆에서 안 이사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른 의미로도 출연 결정을 잘했네.” 그의 말이 맞다.
예리한테 나는 정말로 아이돌 그 자체였으니까.
삶이 힘든 밤과 같았던 시기에 말 그대로 별로서 존재했다.
그 마음은 익히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지.
“라이언, 크림맨에 출격이다.” 내 대사를 들은 안 이사의 경악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굳게 쥐며 다짐했다.
2000년대 초반에 잠깐 활동했었으니.
거의 15년 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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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 투, 쓰리, 포.” 곡에 맞춰서 열심히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본다.
“이상한데?” 기억 저편에 남겨 두고 떠나 온 아이돌 활동이었다.
“그런데 왜 되지?” 댄스가 된다.
몸이 리듬에 반응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한 곡을 전부 춰 버렸다.
된다. 정말로 돼.
내가 승낙을 하고 나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JJ를 제외한 멤버 중 한 명은 출연을 끝내 사양, PD에게서 연락처만 받아 놨고.
오히려 해외파 두 명이 재미있겠다면서 참가를 알려 왔다.

그런데 두 분은 하는 일이 있어서 거의 방송일에 맞춰서 오신대요. 리허설 때만 맞춰 보셔야 할 것 같아요.EOS파워볼
그렇겠지. 15년이 지났다. 다들 바쁘게 살고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내가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걸 보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웃기다.
한창 활동할 때는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항상 모자란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잠깐 맞춰도 무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보다는 베리걸즈 무대를 강조해 주세요.” 이게 내 조건 중 하나다. 시선이 우리한테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 실수해도 큰 문제는 없다.
“대표님의 크림맨 일정이 픽스 되었습니다아!” “우와아!” “축하합니다, 대표님!” 좁은 대표실에서 책상을 밀어 놓고 아침부터 연습을 하는 사이.
비서인 이나라가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사무실에 큰 목소리로 알렸다.
“아하하, 고마워요.” 이제는 편안하게 같이 웃을 수 있다.
나갈 이유가 있으니 나가는 거고.
두 멤버, 맥과 조이를 오랜만에 보는 것도 좋고.
“대표님의 역주행을 기원하며!” 아니, 아니, 그래도 그것까지는 아니고.
“주접, 멈춰!” 난 한 손을 내밀어 직원들을 만류했다.
“주접이라니. 다 널 응원하는 건데.” 안형석도 직원들 속에 섞여 웃고 있었다.
“난 여기 딱 한 번 나가고 말 거라고. 안 이사가 제일 잘 알잖아?” “나 아니어도 다들 알아. 농담이니까 즐겨.” 아, 다들 아는구나.
“정 PD 쪽하고는 세부 사항 다 정리됐지?” “당연하지. 무대는 간단히, 베리걸즈의 무대에 오히려 힘을 준다. 확실히 했어.” “좋아, 오랜만의 베리걸즈 완전체 방송에 중점을 두는 거야.” “알았다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데 구 대표, 왜 멀쩡한 연습실 놔두고 대표실에서 연습이야?” “에…….” 거기에는 베리걸즈가 있다.
아무리 출연을 결정했다지만 그 멤버들 앞에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건 부끄럽다.
“베리걸즈는 지금 혹독하게 연습 중이야.” “혹독하게?” 이번 연습을 혹독하게 할 게 있어? “크크크. 예리의 열정이 넘쳐나고 있다는데.”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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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생각을 못 했네.
“혹시 지금도 애들 있어?” “드라마 일정 전에 연습한다고 아침 일찍 나와 있어.” 한번 가서 봐야겠네.
나는 지하 연습실로 발을 옮겼다.
“자아, 자! 한 번 더 연습하자!” 연습실 밖으로 예리의 힘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리 언니, 너무 스파르타 아니야?” “한 번도 안 쉬고 연습했잖아.” “헤엑, 헤엑. 힘들어….” 문을 열지 않고 안쪽에 귀를 기울여 보니 동생 라인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 쉴 때가 아니야! 소속사 대표님과 소속 그룹의 공연, 일생일대의 이벤트라구! 일어나라, 베리걸즈여!” “이 미친 윤예리! 이러다가 오늘 촬영할 힘까지 다 뺀다.” “촬영은 촬영! 크림맨은 크림맨! 오늘을 위해 길러 온 체력이야!” “크앗, 그런 게 될 리 없잖아!” 평소에는 폭주하는 은아를 카리스마 예리가 진정시키는 게 패턴이다.


하지만 오늘은 정반대.
더구나 은아는 예리를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열정이 넘치는 정도가 아니라 활화산처럼 분화하고 있어.
“얘들아, 쉬엄쉬엄하고 있어?” “대표님?” 예리가 나를 바라보았다.
“헤헤헤, 충분히 쉬면서 하고 있어요. 1분이나 2분 정도?” 으음, 그건 휴식이라고 할 수가 없잖아.
“예리 언니가 미쳤어요!” 미나가 내 쪽으로 달려와 진실을 고했다.
“오미나!” “아앗, 저것 좀 보세요. 너무 무서워요.” “오미나아? 이쪽으로 오지 않을래?” “꺄악! 광기 그 자체!” 흘깃 둘러보니.
지연이는 바닥에 누워서.
“편곡…. 댄스…. 힘들어요….” 이런 말을 하고 있고.
“…….” 같이 바닥에 누운 별이는 아예 말을 잊었다.
나는 눈을 빛내며 한껏 흥분 중인 예리에게 다가갔다.
“예리야, 라이언을 위해 힘써 줘서 고맙다.” “역시! 제 스파르타 방식이 틀리지 않은 거죠?” “그건 확실히 틀렸고.” “넷?!” 마음만 받을게.
”자, 얘들아! 크림맨 연습은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이다. 그 이상은 안 돼.” 예리의 자제력에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다.
좋아하는 그룹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제력을 잃어 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 “아앗!” 예리의 비명과, “만세! 만세! 만세!” 다른 멤버들의 만세 삼창이 터져 나왔다.
후우, 이제 됐다.
나는 폭주하는 예리를 제압하고 연습실에서 몸을 돌렸다.

* * – 지이이잉.
대표실로 올라온 내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나도 끼워 주라.
뭐야, 이건?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십니까?
답문이 즉각 돌아왔다. 로투스홀짝

나도 끼워 달라고! 나 장재열이야.
이거 새 번호인가.
스팸 번호에 저장해 둬야겠네.
PD한테는 무산됐다고 전하라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소식을 들은 거야?
놀라게 하려고 했건만.

꺼져. 스팸 등록한다.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정말로 등록을 하려는 순간.

나인, 한 번만 도와줘.
“나아아아인?” 나를 나인이라고 불렀다.
활동할 때 이름으로.
이 미친놈이.

글쎄, 넌 도와달라는 사람 도와줘 봤어? 오히려 망치기만 해 봤을 것 같은데.

많이 반성하고 있다…….

그래, 많이 반성해라. 그럼 이만.
몰락했네. 결국은 몰락했어.
도와달라, 반성한다, 이런 말은 생전 나올 것 같지 않던 녀석이.
하지만 그런 말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지이이잉.
녀석에게서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쳐다보지 않으려다 무심코 보고 말았는데.
어.
이건 보기를 잘했네.

GO 엔터랑도 사이 안 좋지. 사모펀드 뒤에 누가 있는지 궁금할 거 아냐. 정보를 줄게.
이런 문자.
사모펀드의 배후.
회귀로도 알 수 없었던 정보이자.
지금 내가 몹시 궁금해 하고 있는 바로 그 정보.
가만 생각하면 장재열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넘긴 장본인이니.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 녀석, 쓸모가 생겼네.
다만.
그냥은 안 돼.
내 머리가 빠르게 구르기 시작했다. 출연은 하되, 녀석의 재기는 막는 길로.

* * 촬영일은 빠르게 다가왔다.
이슈가 사라지기 전에 방송하기를 원한 정 PD 측과 얼른 해서 치워 버리고 싶은 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오픈홀덤
“구 대표님, 직접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이신데 나와 주시다니.” 정 PD와 메인 작가가 인사를 해 왔다.
“대표는 JJ도 대표잖습니까.” “지금은 아니잖아요. 저는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위세가 대단했다면서요?” “에, 아니에요.” 위세가 아니라 허세였거든.
“혼자 짱 박혀 있죠?” 본 방송까지 짱 박혀 있으라는 것이 내가 장재열에게 내건 조건 중 하나였다.
본 방송이 끝난 뒤에는 찾아가서 정보를 뜯어낼 예정이고.
놈은 내 말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JJ 님은 혼자 있고요. 다른 두 분은 저쪽에. 보이세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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