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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고 있다>의 대본 리딩으로부터 며칠 후.
STVN 드라마국 국장실에서 오성구 국장이 눈살을 찌푸린 채 통화 중이었다.
“무슨 그런 요구가 다 있나. 나보고 브로커 노릇을 하라는 말인가?” 구긴 얼굴과는 달리 목소리는 조용 조용. 통화 소리가 밖에 들릴 리도 없는데 잔뜩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국장이 말하는 브로커란, 적당한 여성들을 물색하여 재력가나 스폰서에게 연결해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
조심할 만한 이야기이기는 했다.

전혀 아닙니다. 당연히 접촉은 저희가 합니다.
“그러면?” – 그냥 국장님 이름이 먹힐 만한 누구에게 접촉하라고 찍어만 주시면 됩니다.
“그것뿐이라고?” – 그리고…. 가끔 얼굴만 비춰 주시면 됩니다.
끙.
오성구는 골치가 아팠다.
빽이 되어 달라 이거지.
드라마국 국장도 우리 편에 있다. 술자리에 나오면 STVN에서도 챙겨 줄 거다. 뭐,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건데.로투스홀짝
오성구의 침묵이 길어지자.

물론 국장님께서도 즐기시고요.
상대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오지게 걸렸구만.’ 지금 저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보자마자 태워 버리기는 했는데.
국장의 머릿속에는 얼마 전 받았던 사진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국장 자신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촬영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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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좀 조심했어야 했다.
늘 마시던 곳이 아니라 별장에 준비를 해 뒀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김현 부사장의 뒤에서 몰래 줄타기를 하던 양호석 1본부장은 그 줄이 뚝 끊어지며 추락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이뤄진 개편에서 전임 드라마국 국장도 사라졌고.
그리고 자신이 국장의 자리에 올랐다.
조용히 눈치를 보며 지내던 자신이.
이제 내 세상이라고 활개를 폈던 게 화근이었다. 떠먹여 주는 건 다 받아먹었으니.
그런 사진이 존재하니 이제는 손을 씻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분명 접대를 하던 놈들 뒤에 다른 배후가 있을 텐데.
국장은 감도 안 왔다.
결국. “알았네. 지금 부하 직원이 보고 들어오니까 일단 끊지.” 어중간한 승낙으로 대화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제길.
그가 속으로 되뇌는 사이.
“여민상입니다.” 여 PD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애써 마음을 진정한 오성구는 여민상 앞에서 위엄 있는 얼굴을 만들어 보였는데.
“그래서 공선탁 국장대우하고는 잘로투스바카라 해결된 거지?” 국장대우는 보통 국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오성구는 국장인 자신과 국장대우인 공선탁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B팀 감독을 하는 것 아닌가.
“네, 잘 해결했습니다. 연출에 일언반구 안 하고 배우기만 하기로요.” 배워서 드라마를 찍는다.
그럼 그 스타 PD 공선탁이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게 된다. 예능 국장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을 때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
“좋아, 그 건은 아주 잘됐군.” “네.” 몇 가지 보고 사항은 귓가로 흘려 버렸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여민상이 얼른 촬영장으로 복귀하려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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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자네 드라마의 캐스팅 좀 확인해 볼까 싶은데.” “네?” 여민상은 뜻밖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캐스팅이야 이미 누차 보고를 드렸는데 다시 확인하실 일이 있습니까?” “아니, 조단역 리스트 좀 보자구. 얼마 전에도 몇 명 바꿨다면서.” “아아.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민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시작하는 드라마의 주연 여배우 뒷담화를 하다가 해당 기획사의 대표에게 딱 걸렸으니.
더구나 드라마에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에게 말이다. 작가도 나인 소속이고, 제작사도 나인 미디어고.
여민상도 아무 불만 없이 바로 다음 날 해당 배우들에게 하차 통보를 해 버렸다고 한다.
어차피 조단역이니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 그때 스폰 운운했다고 했나?” “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죠.” “흠……. 그렇지….” 국장이 이상하게 말끝을 끌었다. 여민상은 혹시 다른 질문이 더 있나 싶어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하율은 정말로 그런 일 없겠지?” 국장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왔다.
“예에? 당연하지요. 나인의 구은우 대표가 그런 쪽으로는 철저합니다.” “음, 그 사람 평은 들었어.” “그런 제안 했다가는 큰일 날 겁니다.” “그런가?” “네. 구 대표가 엄청 화낼 겁니다. 그리고 요즘 구은우 대표랑 붙어서 이긴 사람이 없습니다.” 그건 알지.
오성구라고 방송가 소문을 모를 리 없었다.
당장 양호석 본부장이 날아간 일에도 구은우가 연결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냥 말해 본 건데 놀라기는. 허허. 나가 봐.” 오성구 역시 주·조연에게 손을 뻗을 마음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터.
사진을 가진 놈들의 요구를 계속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조·단역이다.
문제없이 처리하려면 힘이 없는 배우들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조단역의 리스트를 보자고 한 것. 뒷담화 문제는 별생각도 없었다.
보고 들어온 경험상, 그런 뒷담화를 하는 배우들이 또 이런 제안에 잘 응하던데.
“쩝.” 입맛을 다져도 소용이 없었다.
구은우가 이미 날려 버렸으니.엔트리파워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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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야? 바로 다음 날 하차 통보가 왔다고?” “아, 씨, 구은우 때문에 망했어.” 친구의 말을 받은 건 청순한 느낌의 흰색 원피스 위에 챙 넓은 청색 모자와 알이 큰 선글라스로 멋을 부린 김진아였다.
날씨는 티 없이 맑았고, 맛집과 커피숍이 집중된 이 거리에는 남녀가 모여들었다.
김진아와 함께, 친구 이연조도 거리로 개방된 커피숍 테이블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너 그래서 안 보였구나?” 이연조 역시 <너를 보고 있다>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김진아와는 몇 번 작품에서 오가며 친해진 사이였다.
오늘 청순 컨셉인 김진아에 비해, 이연조는 몸매를 강조하는 보정 레깅스에 얇은 티를 입어 스포티한 컨셉이었다. 서로 스타일이 겹치지 않아서 친구를 하기에 더 좋았다.
“강민지라고 했나. 그년만 빠져나갔다니까.” “일부러 소리 지른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몰라. 걔는 구은우를 봤던 거 아닐까? 그래서 잘 보이려고 그런 것 같은데.” 구은우의 말에는 한 치도 거짓이 없었다. 엄격한 하차 통보. 김진아는 졸지에 스케줄이 비고 말았다.
“그럼 배우들 새로 뽑겠네. 아는 애들 들어오려나? 오디션에 많이 참가했던데.”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여튼 넌 구은우 조심해. 아는 애들 들어와도 입조심하고.” “아, 뭐야. 구은우는 이 바닥 인간이면서 뭐 그런 얘기에 화를 내?” “그러니까. 자기만 깨끗한 것처럼.” 김진아와 이연조에게는 도저히 구은우가 이해 불가능이었다.
서로 생각이 비슷해서 친구를 하기에 더 좋았다.
‘흥. 그래도 그렇게 싸고도는 대표 한파워볼게임 번 만나 봤으면 좋겠네.’ 살짝.
이연조에게 이런 기분이 드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근데 넌 오늘 촬영 없어?” “응, 촬영 없어.” 주·조연급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통으로 비는 날도 꽤 있었다.
“이따 남친 만나러 가야지.” “남친 제대로 잡아서 좋겠네.” “별로 대단한 스ㅍ- 남친도 아냐.” 두 사람이 말하는 남친은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남친과 의미가 좀 달랐다.
이들이 구은우에게 깨끗한 척한다며 화를 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나도 연조 너처럼 제대로 잡아서 빨대 팍 꽂아야 하는데.” “안 대단하다니까? 뭐 하나 못 밀어주는 것 봐.” 그러니 주하율을 보며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강민지는 내가 기억해 놓을게.” “연조 네가 혼 좀 내줘!” “걱정하지 마. 이 드라마 하면서 여배우들 사이에 발도 못 붙이게 할 테니까. 걔가 어디 가서 끼겠어? 주연들한테 가서 비빌 거야?” “그런 주제는 안 될 것 같은데?” 꺄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길거리로 울려 퍼졌다.

* * 그리고 얼마 후 촬영장. 개인 대기실이 없는 조단역 여배우들은 단체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연조 언니 안녕하세요.” “어머~! 반가워, 주아야. 네가 들어왔네? 너무 잘 됐다아.” 이연조는 과장된 목소리로 익숙한 사이인 정주아를 반기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배우들 중에서 조단역이라도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건 극소수.
친한 사이의 배우가 들어오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친목과 신경전은 주·조연들 사이에서만 오가는 게 아니었다.
조단역들 역시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
자기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고, 촬영이 밀리면 역시나 후순위로 밀리니, 얼굴을 보자면 꽤 오래 볼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런 시간에 은근히 주고받는 허세와 눈치도 상당했는데.
‘어때? 강민지인가 뭔가.’ 이연조가 정주아를 끌어안으며 대기실 한구석의 강민지를 곁눈질했다.
강민지 역시 이연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연조와 친해져 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이상하리만치 자신을 반기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다른 여배우들도 강민지와 조금씩 거리가 생겼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저절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연조는 주변의 다른 배우들을, “우리끼리는 드라마 하는 동안 똘똘 뭉쳐요. 서로 도와야죠.” 라며 한데 묶고 있었다.


“절대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 다른 데다가 이르지 말고요.” 움찔.
강민지가 설마 자기 이야기는 아니겠지 파워볼실시간 지레 긴장했다.
“네? 이르다니요?” “그런 일이 있어요?” 영문을 모르는 다른 여배우들이 고개를 갸웃.
“응. 그런 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연조가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강민지가, ‘나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너야, 너.’ 이연조도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연조의 시선을 따라 다른 배우들의 눈도 점차 모여드는데.
‘어때? 여기에는 구은우도 없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연조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 순간.

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설마? 아, 앗차!’ 이연조는 김진아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입을 때렸다. ‘설마’라는 말을 하는 순간 구은우가 나타났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래도 설마 구은우가 나타날까.
그런데.
“주하율입니다. 들어가도 돼요?” 이 촬영장에서만큼은 구은우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나타나 버렸다. 실시간파워볼
주연 여배우의 등장.
주하율이 안으로 들어서자.
김진아의 뒷담화 사건을 모르는 여배우들이 우르르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주하율 배우님.” “아유, 님 자는 빼세요오.” “주연 배우인데 어떻게 그래요. 호호호.” “그래도 제가 님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죠. 편하게 대해 주세요.” 심지어 주연 여배우인데 사근사근하기까지 하니.
이연조의 옆에서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서 주하율에게 몰려갔다.
“으…. 주아야, 아무래도…. 어? 주아 어딨니?” 정주아는 당연히 주하율 옆에 있었다.
“피부가 너무 좋아요오.” 주하율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말이다.
“아, 그런데 하율 씨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한참 수선을 피운 뒤에야 배우들이 그녀에게 용건을 물어보았는데.
“아, 무슨 일이냐면.” 주하율이 고개를 휘휘 돌렸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온 것일까.
배우들의 궁금증이 집중되는 사이.
“민지야, 나랑 대표님이랑 식사할 건데 같이 먹을래?” 강민지의 주변으로 초강력한 실드가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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